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7500억원에 팔았는데 6년 만에 ‘3500억’ 껑충, 다음 달 말 매매계약 예정
서울 강남 삼성타운 빌딩 가운데 하나인 ‘더에셋’(The Asset)이 국내 오피스 단독빌딩 최고가인 1조1000억원에 다시 삼성 품에 안긴다는 소식입니다.
25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리츠 운용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은 6년 전 삼성물산으로부터 인수한 더에셋의 매각 우선협상자로 삼성SRA자산운용을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오는 9월 말쯤 정식 매매계약 예정인데, 이때 하드 디포짓(Hard Deposit·이행보증금) 200억원도 함께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SRA자산운용은 해당 건물을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의 투자를 통해 더에셋을 인수할 계획입니다.
이번 더에셋 매각은 올해의 ‘랜드마크 딜’로 꼽히는데다 강남권역(GBD)의 상징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런 흥행엔 삼성이 삼성타운 건물을 되산다는 상징성도 한몫했죠.
입찰에는 국내 랜드마크급 빌딩 매매에 단골로 참가하고 있는 외국계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비롯해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등 쟁쟁한 국내외 운용사 8곳이 참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삼성SRA운용을 비롯해 코람코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 등 3곳이 숏리스트 명단에 올라 최종 경합했습니다.
삼성SRA운용은 3.3㎡당 4000만원 중반대인 총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써낸 것은 물론, 200억원의 이행 보증금 납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와 함께 계약에서 잔금 납부에 이르는 딜 클로징 기간도 촘촘하게 제시해 누구보다 더에셋에 대한 강한 애착을 드러냈습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을 이야기할 순 없지만, 삼성SRA운용보다 더 큰 매수 금액을 제시한 곳도 있었다”라면서 “심사에 참여한 리츠(코크렙 43호)의 주요 주주 등이 매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삼성SRA운용의 손을 들어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SRA운용은 더 큰 매수가를 제시한 다른 운용사보다 2배의 하드 디포짓과 절반 이상 짧은 딜 클로징 기간을 제시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더에셋은 연면적 8만1117㎡(약 2만4538평)에 달하는 초대형 오피스 빌딩으로 강남대로와 테헤란로의 교차점에 있고, 지하철 2호선 및 신분당선 강남역과도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서초동 삼성타운 A~C동 중 B동에 해당하죠. 서울 강남과 수원 삼성전자 공장 인근까지 운행하는 지하철 신분당선이 ‘삼성 노선’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더에셋은 2018년 당시엔 삼성물산 사옥으로 사용했는데 삼성물산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건물을 매각했고, 이를 코람코자산신탁이 7448억원에 인수한 것입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자산운용사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는데 ‘코크렙43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코크렙 43호 리츠)’를 만들어 매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에쿼티 투자자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농업협동중앙회 등이 참여했는데, 미래에셋의 자금은 정부 디딤돌 대출의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입니다.
때문에 이번 딜 과정에서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한 리츠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최고가 입찰이 아닌 방식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서민의 주택자금대출 재원의 추가 수익 기회를 놓쳤다”라는 일각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은 최고가보다는 모든 주변 상황을 고려한 안정적인 최적가로 매각하는 게 옳을 뿐더러, 코크렙 43호 리츠가 약 6년 만에 3500억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어서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부동산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에셋 매각은 단일 빌딩으로는 최고가의 빅딜인데다 하드 디포짓 규모와 매각 수익 등 여러 가지 신기록을 세웠다”라면서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들이 지분 투자에 나설 계획이어서 리스크도 없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