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적자 가계부, 다시 떠오르는 ‘사법시험 부활론’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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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적자 가계부, 다시 떠오르는 ‘사법시험 부활론’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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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10년 가계금융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보유자산은 부동산 편중이 지나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역시 주거 목적, 주택 구입 등 부동산과 밀접한 관계를 나타냈다. /자료=통계청
2010년 가계금융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보유자산은 부동산 편중이 지나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역시 주거 목적, 주택 구입 등 부동산과 밀접한 관계를 나타냈다. /자료=통계청

“네 가구 가운데 하나는 빨간 가계부다.”

또 다른 십년을 앞둔 2010년 12월 2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통계청이 함께 조사한 첫 통계가 나옵니다. <제1회 가계금융조사>. 전국 표본 1만가구의 지난 1년 가계부가 낱낱이 공개됩니다. 가구당 평균 자산 2억7268만원, 부채 4263만원. 다만 전체 가구의 47.0%는 소득이 지출과 비슷했지만, 25.6%는 ‘적자 가구’였습니다. 네 집 중 한집 꼴입니다.

‘적자가계’. 한집안의 살림살이가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경우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올해로 12번째인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적자가계의 부담이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의 4분의 1은 빚을 갚는 데 쓰였습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부채는 8801만원으로 1년 사이에 6.6%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득은 6125만원으로 3.4% 느는 데 그쳤다. /자료=통계청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부채는 8801만원으로 1년 사이에 6.6%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득은 6125만원으로 3.4% 느는 데 그쳤다. /자료=통계청

20일 금감원·한은·통계청의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부채는 8801만원으로 1년 사이에 6.6% 증가했습니다. 반면 지난해 가구당 평균 소득은 6125만원으로 3.4%(201만원) 느는 데 그쳤습니다. 2010년 시작된 가계금융조사는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바뀌어, 해마다 전국 2만여 표본 가구를 직접 방문해 면접 조사합니다.

가구당 부채는 금융부채가 74.1%(6518만원), 임대보증금이 25.9%(2283만원)였습니다. 금융부채는 특히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이 급증했습니다. 1년 사이에 각각 11.3, 8% 늘었습니다. 전체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17.5%였습니다. 빚을 진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은 1265만원이었습니다. 처분가능소득이 5003만원이니, 4분의 1은(25%) 빚을 갚는 데 썼다는 얘기입니다.

부채를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1억2208만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증가 속도는 30대(평균 부채 1억1190만원)가 11.0% 늘어 가장 빨랐습니다. 40대(7.8%), 60세 이상(8.0%), 20대(2.1%), 50대(1.6%)와 견줘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투자 열풍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집값을 따라잡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담보 등 금융대출이 크게 늘어난(14.1%) 것이 방증입니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지난해 소폭 개선됐다.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이 급증한 영향이다. /자료=통계청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지난해 소폭 개선됐다.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이 급증한 영향이다. /자료=통계청

국내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월 말 기준 5억253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8% 늘었습니다. 조사를 시작하고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1452만원으로, 이 가운데 부동산이 3억6708만원으로 14.8% 올랐고, 거주하는 집(2억2876억원)도 20.7% 뛰었습니다. 금융자산은 1억1319만원으로 7.8% 느는 데 그쳐, 재테크보다 ‘주’테크를 입증했습니다.

지난해 3.4% 증가한 가구의 평균 소득(6125만원)은 재난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공공기관 등에서 개인에게 지급되는 소득)이 31.7% 급증한 영향이 컸습니다. 이에 따라 지니계수가 2019년 0.339에서 지난해 0.331로 낮아지는 등 소득 양극화 수준이 소폭 개선됐습니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 정도가 크다는 뜻입니다.

가계부채 부담이 늘었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빚을 내어서라도 집을 마련하고 싶은 바람과 함께 다가올 금리 인상 후폭풍에 대한 걱정도 쏟아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가계부채 부담이 늘었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빚을 내어서라도 집을 마련하고 싶은 바람과 함께 다가올 금리 인상 후폭풍에 대한 걱정도 쏟아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관심은 온통 ‘집’에 쏠려 있습니다. 빚을 내어서라도 집을 마련하고 싶은 바람과 함께 다가올 금리 인상 후폭풍에 대한 걱정도 쏟아냅니다.

“저렇게 영끌해서 산 집을 다음 영끌족이 빚투해서 매수해줘야 하는데…. 이미 영혼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은 다 끌어왔음. 다음 영끌족이 집값 받쳐주기에는 그 이상 집값 폭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하는데 그 원동력이 이제 사그라들고 있지”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랑 별개죠? (부채가) 8.8천만원이면 생각보다 적네요” “평균의 함정 ㅋㅋㅋㅋ 대출 한푼도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낮춰준 거임” “대출 8.8천만에 집 마련했음 좋겠네” “나도 9000만원 빚 있는데.ㅋ 어케 알았지 족집게네”.

“이제 미국이 금리 올리면 대출이자 2배가 될 거다. 마음의 준비들 해라” “경제를 조금이라도 알면 지금 시기는 팔 시기지” “휴... 대출 없이 집 사서 다행이네. 역시 사람은 자기가 감당할 선에서 (대출)해야 돼” “고정금리로 받았습니다. 이자 높아져도 상관없어요” “내 주제에 맞게 살자” “부동산과 피(웃돈)팔이만 배 부른 꼴” “솔직해지자~ 집 사면서 부채들 엄청 늘었지... 그만큼 재산 증가 엄청 되었을 거고~” “10년 후에 집값 반토막 난다. 고령화에 인구도 줄고 집은 늘어나고”.

“집값 떨어질까봐 영끌 빛투 끌어대는데 제발 정신 좀 차려라. 영끌족도 무늬만 영끌족이지 부모 돈으로 집 구입한 것. 제발 영끌족 걱정 그만하고 무주택 서민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을 펼쳐라. 3년 전 가격으로 원복(원상복귀), 그것이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것” “1인 가구가 몇십억 하는 집 살 능력이 있남??” “지금의 집값이 다 은행 돈으로 만들어진 거다. 평생 은행의 노예로 살아야 할 사람이 많음. 담보대출 합쳐서 은행 빚 5억 이상이면 노예라고 생각하면 됨” “나는 빚 없다아~~~ 만세 ㅎㅎㅎ”.

소득 최하위 20% 가구는 최근 9년간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은 ‘적자재정’ 상태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민주노동연구원
소득 최하위 20% 가구는 최근 9년간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은 ‘적자재정’ 상태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민주노동연구원

한편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20% 가구는 최근 9년간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은 ‘적자재정’ 상태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1분위 가구의 저축가능액(소득-지출액)은 2012년 마이너스를 기록(-61만원)한 이후 지난해(-42만원)까지 9년 연속 적자재정을 지속했습니다.

저소득 가구는 벌이가 적음에도 주거, 의료비 등 필수 경비 부담은 가장 컸습니다. 지난해 1인당 주거비는 ▲1분위 가구 149만원 ▲2분위 140만원 ▲3분위 119만원 ▲5분위 117만원 ▲4분위 107만원이었습니다. 1인당 의료비 역시 ▲1분위 96만원 ▲2분위 77만원 등 하위 40% 가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 부활 공약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사법시험 부활 공약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처럼 저소득 가구가 필수 경비 부담에 짓눌리면서 교육비 양극화는 더욱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교육비 지출액은 5분위 가구가 79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4분위 422만원 ▲3분위 239만원 ▲2분위 93만원 ▲1분위 22만원 순이었습니다.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 사라지는 시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사법시험 부활론’이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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