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라는 고양이에 맡긴 퇴직연금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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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라는 고양이에 맡긴 퇴직연금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0.0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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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5년 뒤 60조원 시장을 잡아라.”

2005년 10월, 금융권은 두달이 채 남지 않은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놓고 설레기 시작합니다. 반면 일반 기업들은 재무 부담이 늘어날까 전전긍긍합니다. 제도 도입의 당사자인 노동자들도 ‘DC’니 ‘DB’니 알쏭달쏭한 단어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 봅니다. 일각에서는 제도 시행에 앞서 자산운용 방식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볼 멘 소리를 드러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퇴직연금’.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퇴직금)를 회사가 아닌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겨 퇴직 시 지급하는 연금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근로자가 재직 중에는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운데서 고를 수 있고, 퇴직 후에는 연금과 일시금 형태 중 선택하여 수령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수료를 떼고 나면 적금 이자만도 못한 수준입니다. 오늘(8일) 금융감독원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퇴직연금 연간수익률 현황>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최고 1.69%였습니다. 유형별로는 DB형 1.68, DC형 1.69, IRP형 1.16%였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0.02, 0.73, 1.60%포인트 떨어졌습니다. 평균 수수료 0.48%를 빼면 실제 수익률은 0%대까지 곤두박질칩니다.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총 22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4대 은행만 놓고 보면 74조6829억원입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운용 성적표는 초라합니다.

은행별 수익률을 보면 상반기 DB형 기준 신한은행이 1.79%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 1.71% ▲국민은행 1.64% ▲우리은행 1.58% 순이었습니다. 반면 은행권의 수수료는 줄곧 증가세입니다. 이들 4대 은행의 퇴직연금 수수료는 2017년 2602억원에서 2018년 3129억원, 지난해 3566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1556억원의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자료=전재수 의원실(금융감독원 제공)
/자료=전재수 의원실(금융감독원 제공)

전재수 의원은 “퇴직연금은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노후 대체 수단 중 하나이지만, 턱없이 낮은 수익률로 은퇴자의 98%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실정”이라며 “연금으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수수료 인하와 디폴트 옵션 도입 등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퇴직연금의 제도적 보완장치와 함께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정규모이상 수익을 못내는 은행이나 운용기관은 수수료를 못 받게 법을 바꾸면 해결된다” “상반기에 증시에 돈이 얼마나 몰렸는데 1.69%? 정말 개선이 필요하다” “그 뭐냐 은행권에서 하는 연금은 절대로 들지마라” “연금은 원래 그런 것 원금 보다 조금 더 적게 타면 성공하는 것이 연금”.

“아니 내돈을 가지고 왜 은행에서 돈놀이를 하냐?? 그냥 퇴직적금으로 바꿔라...수수료 떼어가지 말고 은행넘들아” “돈놀이 유치법 애초부터 은행 뽀찌(일본어에서 생겨난 말로 도박에서 이긴 사람이 일정 사례를 하는 것이었으나 남는 돈, 공돈, 남이 준 돈 등으로 변형)였어. 그냥 적금 붓게 해라” “국민연금이나 폐지해라!!!”.

/자료=근로복지공단 SNS
/자료=근로복지공단 SNS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중도 인출 금액은 총 110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억3300만원)보다 69.4% 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노후를 포기하고 퇴직연금으로 생계를 지탱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낮은 수익률은 안전성을 추구하는 가입자 때문”이라는 핑계보다 엄청난 시장이 열렸다며 반긴 은행들의 초심을 기대합니다.

“한번 고객은 평생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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