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은 하지 않고… 에이피알, ‘27일’이 두렵다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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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은 하지 않고… 에이피알, ‘27일’이 두렵다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4.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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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직전 주가 100만원 예상에 경쟁률 1000대 1 청약 흥행 무색
공모가 25만원 안팎 맴맴, 이달 말 오버행 물량 모두 풀리면 어쩌나
지난 2월 27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에이피알 상장기념식에서 김병훈 대표(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에이피알
지난 2월 27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에이피알 상장기념식에서 김병훈 대표(가운데) 등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에이피알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첫 조(兆) 단위 ‘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의 주가가 공모가(25만원) 전후로 횡보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부풀려진 공모가 설정과 장외가격으로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했지만, 상장 직후 매물이 쏟아지면서 기업 본연의 가치로 주가가 회귀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공모 청약 당시 10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균등배정주 수가 계좌당 0.06주에 그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셈이죠.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에이피알의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만9000원(8.15%) 오른 25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공모가는 겨우 회복한 셈입니다.

에이피알은 상장 전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의 기대감을 모았지만, 상장일인 지난 2월 27일 개장 직후 공모가 대비 87% 오른 46만7500원까지 급등한 뒤 같은 날 31만7500원으로 떨어진 채 장을 마쳤습니다. 이후 21만1500원까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주가에도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오버행(출회할 수 있는 과잉 물량)에 대한 부담으로 주가가 반등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상장 당시 하나비욘드파이낸스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 57곳은 자발적인 보호 예수에 동참했습니다. 이들의 지분은 상장 후 1개월 보호예수로 87만4272주(지분율 11.53%), 2개월 보호예수로 88만5936주(11.68%)가 묶여 있었습니다. 1개월 보호예수가 풀린 지난달 27일에는 개장과 함께 에이피알 주가가 7% 가량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상장 2개월차가 되는 오는 27일에는 보호예수가 모두 풀리게 됩니다. 1개월 보호예수 해제 물량도 상당 부분 소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상장 2개월차에 매도 가능해지는 물량만 해도 이날 종가로 2183억원어치입니다.

설립한 지 10년째인 에이피알이 중견기업 반열에 오르며 코스피시장에 입성할 수 있었던 건 ‘스타 마케팅’ 효과가 컸다는 평가입니다. 그동안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마케팅에 아낌없이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에이피알의 주력 브랜드 메디큐브는 2017년 방송인 유재석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데 이어 지난해엔 배우 김희선을 대표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이에 대한 비용으로 광고선전비는 2018년 278억, 2019년 420억, 2020년 641억, 2021년 714억, 2022년 1156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으며, 지난해도 1016억원이나 투입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매출액과 비교해 2018년 27%, 2019년 26%, 2020년 29%, 2021년 27%, 2022년 29%, 2023년 19% 등 대략 20~30% 수준입니다.

이에 비해 비용 처리된 연구개발(R&D) 비용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고와 마케팅에만 치중한 채 제품 업그레이드에는 소홀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동국제약 등이 앞다퉈 새로운 뷰티테크 사업에 발을 들이고, 관련 기기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 한가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홈뷰티 기기와 화장품,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 마케팅 전략을 통해 성장했다”면서 “현재의 차별화된 제품이 경쟁을 잃으면 톱스타를 앞세운 광고 전략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에이피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238억936만원으로, 전년(3976억9811만원) 대비 31%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41억9372만원, 당기순이익은 815억4605만원을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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