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위원장, 누굴 위한 ‘혁신금융’인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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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위원장, 누굴 위한 ‘혁신금융’인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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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 10월 말까지 자금이 필요한 혁신기업 406곳에 대출 3조2340억, 보증 8694억, 투자 4082억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자료=금융위원회
지난 10월 말까지 자금이 필요한 혁신기업 406곳에 대출 3조2340억, 보증 8694억, 투자 4082억원의 지원이 이뤄졌다. /자료=금융위원회

“코스닥처럼 혁신기업에겐 코스피 상장 문턱을 낮추겠다.”

지난 2월 첫날,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기업금융 활성화 방안>을 내놓습니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이라는 요건만 갖춰도 유가증권시장의 문을 열어주겠다는 것입니다. ‘국가대표 혁신기업’처럼 앞날이 유망한 기업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기대감을 표현합니다. “OO헬스케어 빨리 상장시켜라” “△△메디슨 상장하라”….

‘혁신기업’. 정부의 ‘국가대표혁신기업1000’ 정책에 따라 금융지원이 이뤄지는 기술혁신 기업을 줄여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혁신기업1000은 내년까지 각 산업부문을 대표하는 혁신기업 1000곳(+α)을 선정, 대출에서 보증·투자까지 도움을 주는 사업입니다. 지난 10월까지 자금이 필요한 406곳에 대출 3조2340억, 보증 8694억, 투자 4082억원의 지원이 이뤄졌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10개 부처와 협업을 통해 네 번째 혁신기업 235개사를 뽑았다. 이로써 지난해 7월 32개사를 시작으로 2, 3차를 거치며 600개사로 불어난 혁신기업은 모두 835개사로 늘었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10개 부처와 협업을 통해 네 번째 혁신기업 235개사를 뽑았다. 이로써 지난해 7월 32개사를 시작으로 2, 3차를 거치며 600개사로 불어난 혁신기업은 모두 835개사로 늘었다. /자료=금융위원회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특허청, 방사청 등 10개 부처와 협업을 통해 네 번째 혁신기업 235개사를 뽑았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32개사를 시작으로 2, 3차를 거치며 600개사로 불어난 혁신기업은 모두 835개사로 늘었습니다.

이번 4차에 선정된 혁신기업은 산업별로 ▲첨단제조·자동화 41곳 ▲화학·신소재 15곳 ▲에너지 17곳 ▲환경·지속가능 24곳 ▲건강·진단 32곳 ▲정보통신 70곳 ▲전기·전자 6곳 ▲센서·측정 5곳 ▲지식서비스 25곳입니다. 특히 빅3인 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반도체 44곳(18.7%)과 뉴딜 분야 198곳(84.3%)이 눈에 띕니다.

정부는 혁신기업을 대상으로 업종별 대출한도 적용을 배제하고 운영자금 한도를 확대하는 등 지원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정부는 혁신기업을 대상으로 업종별 대출한도 적용을 배제하고 운영자금 한도를 확대하는 등 지원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이들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어납니다. 대출은 업종별 한도 적용을 배제하고 운영자금 한도를 확대 적용합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추정매출액의 25~50%에서 50~60%로, 수출입은행은 기존 수출실적의 50~90%를 100%까지 대출해주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혁신성과 기술성 등을 따져 금리도 최대 0.9~1.0%p 깎아줍니다.

혁신기업에 대한 보증도 ‘신용보증기금 150억, 기술보증기금 100억원’의 최고 보증 한도 안에서 운영자금 한도를 확대 적용할 방침입니다. 또 추정매출액의 2분의 1까지 보증을 해주고, 보증 비율도 85%에서 95%로 확대하며 보증 요율도 0.4%p 감면합니다. 이밖에 정책형 뉴딜펀드, 혁신솔루션펀드 등을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 계획입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5일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15일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한편 ‘혁신금융’을 강조했던 전임 금융위원장과 다른 길을 걷는 고승범 위원장이 또 ‘마이웨이’를 불렀습니다. 전날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동일기능·동일규제 및 소비자보호 원칙이 지켜지는 가운데 이뤄지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취임 직후부터 이어지고 있는 똑같은 레퍼토리입니다.

고 위원장은 이날 데이터·신기술·플랫폼·디지털보안·디지털자산 등 5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금융 발전전략을 수립하겠다면서 소비자 보호 원칙도 정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형 금융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 편향적 서비스 제공 등에서는 영업행위 규제 등을 통해 철저히 감독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는 그동안 빅테크와 핀테크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금융혁신에 공을 들였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110여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고,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한 것 등입니다. 하지만 고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규제’로 치우친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혁신을 앞세우지만 전통 금융사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기사에 달린 댓글들. 네이버 포털기사 갈무리.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금융플랫폼 혁신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기사에 달린 댓글들. 네이버 포털기사 갈무리.

“3년 안에 10억달러 가치가 있는 유니콘 30개를 만들겠다”. 지난해 2월 17일,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혁신기업을 뽑아 40조원을 지원하겠다며 내놓은 청사진입니다. 가계와 부동산으로 쏠린 돈의 물꼬를 ‘될성부른 기업’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입니다. 한국판 에어비앤비나 우버를 만드는 ‘K유니콘’ 사업을 뒷받침하겠다는 포용금융, 벌써 길을 잃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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