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증시 10대 뉴스와 ‘개미지옥’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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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증시 10대 뉴스와 ‘개미지옥’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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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코스피지수 3000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거래소가 뽑은 올해 10대 뉴스 가운데 첫 번째다. 사진은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코스피지수 3000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거래소가 뽑은 올해 10대 뉴스 가운데 첫 번째다. 사진은 부산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5년 안에 3000 시대를 꼭 열겠다. 지켜봐 달라.”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 하루 전인 2012년 12월 18일. 주가 상승을 뜻하는 빨간 옷을 입고 한국거래소를 찾은 대선 후보는 ‘꿈의 숫자’를 약속합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임기 안에 코스피지수 3000을 이루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삼천피’ 시대가 찾아온 건 그로부터 8년 20일이 지난 뒤입니다. 정권마저 이미 바뀌고 난 뒤입니다.

‘십대뉴스’. 한해를 마무리하며 정치, 사회, 문화, 체육 등 분야별로 1년 동안 주목을 받거나 뜻깊었던 일을 간추려 뽑은 열 가지 뉴스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증권·파생상품시장에 영향을 끼친 10대 뉴스를 뽑았습니다. 올해도 ‘영끌’(영혼을 끌어모아)과 ‘빚투’(빚 내 투자)로 대변되는 투자 열기만큼 ‘최초’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많았습니다.

① 코스피 3000·코스닥 1000 돌파

올해 1월 7일 코스피 지수는 수출 증가와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3000’을 돌파했습니다. 지수를 발표한 1983년 1월 4일 이후 처음이며, 2007년 7월 25일 ‘2000’에 진입한 지 13년 5개월 만입니다. 뒤이어 코스닥도 올해 4월 12일 1000포인트를 넘어섰습니다. 20년 7개월 만에 지수를 회복한 것으로, ‘삼천피와 천스닥’ 시대를 연 것입니다.

올해도 미국 증시가 견고한 상승을 이어가고, 개인의 직접투자 열풍이 불면서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다. /출처=한국거래소
올해도 미국 증시가 견고한 상승을 이어가고, 개인의 직접투자 열풍이 불면서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다. /출처=한국거래소

②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투자 급증

올해도 미국 증시가 견고한 상승을 이어가고, 개인의 직접투자 열풍이 불면서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4일까지 해외주식 결제대금은 3908억달러(약 463조6842억원)로, 지난해 연간 1983억달러보다 97% 급증했습니다. 해외주식 보관금액도 10월 말 기준 746억달러로, 열 달 만에 59%(276억달러) 늘었습니다.

③ 코스피 및 코스닥시장 공모금액 사상 최대

올해 코스피시장의 기업공개(IPO) 공모금액은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상장에 힘입어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습니다. SKIET는 2조2459억, 카카오뱅크는 2조5526억, 크래프톤은 4조3098억원을 끌어모았습니다. 코스닥시장 역시 3조6000억원의 공모금액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양 시장 합쳐 20조8000억원을 공모하며 2010년의 2배를 넘었습니다.

11월 3일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공모주 개인 물량 전체에 균등배정 방식을 적용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사진=카카오페이
11월 3일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공모주 개인 물량 전체에 균등배정 방식을 적용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사진=카카오페이

④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참여 확대

올해부터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이 30%로 늘어나면서 ‘균등배정’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피엔에이치테크가 처음으로 개인 물량을 30%까지 확대하며 공모했고, 씨앤투스성진을 시작으로 균등배정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공모주 개인 물량 전체에 균등배정 방식을 적용한 첫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⑤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미래산업 관련주 투자 열풍

올해 투자자들은 메타버스와 NFT 등 미래산업 관련주에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메타버스 관련주인 위지윅스튜디오는 11월에만 80.55%, NFT 대표주인 위메이드는 10월에만 161% 급등했습니다. 이들 미래산업과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10월 동시 상장한 메타버스 ETF 4종은 9일 기준 순자산총액 1조10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⑥ 공매도 부분 재개 및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

금융위원회는 국내 및 글로벌 증시 안정화를 위해 5월 3일부터 공매도 부분 재개를 결정했습니다.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을 구성하고 있는 대형주로 제한해 허용했습니다. 아울러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개인대주 제도’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공매도에 반발한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인 ‘K스톱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⑦ 쿠팡, 뉴욕거래소 상장

3월 11일 쿠팡이 뉴욕거래소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이후 마켓컬리, 카카오엔터, 두나무 등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면서 K-유니콘 기업의 해외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유니콘 기업이 보다 원활하게 국내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K-유니콘 상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미국 증시 예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미국 증시 예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⑧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문화 확산

국내서도 ESG를 고려하는 책임투자가 확산하자, 지속가능경영 및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단계적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제도적 기반이 조성됐습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ESG 정보를 공개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활용해 책임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춘 것입니다. 아울러 관련 지수 개발 및 ETF·ETN(상장지수증권) 상장을 통해 ESG 투자 확대에 나섰습니다.

⑨ 상장사 결산실적 사상 최고치 달성

코스피시장은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이 1651조, 영업이익 143조, 순이익 128조원을 기록했습니다. 모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입니다. 코스닥시장 역시 누적 매출 157조, 영업이익 12조, 순이익 11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 같은 최대 실적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재정정책 및 수출 호조에 힘입은 영향입니다.

⑩ ETF 500종목 돌파 및 순자산총액 최대

8월 ETF 시장은 개장 이후 19년 만에 500종목을 돌파했습니다. 순자산총액도 11월에 7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다양한 상품의 상장이 성장을 이끈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에는 연금계좌를 통한 ETF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증권사 빅4 퇴직연금 계좌의 ETF 잔액은 10월 2조4151억원까지 불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도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공매도 재개를 앞둔 지난 4월 27일,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공매도 재개를 앞둔 지난 4월 27일, 은성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박스피를 전전하다 이제 삼천피가 됐는데 으뜸 기삿거리냐며 답답함을 토해냅니다. 이어 삼천피마저 무너진 오늘(30일) 코스피지수에 대한 한숨은, 이내 공매도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집니다. 당연히 당국과 증권사가 타깃입니다. 미국 증시 예찬론은 불만을 쏟아내는 논거로 안성맞춤입니다.

“기업들은 죽도록 일하는데 공매도에 휘둘려 박스피 전전하다 이제서야 3천 넘은 게 올해의 증시 뉴스라니 답도 없다” “3000피 돌파했는데 지금은 3000피 붕괴했는데?” “오늘 폭락으로 지금 3000 아래임” “코스닥 지수가 1000으로 시작해서 30년 동안 아직 1000인데 이게 정상임??” “2500 다시 안오냐” “시중에 돈은 미친 듯이 풀렸는데 금리 낮아서 투기나 도박성 투자처로 돈이 많이 들어 와 있을 뿐이지. 다들 어찌 보면 치킨게임 중이다” “증권사들 축제 분위기네. 개인들 피 뽑아먹고, 수수료 떼먹고. 수익률 대박이겠잖아. 성과급 잔치 하겠구먼~~^^” “동학개미로 끌어들여서 수수료로 많이들 처먹었다. 축하한다. X관들의 XX짓에 수 많은 개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매도 잔고는 왜 매년 느는데?” “주식 한국주식 하지마. 미국주식 해. 공매도 증권사 돈 벌게 한다” “오너리스크 물적분할에 장기투자자 다 죽이는 국내 주식시장 국민연금도 퇴직연금도 등 돌린다. 공매도? 누가 폐지하래. 공정하게만 해봐라. 그런 말 안 하지. 애초에 공정하게 관리 못 하니 하지 말란 거다. 금융범죄 솜방망이 검찰 끼고 주가조작이 다반사다. 기업기밀 누설부터 금융범죄 철퇴를 내려라. 그 전에는 미국주식으로 가는 거지” “투자주의 경고 위험. 이래서 누가 투자해. 미국주식 사자”.

“거래하기 쉬운 국내장을 두고 왜 해외 가냐고? 대놓고 눈앞에서 사기를 치잖아. 우량기업에 투자하면 알맹이 분할해서 상장하지를 않나? 증권사는 EFT상품을 구라치면서 개미들 피 빨아먹지를 않나? 어제는 코스피가 하락했는데도 코스피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도 덩달아 하락했음. 이런 경우 누구만 돈 벌까? 증권사 개관 세금 걷는 나라만 돈을 벎” “미국 기업의 80%는 배당 줌. 한국기업은?? 미국은 경제사범들 돈 가지고 장난치면 처벌 쎄게 내림. 한국은?? 미국 기업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환원하려고 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한국 기업은???? 물적 분할해서 자본금 끌어당기고 그걸로 돈 벌고 주주한테 환원도 안 함”.

1월 4일 2944.45로 출발한 2021년 코스피지수는 폐장일 2977.65로 마감했다. 1년 동안 33.2포인트 오른 셈이다. /자료=한국거래소
1월 4일 2944.45로 출발한 2021년 코스피지수는 폐장일 2977.65로 마감했다. 1년 동안 33.2포인트 오른 셈이다. /자료=한국거래소

한편 1월 4일 2944.45로 출발한 2021년 코스피지수는, 폐장일인 이날 2977.65로 마감했습니다. 1년 동안 33.2포인트 오른 셈입니다. 9년 전 코스피 3000을 공약했던 대선 후보는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며 ‘개미지옥’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이제 강산이 변하는 2022년, 대한민국 증시는 개미지옥에서 벗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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