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나 말고 없는’ 경남제약, ‘M&A 차익 눈먼’ 김병진 회장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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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나 말고 없는’ 경남제약, ‘M&A 차익 눈먼’ 김병진 회장 [이슈&웰스]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4.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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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인수·합병 통해 오너 개인 이익에만 몰두, 본업은 3년째 적자행진
연구개발비는 줄이고 중장기 성장동력 전문의약품 공장 터까지 팔아치워
경남제약 아산공장과 김병진 회장. /사진=경남제약
경남제약 아산공장과 김병진 회장. /사진=경남제약

비타민씨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의 행보가 매우 수상하다. 사업다각화란 명분으로 본업인 제약사업은 제쳐 두고 상장사 인수와 매각을 거듭하면서 회사보다 오너의 재산 불리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회사는 3년째 적자행진을 하면서 적자 폭도 키워나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제약 김병진 회장이 약 1년 전 사들인 상장사를 최근 매각하면서 수십억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김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 승부사로 알려졌는데, 이번에도 상장사를 인수한 지 1년여 만에 매각하면서 큰 수익을 올려 그 명성을 입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보유 중인 엔터파트너즈의 주식 377만4465주를 양도할 예정이다. 1주당 가액은 6093원으로 공시일 15일 종가 대비 15%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전체 양도금액은 230억원이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경남제약의 엔터파트너즈 지분율은 9.66%로 줄어들고, 28.41%의 주식을 인수한 알에프텍이 최대주주에 오른다.

이로써 경남제약은 엔터파트너즈의 지분을 사들인 지 1년 만에 엑시트를 하게 됐다. 지난해 3월 경남제약은 70억원 규모의 구주 인수와 108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엔터파트너즈의 최대주주가 됐다. 투입한 금액은 총 178억원으로 추가로 몇차례의 유증과 장내 매수 등으로 통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번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약 57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지분 전액을 매각하는 것도 아니어서 향후 추가 수익도 기대된다.

경남제약의 최대주주는 지분 19.84%를 보유한 상장사 블레이드 Ent다. 그리고 블레이드 Ent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이 지분을 전부 보유한 플레이크다. 플레이크의 블레이드 Ent 지분율은 24.81%다.

회사의 오너가 이처럼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이 본업인 경남제약은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는데 인기를 끌고 있는 의약외품 레모나 외에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 개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경남제약은 지난해 6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21년 77억, 2022년 34억원에 이어 3년간 영업손실이 지속된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684억원으로, 2020년 방탄소년단을 간판 제품인 레모나 모델로 발탁하면서 올린 709억원의 매출에 이어 두 번째 많은 금액이다. 2021년(646억원)과 2022년(590억원)엔 지속적으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제약사로서 경남제약의 미래도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전문의약품을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기공식까지 했던 제천공장 부지를 최근 완전 매각한 것.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 제천공장의 매각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제약은 일반의약품 매출에서 벗어나 전문의약품 사업 확장을 위해 제천공장 설립을 진행했었다. 2009년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KGMP) 공장을 신축하기로 하면서 기공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3년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공사는 중단됐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방치되어 오다 2022년 12월 제천공장의 산업용지와 건설 중인 공장 매각을 결정해 올해 마무리한 것이다.

일반의약품에 대한 연구개발도 소극적이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7억원인데, 이는 2021년 20억, 2022년 18억원 등으로 계속해서 감소한 수치다.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이하로 경남제약과 비슷한 규모의 삼성제약(37억원), 삼아제약(64억원), 서울제약(31억원)의 연구개발비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반면 김 회장의 M&A 투자 수익을 위한 사업은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김 회장의 다음 투자 수익 업체로 ‘딥마인드’를 꼽는다. 김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딥마인드는 최근 최대주주를 교체했다. 김 회장이 블레이드 Ent를 통해 딥마인드의 지분을 사들인 것은 2020년 6월쯤이다. 당시 80억원 규모의 유증과 CB 인수 등을 통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를 동원해 유증 등을 거쳐 딥마인드 지분율을 64.46%까지 확보했다.

금융투자(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벤처 창업과 M&A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꽤 많은 기업인수와 매각을 거듭한 인물이다”라면서 “회사의 본업보다 투자 수익에만 집중하다 보니 경남제약의 제약사로서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제약의 최대주주 블레이드 Ent는 지난 17일에도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 자회사 ‘엑스와이지 스튜디오’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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