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의 계륵, ‘e커머스’에 부는 초여름 칼바람 [이슈&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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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롯데의 계륵, ‘e커머스’에 부는 초여름 칼바람 [이슈&웰스]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5.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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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회장 신상필벌 강조 신세계, e커머스 적자 이어지자 대표 교체설
롯데온, 재무·마케팅 전문 박익진 대표 앞세워 권고사직 등 구조조정 돌입
/그래픽=뉴스웰
/그래픽=뉴스웰

국내 유통업계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련의 주체를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국내 유통계의 전통적인 양대 강자 신세계와 롯데의 ‘e커머스’ 이야기입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쿠팡 하나도 상대하기도 버거운 형편에 지난해부터 알리, 테무 등 중국계 e커머스 기업들이 대대적인 저가 공세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신세계, e커머스발 인사 칼바람 부나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안팎에서 대대적인 인사교체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회장직에 올라 그룹 체질 개선을 고민 중인 정용진 회장이 CEO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e커머스 부문이 첫 대상이라는 스토리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단행한 2024 임원 인사를 통해 40%가량을 물갈이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3월 정 회장 취임 이후 ‘신상필벌’을 앞세워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하기로 했고, 가장 먼저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교체한 바 있습니다.

이어 e커머스 부문 대표들이 ‘수시 인사’ 평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죠. 현재 G마켓은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유임된 전항일 대표 체제로 유지되고 있으며, SSG닷컴은 G마켓 출신인 이인영 단독 대표 체제입니다.

인사 교체설이 나오는 이유는 신세계그룹 전반에 위기론이 불어닥쳤기 때문입니다. 실적 부진 계열사를 재정비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겁니다. SSG닷컴의 최근 5년 누적 영업적자는 4509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며, 3조원을 넘게 들여 인수한 이베이코리아(현재 G마켓) 역시 2년 누적 적자만 976억원입니다.

게다가 지난 1분기 이마트 전체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SSG닷컴은 매출 41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G마켓의 매출 역시 2332억원으로 같은 기간 15.8% 줄었습니다. 다만 영업적자는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SSG닷컴은 139억, G마켓은 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억, 24억원 줄었습니다. 게다가 SSG닷컴의 경우 외국계 사모펀드 블루런벤처스(BRV),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투자금 1조원을 두고 분쟁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이 그동안 추진해온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전략은 당초 세웠던 목표 달성에 실패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외국계 사모펀드와 벌이는 1조원의 풋옵션 분쟁은 신세계그룹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 롯데온, 권고사직·사옥이전으로 생존게임

이날 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은 최근 기업 생존의 최후 수단인 권고사직과 사옥 이전을 결정했습니다. 저성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개별 면담을 진행했고, 공식적인 게시는 없었지만 보상으로 6개월치 급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는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온 수장으로 박익진 대표를 임명했습니다. 그는 서울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매킨지와 한국씨티은행 등 컨설팅사와 금융권에서 재무와 마케팅 분야 책임자로 활약했습니다. 박 대표의 이력이 유통업과는 거리가 먼 만큼 롯데그룹이 롯데온의 재무적인 부분을 집중 개선하기 위해 그를 임명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롯데온 내부에서는 유통 관련 경험이 부족한 박 대표가 재무구조를 개선한다고 회사에 올 때부터 구조조정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롯데온은 2020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모회사인 롯데쇼핑이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149억원이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롯데온 등 e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1분기(200억원)보다 12% 증가한 2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더해 롯데온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사옥 이전도 준비 중입니다. 현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25~26층 오피스동에서 오는 7월 역삼과 삼성에 있는 공유 오피스로 이전할 계획입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이 떨어지는 롯데온은 롯데그룹의 계륵으로 전락했다”며 “장기적인 발전계획 없이 권고사직 사옥이전 등의 구조조정만으로 현재의 위기를 타계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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