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월급, IRP로 나도 ‘60만원’ 받아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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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월급, IRP로 나도 ‘60만원’ 받아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09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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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이벤트를 알리는 은행의 광고. /사진=광주은행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이벤트를 알리는 은행의 광고. /사진=광주은행

“절세대장 OOO 이벤트 풍성” “OOO 비대면 가입자 수수료 전액 면제!!!”

2021년 달력이 몇 장 남지 않은 오늘(9일), 포털 경제면 금융 코너에 오른 헤드라인들입니다. 모두 여성 모델이 광고판을 가리키는 사진을 쓴 기사는, 금융 상품 가입을 권하고 있습니다. ‘노후 자금 준비와 함께 연말정산 때 절세 혜택을 누리라’는 것입니다. ‘OOO’에 들어갈 낱말은 무엇일까요.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입니다.

IRP를 가입하기 전에 핵심설명서는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특히 중도에 해지할 때는 그동안 세액공제 받았던 납입금과 운용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 16.5%를 토해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료=금융감독원
IRP를 가입하기 전에 핵심설명서는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특히 중도에 해지할 때는 그동안 세액공제 받았던 납입금과 운용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 16.5%를 토해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료=금융감독원

‘연말정산’. 지난 1년 치 소득에 대해 먼저 뗀 세금을 따져보고, 더 내거나 돌려받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금융꿀팁>으로 IRP에 대한 주의할 점을 안내했습니다. IRP란 근로자가 재직 중에 자발적으로 가입하거나, 퇴직급여를 수령해 직접 운용할 수 있는 금융계좌를 뜻합니다.

연간 납입액의 700만원까지 16.5%(연간 급여가 5500만원을 넘으면 13.2%)의 세액이 공제되는 IRP는, 3분기까지 모두 42조9000억원이 쌓였습니다. 하나의 금융회사에 하나의 계좌만 만들 수 있지만, 다른 금융회사에 추가로 개설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계좌 적립금에 일정률의 수수료가 부과되며, 편입 상품은 예금,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등 다양합니다.

IRP 수수료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고,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자료=금융감독원
IRP 수수료는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고,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자료=금융감독원
IRP 가입 전 금감원 누리집(통합연금포털)이나 각 금융회사 누리집을 통해 금리나 수수료 등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자료=금융감독원
IRP 가입 전 금감원 누리집(통합연금포털)이나 각 금융회사 누리집을 통해 금리나 수수료 등을 미리 알아보는 것이 좋다. /자료=금융감독원

다만 IRP를 중도에 해지할 때는 그동안 세액공제 받았던 납입금과 운용수익에 대해 기타소득세 16.5%를 토해내야 합니다. 상품 가입 이전에 금융사가 보여주는 <IRP 핵심 설명서>를 꼭 읽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심 설명서에는 이밖에 수수료, 연간 납입한도 등 중요사항이 정리돼 있습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핵심 설명서 교부를 의무화했습니다.

이처럼 IRP 해지에 따른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서는 ‘퇴직급여’와 ‘추가납입금’을 별도의 IRP 계좌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6개월 이상의 요양이나 개인회생, 무주택자의 주택구매 등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IRP 적립금 일부만 인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필요한 돈을 빼내 쓰기 위해서는 해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IRP에 가입했는데 수수료가 낮은 금융사로 갈아타고 싶다면 연금 계좌이체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이미 IRP에 가입했는데 수수료가 낮은 금융사로 갈아타고 싶다면 연금 계좌이체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감원은 “IRP 계좌를 나누어 관리하면 긴급한 자금이 필요할 경우 하나의 계좌만 선택적으로 해지할 수 있기에 세제상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미해지 계좌는 연금자산으로 유지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합니다. IRP 계좌 수수료는 금감원 누리집(통합연금포털)이나 각 금융회사 누리집을 통해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 기준 16개 금융사는 온라인으로 IRP에 들면 퇴직급여와 자기부담금에 대한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습니다. 이미 IRP에 가입했다면 수수료가 낮은 곳으로 갈아탈 수 있는 연금 계좌이체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계좌에 편입된 예금 등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만기와 중도해지 이율을 따져보고 계좌이체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상품은 ‘한도만큼 목적에 맞게’ 들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누리꾼들은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상품은 ‘한도만큼 목적에 맞게’ 들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상품은 ‘한도만큼 목적에 맞게’ 들라고 조언합니다. 아울러 알기 쉬운 금융 상품 판매와 함께, 언론의 광고성 상품 소개에 대한 지적도 눈에 띕니다.

“55세 이후가 아니면 쓸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 돈만 넣으세요” “IRP이건 퇴직연금저축·펀드이건 연 400만원 혹은 700만원 한도의 연말정산 공제 혜택 때문에 가입하시는 거면 연간 딱 그만큼만 적립하시고, 본래 목적으로만 사용할 생각하시고 중도 인출 꿈도 꾸지 마시고 그리 운용하세요” “OOOO 찌라시들 매일매일 IRP 가입하라고 떠들더니” “그냥 사기였네. 뭐가 연금이야. 사기지” “좀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맨날 새로운 금융 상품 좀 만들지 말고” “이 정도도 모르면 그냥 정기예금 하세요”.

2019년도분 연말정산 근로자는 1917만명이었다. 이 가운데 소득이 적어 연말정산을 할 필요가 없는 '결정세액이 없는 자'도 705만명이나 됐다. /자료=국세통계연보
2019년도분 연말정산 근로자는 1917만명이었다. 이 가운데 소득이 적어 연말정산을 할 필요가 없는 '결정세액이 없는 자'도 705만명이나 됐다. /자료=국세통계연보

한편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도분 연말정산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3744만원, 연간 급여가 1억원이 넘는 근로자는 85만2000명이었습니다. 이들 근로소득자 3명 가운데 2명은 연말정산을 통해 평균 ‘60만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연말정산을 할 수 없는 일용직 근로자는 740만6000명이었습니다. 복잡한 연말정산, 누군가에게는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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