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도 모르는 주부, “3배 수익”으로 꼬드긴 증권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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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N도 모르는 주부, “3배 수익”으로 꼬드긴 증권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14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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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설명의무를 어기고 원유선물지수를 좇는 해외 ETN에 투자하라고 권유한 증권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픽사베이
금융감독 당국이 설명의무를 어기고 원유선물지수를 좇는 해외 ETN에 투자하라고 권유한 증권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픽사베이

“고객님, 기름값이 0원이 될 수 없으니 ETN도 0원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해외주식에도 투자한 적 없는 주부 A씨는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투자를 권유받습니다. 카카오톡과 전화로 “3배 수익”을 강조한 상품은 ‘해외 레버리지 원유선물지수 ETN’. ETN이 뭔지도 몰랐지만 그 직원도 투자하고 있다는 말에 A씨는 투자를 결정합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해당 상품은 상장 폐지됩니다. 원금을 다 까먹은 ‘-97.85%’의 손실이 발생한 뒤입니다.

‘초고위험’.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가운데 위험도가 가장 높은 등급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투자 경험이 없는 ‘적극투자형’(2등급) 고객에게 위험도가 1등급인 초고위험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이와 관련한 분쟁조정이 잇따를지 관심을 끕니다.

14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분쟁조정 소위원회를 열고 해외 레버리지 원유선물지수 ETN과 관련한 분쟁 처리기준을 논의했습니다. 소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민원이 제기된 ‘벨로시티셰어즈3X롱원유ETN(UWT)’에 대해 해당 증권사에 손배해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해외 ETN과 관련해 ‘설명의무’ 위반으로 배상을 인정한 첫 사례입니다.

금융감독원은 해외주식이나 ETN, ETF 등 상장증권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면, ‘불완전판매’ 여부를 철저히 가릴 계획이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해외주식이나 ETN, ETF 등 상장증권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면, ‘불완전판매’ 여부를 철저히 가릴 계획이다. /자료=금융감독원

먼저 금감원은 해외주식이나 ETN(상장지수증권),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투자 경험이 없는 적극투자형(2등급) 고객에게 초고위험(1등급) 데이트레이딩용 상품을 투자 권유했으므로 ‘적합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설명의무도 어긴 것으로 봤습니다. 증권사 직원은 A씨의 “ETN이 뭐냐”라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고수익 위주로만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A씨가 “(투자하면) 0원이 될 수도 있느냐”라고 묻자, 직원은 “기름값이 0이 될 수는 없으니까 0원이 되긴 어렵다”라며 사실과 다르게 답했습니다. 이 직원은 또 상품설명 후 서명·녹취 등으로 확인해야 하는 법적 의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ETN은 조기청산 조건을 충족하면 상장이 폐지될 수 있으므로 투자설명서의 관련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또 ETN은 추종하는 기초지수가 주가·선물·원자재 등 매우 다양하고, 기초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상품(인버스)과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레버리지)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상품 특성을 반드시 이해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기초지수를 2·3배 추종하는 해외 레버리지 ETN은 기초지수의 변동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며, 중장기 투자대상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금융감독 당국은 앞으로 해외주식이나 ETN, ETF 등 상장증권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하면, ‘불완전판매’ 여부를 철저히 가린다는 계획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상장증권의 일반적 투자위험뿐만 아니라 개별 상품의 특성과 투자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초고위험 상품인 ‘벨로시티셰어즈3X롱원유ETN(UWT)’ 상품 내용. 투자 경험이 없을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초고위험 상품인 ‘벨로시티셰어즈3X롱원유ETN(UWT)’ 상품 내용. 투자 경험이 없을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증권사 말만 믿고 투자했다간 큰 손실을 본다며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며 투자하기에 앞서 공부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아울러 감독 당국의 뒷북 대응이라며 해당 증권사는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증권사 믿고 투자하면 기본 마이너스로 깔고 가지” “증권사는 절대 믿지 마세요. 추천종목 사면 물립니다” “증권사 직원은 수수료 받기 위하여, 보유 상품 처분하기 위하여 고객에게 권유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결코 투자자를 위하지 않는다. 실적이란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지 투자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의 희생으로 돈을 버는 거겠지” “증권사 절대 절대 믿지 마세요. 난 OOOOOO증권사 믿었다 온갖 좋은 말로 갖다 붙여 속아서 가입했는데 배짱이더라고요. 절대 가입하지 마세요”.

“최근 OOOOOO 수익률 27%, △△△△△ 25% 내가 올린 수익률을 증권쟁이 말 듣고 개잡주 투자했다가 수익 다 날리고 현재 –12%, 한 달 넘게 계속 기다리라고만 하네. 내가 멍청했구나. XX쟁이, 증권쟁이, X팔이 동급 인간들임” “진짜 좋으면 몰빵해서 자기만 사겠지” “공부도 안 하고 공짜로 돈 벌고는 싶고. ㅉㅉ 주식카페 가면 왜 하락하죠? 질문이 꽉 차 있다” “추천 종목은 쳐다보지도 마라. 스스로 판단해서 사야 하고 판단이 안 선다면 아직 투자 준비가 안 된 거다” “이래서 공부해야 한다. 남 덕 보려다가 참패했으니”.

“파생은 구조 자체가 사기여” “원유 ETN을 권유하는 증권사 직원이 있다니 놀랍구먼” “너무 무서운 상품!!” “간단히 정리해드립니다. 원자재. 빅스지수 그 외 ETN 붙은 거 다 거르시면 됩니다. 단타 치실 거면 차라리 선물계좌를 트시구요. 주식etf만 하시거나 주식 직접 사시면 됩니다” “이제 와서?” “단속 좀 해라~~~ 그냥 개미들만 피 보게 만들지 말고” “이런 건 증권사가 책임져야지. 원유선물지수?? 어이가 없네” “증권사 직원 중 사기꾼들이 많다. 증권사 직원 재산 몰수해서 갚으라고 해야”.

2016년 7월부터 바뀌어 시행 중인 펀드 위험등급. /자료=금융감독원
2016년 7월부터 바뀌어 시행 중인 펀드 위험등급.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금감원은 2016년 7월 4일부터 펀드 투자위험 등급을 5단계에서 6단계로 늘렸습니다. ▲수익률 변동성이 25%를 넘으면 1등급(매우 높은 위험) ▲15~25%이면 2등급(높은 위험) ▲10~15%이면 3등급(다소 높은 위험) ▲5~10%이면 4등급(보통 위험) ▲0.5~5%이면 5등급(낮은 위험) ▲0.5% 이하이면 6등급(매우 낮은 위험)을 매깁니다.

반면 2009년 2월 4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의 투자자 성향은 5단계로 나뉩니다. ▲모든 상품에 마음대로 투자하는 1등급(공격투자형) ▲순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2등급(적극투자형) ▲원금부분보장형 ELS, DLS에 투자 가능한 3등급(위험중립형) ▲위험자산 투자 한도가 30% 이내인 4등급(안정추구형) ▲채권과 MMF가 적당한 5등급(안정형)입니다.

“투자자에게 맞춤상품을 입히는 것도 감독 당국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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