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려도 혜택이 더 많다’는 쿠팡, 너무 오만하다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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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올려도 혜택이 더 많다’는 쿠팡, 너무 오만하다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4.15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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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멤버십 ‘월 4990원→7890원’ 기습 인상, 2018년 최초 가격의 2.7배
‘시장 장악 후 수익 극대화’ 전략… 뉴욕증시에 상장한 모기업 주가도 껑충
/사진=쿠팡
/사진=쿠팡

쿠팡의 구독형 ‘와우 멤버십’ 가격이 지난 13일부터 월 7890원으로 올랐습니다. 약 2년 4개월 만에 기존 월 4990원에서 58%나 인상한 것입니다. 쿠팡은 이번 인상된 가격은 먼저 신규 가입자에게 적용한 뒤 오는 8월부터 모든 회원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쿠팡이 와우 멤버십을 도입한 2018년, 최초 가격은 2900원이었습니다. 이후 판매 품목을 지속적으로 늘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상품을 구비하고, 무료로 당일이나 다음 날까지 빠르게 배송하면서 구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현재까지 약 1400만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습니다. 국민 3.5명당 1명이 ‘와우 회원’으로 한 가구에 한 명은 멤버십을 구독하는 셈입니다.

이런 자신감 때문인지 쿠팡의 행보에 거침이 없습니다. 마치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멤버십 가입자가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쿠팡이 이번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밝힌 여러 이유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쿠팡은 “와우 회원은 무료 배송, 무료 배달, 무료 직구, 무료 반품과 무료 OTT 등 고물가 시대 고객 부담을 줄여준 ‘5무(無)’ 혜택이 가능하다”라면서 “해당 5개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이용한다면 멤버십 미이용 회원과 비교해 약 87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쿠팡은 이를 모두 합치면 지난 한 해 와우 회원은 4조원의 비용 절약 혜택을 봤다고 강조했습니다.

쿠팡은 또 58% 가격 인상쯤은 감내해야 하지 않겠냐는 투로 여러 OTT 서비스와 와우멤버십의 가격을 비교했습니다. 무료 서비스인 ‘쿠팡플레이’ 하나로도 월 구독 비용 7890원은 비싼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죠.

그런데 쿠팡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무료 서비스라고 볼 수 있을까요. 우선 제공받는 서비스에 대해 구독료를 내고 있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회원들도 많은데 이를 ‘무료 서비스’라고 하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쿠팡은 이번 구독료 인상으로 멤버십 수익이 크게 늘어납니다. 현재 월 698억원가량인 구독료 수입이 1104억원으로 매월 4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것이죠. 연간 구독료로만 1조3000억원 가량 벌어들이게 되는 셈입니다. 

쿠팡은 이번 구독료 인상은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올해부터 3년간 신규 풀필먼트 확장과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해 3조원 이상을 투자, 2027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 목소리가 큽니다. 저렴한 멤버십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은 뒤 압도적인 투자로 업계 경쟁자들을 도태시키며 생태계를 장악하고, 이후 소비자들에게서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는 전략에 대한 반감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쿠팡은 다른 경쟁업체들이 발 붙이지 못할 정도로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뒤 수익을 극대화하는 플랫폼업체의 전형적인 사업 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어느 정도 선을 넘으면 소비자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사실상 부가 혜택인 쿠팡플레이나 쿠팡이츠는 사용하지도 않는데 구독료를 연 10만원이나 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요금이 오르기 전인 7월까지만 사용하고 해지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 32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며 설립 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습니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 영업이익 6174억원(4억7300만달러)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아이엔씨(Inc) 주가는 종가 기준 21.25달러로, 전날보다 2.19달러(11.49%) 올랐습니다. 쿠팡의 주가가 20달러 선을 넘은 것은 1년 6개월 만입니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쿠팡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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