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 굴려 쥐꼬리 수익률… 누굴 위한 ‘퇴직연금’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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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조 굴려 쥐꼬리 수익률… 누굴 위한 ‘퇴직연금’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4.1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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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20년 회생절차를 밟거나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개인형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이 7000명을 넘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2020년 회생절차를 밟거나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개인형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사람이 7000명을 넘었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생활고를 못 이겨 여기서 빼내 쓴 돈이 900억원에 육박했다.”

임인년 열하루가 지난 날, 통계청은 또 하나의 신기록을 발표합니다. 2020년 ‘이것’의 중도 인출 금액이 869억7000만원으로, 5년 전(408억원)의 두 배가 넘은 것입니다. 특히 이것을 중간에 깬 사람만 7110명입니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 이것을 중간에 빼내 쓸 때 세금을 낮게 매기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개인형 퇴직연금’(IRP)입니다.

‘퇴직연금’. 근로자의 퇴직금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하여 퇴직 때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근로자가 재직 중에는 확정급여형(DB형), 확정기여형(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운데 자신에게 알맞은 유형을 고를 수 있고, 퇴직한 뒤에는 연금과 일시금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DB형 171조5000억원(58%), DC형 77조6000억(26.2%), IRP 46조5000억원(15.7%)을 쌓았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DB형 171조5000억원(58%), DC형 77조6000억(26.2%), IRP 46조5000억원(15.7%)을 쌓았다. /자료=금융감독원

그동안 모아놓은 퇴직연금이 300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수익률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국민은 안중에 없는 설계방식과 함께, 금융사만 배 불리는 연금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19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이 지난해만 40조1000억원 증가하면서 모두 295조6000억원이 모였습니다.

제도유형별로는 근로자가 다니는 회사가 운영하는 DB형에 절반 넘게 가입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DB형은 171조5000억원을 적립해 퇴직연금의 58%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DC형이 77조6000억(26.2%), IRP가 46조5000억원(15.7%)을 적립했습니다. 이 가운데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IRP는 1년 새 적립금이 35.1% 늘어, 최근 3년 연속 30%대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초저금리에 주식시장마저 침체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2%에 머물렀다. /자료=금융감독원
초저금리에 주식시장마저 침체해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2%에 머물렀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86.4%인 255조4000억원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용됐고, 나머지 13.6%(40조2000억원)는 ‘실적배당형’으로 굴려졌습니다. 원리금 보장형은 다시 예‧적금(43.0%)과 보험(43.0%)으로 크게 나뉘어 운용됐습니다. 반면 실적배당형의 경우 ‘집합투자증권’(펀드)이 85.6%를 차지했습니다.

금융권역별 적립금 점유율은 ▲은행(50.6%)이 가장 높고, 이어 ▲생명보험(22.0%) ▲금융투자(21.3%) ▲손해보험(4.8%) ▲근로복지공단(1.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수익률을 중요하게 여기는 실적배당형 운용 비중은 ▲금융투자(27.7%)가 가장 높고, ▲은행(12.6%) ▲생명보험(5.4%) ▲근로복지공단(3.5%) ▲손해보험(1.3%)이 뒤를 이었습니다.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이 1.35, 실적배당형이 6.42%를 기록했다. 모두 1년 전보다 각각 0.33, 4.25%p 쪼그라든 것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 퇴직연금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이 1.35, 실적배당형이 6.42%를 기록했다. 모두 1년 전보다 각각 0.33, 4.25%p 쪼그라든 것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체 퇴직연금의 연간수익률은 2.00%로 전년(2.58%)보다 오히려 0.58%p 하락했습니다. 최근 5년 및 10년간 연간으로 환산한 수익률은 각각 1.96, 2.39%였습니다. 금융권역별로는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금융투자(3.17%)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이어 ▲생명보험(1.93%) ▲손해보험(1.69%) ▲은행(1.59%) ▲근로복지공단(1.31%) 순이었습니다.

상품유형별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이 1.35, 실적배당형이 6.42%로 나타났습니다. 모두 1년 전보다 각각 0.33, 4.25%p 하락했습니다. 지난해까지 초저금리가 계속돼 예‧적금, 보험 등 상품 수익률이 쪼그라든 영향이 컸습니다. 여기에 주식시장마저 침체해 펀드 수익률이 국내주식형(25.3 ⟶ 5.7%)을 중심으로 크게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 지적에 누리꾼들은 애초에 퇴직연금을 설계할 때 국민은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퇴직연금 쥐꼬리 수익률 지적에 누리꾼들은 애초에 퇴직연금을 설계할 때 국민은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애초에 퇴직연금을 설계할 때 국민은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운용사들 배만 불리는 현행 퇴직연금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아울러 낙하산 착륙장이 된 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대한 책임감도 환기해주고 있습니다.

“퇴직연금은 금융사 배 불리는 수법. OOOO 퇴직연금에서 내 이익은 0.1%, 비용은 5%. 싫으면 해약하라는데 해약하면 환급해야 할 소득세가 너무 커 해약도 못 함. 누가 설계했는지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국가에서 가입자에게 각종 세금 공제 혜택 주는 걸로 퉁 치는 거지. 금융 마피아와 정부의 콜라보 결과물이다. 나랏돈을 금융권 배 불리는데 쓰는 꼬라지 보기 싫다 당장 없애라”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계좌에서 해외 고배당주 편입 가능하게 해서 노후 자금의 성격에 맞게 배당금으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해라”.

“퇴직연금은 은행, 증권, 보험사의 자산운용사에서 취급하면서 기업이나 근로자의 참여를 배제시켜 자산운용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면서 DC퇴직연금, IRP 수익률이 은행 금리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다. 한편으로 기업들은 선택적 스톡타임으로 DB퇴직연금에서 DC퇴직연금 변경시, 개별근로자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 퇴직연금 운영법은 금융사 배 불리는 수법으로, 모든 근로자의 퇴직금을 금융자산운용사들의 호구로 취급하여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을 구조적으로 착취하고 있다”.

“퇴직연금 간부를 낙하산으로 정부의 보은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연금 관리공단 이사장들은 전문가들이 아닌 눈먼 돈 월급 주며 정부 빚진 사람 일자리 창출 자리다. 그 어마어마한 기금을 전문가로 운용을 해야 할 텐데 정부 딸랑이 짓을 하니 수익이 나올 수가 없다. 전 국민이 주인인 기금을 지들 마음대로 한다. 연수익 상한선을 정해 도달 못 하면 당장 파면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수익이 없어도 지들은 많은 월급만 받아 가면 그만인 것을... 실적에 따라 연봉을 줘야 한다”.

연금계좌 중도인출 때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면 16.5%의 기타소득세 대신 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연금계좌 중도인출 때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면 16.5%의 기타소득세 대신 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연금계좌에서 중도에 돈을 인출하면, 세액공제를 받았던 자기부담금과 운용수익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가 매겨집니다. 하지만 소득세법에서 정한 부득이한 인출의 경우, 낮은 세율(3.3∼5.5%)의 연금소득세만 부과됩니다. 정부는 지난 1월 7일, 세법상 ‘부득이한 중도 인출 사유’에 코로나19 등 ‘사회재난’을 추가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회재난’ 지역에서 재난으로 15일 이상 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 이에 해당합니다. 코로나 치료 과정에서 생계가 힘들어져 연금을 미리 찾을 때도 높은 세율을 부담해야 했던 것을 바로잡은 것입니다. 코로나 등 사회재난으로 피해를 본 사적 연금계좌 가입자의 생계 안정을 지원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지난해 ‘만 55세’ 요건을 갖춰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계좌(39만7270좌) 가운데 95.7%는 일시금을 선택했습니다. 연금으로 받겠다는 수급자는 4.3%에 그쳤습니다. 일시금 수령액도 평균 1615만원에 불과했습니다. 퇴직‘연금’이 아니라, 노후를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퇴직‘일시금’이라는 얘깁니다. 어디 연금절벽을 훌쩍 넘어줄 사다리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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