‘디폴트옵션 상품’이 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 올릴까 [사자경제]
상태바
‘디폴트옵션 상품’이 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 올릴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2.21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용부, 사전지정 운용상품 259개 승인… 투자자 실질 수수료 부담 ‘1%’ 넘지 않아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정부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을 무더기 승인하면서, 이들 상품이 수익률을 올려줄지 가입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부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을 무더기 승인하면서, 이들 상품이 수익률을 올려줄지 가입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주름살로 번 뭉칫돈 30조원이 몰리며 주름살이 펴졌다.”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예금과 적금 금리를 올리며 활짝 웃은 금융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저축은행입니다. 지난 9월 말 기준 ‘퇴직연금’이라는 금고에 모두 30조5378억원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저축은행 예금을 포함하도록 관련 규정을 고친 뒤 약 4년 만입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전지정 운용제도(디폴트옵션) 상품으로 모두 259개가 승인됐습니다. 고용부는 이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퇴직연금 사업자들을 모아놓고 간담회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지난 7월 도입한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미리 지정한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의 경우 모두 ‘합성총보수’(운용보수·판매보수·기타보수 등을 합한 것으로 투자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수수료)가 1%를 넘지 않았다. /자료=고용노동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상품의 경우 모두 ‘합성총보수’(운용보수·판매보수·기타보수 등을 합한 것으로 투자자가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수수료)가 1%를 넘지 않았다. /자료=고용노동부

고용부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이후 금감원과 함께 관련 상품 승인을 위한 심의를 진행했습니다. 올해 2차례 진행된 심의에는 39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모두 318개 상품을 신청했습니다. 여기서 259개 상품이 승인(승인율 81%)을 얻었고, 59개 상품은 불승인 처리됐습니다. 고용부는 심의 과정에서 사업자가 가져가는 보수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디폴트옵션 상품의 경우 모두 ‘합성 총보수’가 1%를 넘지 않았습니다. 합성 총보수란 운용·판매·신탁·사무관리 보수를 더한 총보수에 기타비용과 피투자펀드 보수까지 합산해 투자자가 실제로 최종 부담하는 수수료입니다. 고용부는 “금리와 수익률, 중도해지 페널티, 상시 가입 가능성 등을 따져 물어보고 조건을 충족하는 상품을 승인해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미수령 연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퇴직자를 돕고, 적립금이 없는 IRP 가입자에 대한 의무교육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적극 검토하고 필요한 사항은 정책에 반영하겠다”라면서 “사전지정 운용제도가 씨앗이 돼 퇴직연금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지난 7월 12일 도입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미리 지정한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자료=고용노동부
지난 7월 12일 도입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미리 지정한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자료=고용노동부

정부는 내년 초까지 개별 퇴직연금 사업자가 디폴트옵션 상품을 최소 7개에서 최대 10개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심의위원회를 상시 운영하고, 상황반을 운영해 현장 의견을 들을 예정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을 지적하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으로 주가 하락 방어하라는 거지” “연기금은 국내주식 비중 빨리 줄이고 해외로 가서 돈 많이 벌어와요” “은행은 관심 없지. 퇴직연금은 물론 개인연금도 같은 수준. 수익률에는 관심이 없다. 몰염치의 끝판왕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만든 이유가 국민 노후를 위한 건데 결과는 정말 뭣 같네” “지들이 뭔데 내 퇴직금 세금 공제하고 주냐. 뺑이 쳐(고생해서) 만들어진 퇴직금인데. 앉아서 그냥 뜯기네” “IRP로 펀드 투자했다가 망했다. 정기예금에 넣어둘 걸 후회막심” “그냥 etf(상장지수펀드) 박고(넣어두고) 장투(장기 투자)해” “ETF에 넣었다가 본전하고 11월에 1년에 6.3% 저축은행에 넣었네요”.

고용노동부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승인 결과 발표 및 현장 의견수렴 보도자료. /출처=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의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승인 결과 발표 및 현장 의견수렴 보도자료. /출처=고용노동부

한편 지난해 퇴직연금 가입자는 683만7000명으로, 전체 근로자(1195만7000명)의 53.3%만 들고 있습니다. 적립금액은 모두 295조원으로, ▲DB(58.0%) ▲DC(25.6%) ▲IRP(16.0%) ▲IRP특례(0.4%) 순으로 가입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원리금 보장형 DC 상품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58%’입니다. 고용부의 이날 보도자료 제목입니다.

“근로자의 행복한 노후를 지키기 위해 정부-금융기관이 지혜와 역량을 모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