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리보금리, 꿈틀대는 기준금리 [사자경제]
상태바
사라지는 리보금리, 꿈틀대는 기준금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28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도이체방크의 리보금리 조작 사실을 제보한 내부 고발자에게 2억달러의 포상금 지급 소식을 전하는 월스트리트저널.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누리집
도이체방크의 리보금리 조작 사실을 제보한 내부 고발자에게 2억달러의 포상금 지급 소식을 전하는 월스트리트저널.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누리집

“9년 전 내부 고발자에 2300억원이 전달됐다.”

지난 10월 21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사상 최대 규모의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2012년 파생상품 불법 거래 스캔들의 직접 증거인 ‘리보금리 조작’을 제보한 대가입니다. CFTC는 제보자와 조사대상 기업을 알리지 않습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은 “도이체방크 25억달러 합의금과 관련이 있다”라고 전합니다.

‘리보금리’(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영국 런던의 주요 은행끼리 6개월 이내의 단기자금을 빌릴 때 제시하는 이자율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그동안 국제 파생거래 등에서 폭넓게 쓰이던 리보금리 산출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중단됩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대체금리를 활성화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계획입니다.

리보금리 산출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중단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체금리 활성화 등 국제 금융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
리보금리 산출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중단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대체금리 활성화 등 국제 금융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비(非)USD리보(파운드·유로·엔화 등 관련)와 일부 USD(미국 달러화)리보 산출은 내년 1월부터 중단됩니다. 이어 2023년 7월부터는 모든 리보 산출이 중단됩니다. 금융위는 이달 24일 기준 비USD리보 관련 계약은 99.6%를 대체금리로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USD리보도 87%까지 전환을 마쳤습니다.

금융위는 대체금리 전환과 함께 지난달부터 산출 및 공시되기 시작한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KOFR는 호가가 아닌 실거래 기반의 무위험지표금리(RFR) 개발 필요성에 따라 탄생했습니다. 금융위는 CD(양도성 예금증서)금리보다 KOFR가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에 KOFR 선물시장을 개설하는 한편, KOFR 기반의 금융상품과 거래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KOFR 산정의 기반이 되는 RP(환매조건부 채권) 시장 제도를 개선해 중장기적으로 KOFR가 CD금리를 대체하는 단기자금시장 지표금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가 상승할 경우, 소비 임계수준을 넘어서는 차주 비중은 특히 저소득층과 20·30대 청년층에서 크게 상승했다. /자료=한국은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가 상승할 경우, 소비 임계수준을 넘어서는 차주 비중은 특히 저소득층과 20·30대 청년층에서 크게 상승했다. /자료=한국은행

한편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지 초미의 관심인 가운데, ‘임계수준’ 이상의 부채를 가진 저소득층과 2030 청년층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은이 지난 23일 내놓은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비를 줄여야 할 정도의 부채 수준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으로 45.9%였습니다.

DSR가 8%포인트 상승할 경우, 소비 임계수준을 넘어서는 차주 비중은 특히 저소득층과 2030 청년층에서 각각 27.7, 12.3%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고소득층은 8.6%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8.5, 50대 9.8, 40대 12.3%로 나타나,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득이 많을수록 소비 제약 정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은이 새해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내놓으면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주열 한은 총재. /자료사진=한국은행
한은이 새해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내놓으면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주열 한은 총재. /자료사진=한국은행

한은은 “가계부채가 부동산시장에 집중되고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계층 간 대출 접근성 격차가 곧 자산 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등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라며 “자산시장의 자금 쏠림으로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의 자산시장으로의 유입을 완화하기 위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한은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금융안정 보고서 발표 다음 날 <202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행위를 계속 완화해 나가 가계대출 증가세 등의 추세적 안정을 도모하겠다”라고 알린 것입니다. 1월보다 2월 금통위에 기준금리 인상 무게가 실리는 이유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새해 업무보고를 발표하면서 포용금융 확산을 내세웠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새해 업무보고를 발표하면서 포용금융 확산을 내세웠다. /자료=금융위원회

이보다 앞서 금융위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새해 최우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22일 내놓은 <2022년 업무보고>에서 총량 관리에 기반하되 시스템 관리를 강화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4~5%대로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포용금융 확산”을 내세운 당국의 노력을 기대해봅니다. 사라지는 시장금리, 꿈틀대는 기준금리, 어쨌든 금리가 문제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