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손자 돈 뺏은 ‘주식 리딩방’ 사기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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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손자 돈 뺏은 ‘주식 리딩방’ 사기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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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최근 고수익을 내세우며 유사수신 행위를 하는 불법 금융투자업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금융감독 당국이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고수익을 내세우며 유사수신 행위를 하는 불법 금융투자업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금융감독 당국이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픽사베이

‘유사수신’. 인가 또는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 또는 신고를 하지 않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 행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최근 고수익을 내세우며 유사수신 행위를 하는 불법 금융투자업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가짜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이용하는 등 수법도 치밀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투자 열풍으로 올해 들어 11월까지 불법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신고와 제보도 크게 늘어 모두 635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91건)보다 62.4% 증가한 수치다. /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부터 시작된 투자 열풍으로 올해 들어 11월까지 불법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신고와 제보도 크게 늘어 모두 635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91건)보다 62.4% 증가한 수치다. /자료=금융감독원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불법 금융투자업자에 대한 신고와 제보는 모두 635건이 접수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391건)보다 62.4% 증가한 수치입니다. 금감원은 이같이 불법 금융투자업자로 접수된 사건 가운데, 428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온라인 차단을 의뢰했습니다. 또 32개 업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불법 금융투자업자 가운데는 자체 제작한 가짜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이용, 투자를 유도한 뒤 돈을 챙겨 달아난 사례도 접수됐다. /자료=금융감독원
불법 금융투자업자 가운데는 자체 제작한 가짜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이용, 투자를 유도한 뒤 돈을 챙겨 달아난 사례도 접수됐다. /자료=금융감독원

이들 불법 금융투자업자의 영업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사설 매매시스템을 사용하는 ‘투자중개형’입니다. 자체 제작한 가짜 HTS를 이용해 업체가 지정한 계좌로 투자금을 입금하도록 한 뒤, 해외선물 등을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것입니다. 금감원에 신고한 A씨의 경우, 모두 9500만원을 입금했지만 불법 투자업자는 이를 챙겨 달아났습니다.

다음은 공모주 투자 열풍에 올라타 비상장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투자매매형’입니다. 주로 ○○파트너스나 ○○홀딩스, ○○인베스트 등의 상호를 사용해 IPO 컨설팅회사인 것처럼 꾸민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은 투자자가 매입대금을 입금하기 전에 주식을 미리 입고하는 방식으로 안심시킨 뒤, 자신들이 매수한 가격보다 비싸게 주식을 넘겼습니다.

공모주 투자 열풍에 편승해 비상장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투자매매형’도 불법 금융투자업자 유형 중 하나다. /자료=금융감독원
공모주 투자 열풍에 편승해 비상장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투자매매형’도 불법 금융투자업자 유형 중 하나다. /자료=금융감독원

마지막으로 고액의 유료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투자자문형’입니다.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1대1로 투자 상담을 해준다며 접근하는 유사 투자자문업자들입니다. 이들은 투자자문의 대가로 수수료를 받은 뒤 투자자가 손실을 보거나 자문 계약해지를 요구하면, 고액의 위약금을 물리고 수수료를 챙겨 잠적했습니다.

금감원은 메신저 등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거나, 무료로 파생상품이나 주식 리딩을 해준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업체와는 어떠한 금융거래도 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 금융 거래를 하기에 앞서 상대방이 제도권 금융사인지 꼭 확인하고, 불법 사업자로 의심되면 즉시 거래를 중단하고 바로 신고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1대1로 투자 상담을 해준다며 접근하는 유사 투자자문업자들도 불법 금융투자업자 중 한 유형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1대1로 투자 상담을 해준다며 접근하는 유사 투자자문업자들도 불법 금융투자업자 중 한 유형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실제 ‘주식 리딩방’ 경험까지 공유하며 조심하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돈 되는 비법은 절대 남한테 알려주지 않는다는 투자철학에는 모두가 공감합니다. 증권사 계좌를 만들자마자 리딩방 스팸이 날아온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만이 눈에 띕니다. 해결책 없이 투자자만 조심하라는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습니다.

“리딩방은 절대 하면 안 된다. 그렇게 돈 잘 벌면 자기 가족들끼리 하면 된다. 몇 번 전화하고 두 종목 가르쳐주고 720만원 입금. 하고 정말 힘들었다. 절대 리딩방 사기꾼들에게 돈 가져다 바치는 우매한 사람들이 없길 바란다” “하루에 수천명에게 일단 스팸 날리다가 저런 어리숙한 사람 한 명만 건지면 몇 달은 놀고먹는 남는 장사거든” “얼마 전 대리기사 불렀는데 나보고 이거 함 해보시라고 영업하더만. 그래서 전 돈이 없어 못 하니 기사님이나마 그걸로 떼돈 버시고 편히 사시라 했지모”.

“불쌍한 투자자여 세상에 남 돈 벌게 해주는 천사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것이지” “확실하게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면 자기만 알지 그걸 미쳤다고 남들한테 알려주나” “제발 직접 해라. 전문기관에 맡기던지.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왜 돈을 주냐. 답답하다” “드디어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보람이 생기는구나. 이 세상에서 귀인을 만났다~! => 사기꾼과 만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행복감” “저런 거 미리 단속할 수 있잖아. 포상금 많이 걸고 통신사랑 너네(금감원)가 앞장서면. 결과적으로 국민이 알아서 하라는 거잖아”.

“정상적인 증권사 계좌 트자마자 저런 불법 리딩방 문자가 막 들어온다. 어디서 개인정보 사고파는 건지 좀 잡아내라” “저게 남의 계좌에 돈 넣는거랑 같아. 증권사처럼 합법이 아니라 신고해도 받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대여계좌 쓰는 거 자체가 이미 불법임” “금융감독원은 없어져야 합니다. 사기 주의 당부만 하지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사기꾼과 한통속인 듯합니다. 여러분 유료든 무료든 주식으로 돈 벌게 해준다는 건 모두 사기입니다. 어떤 상품도 가입하지 마세요. 혼자 공부해서 돈 벌 생각하세요. 명심하세요”.

당국의 당부에도 주식 리딩방 관련 피해는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김병욱 의원실(한국소비자원 제공)
당국의 당부에도 주식 리딩방 관련 피해는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김병욱 의원실(한국소비자원 제공)

한편 당국의 당부에도 주식 리딩방 관련 피해는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접수된 리딩방 피해구제 신청은 3702건이었습니다. 2017년 475건이던 신청 건수는 2018년 1621, 2019년 3237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3148건으로 줄어드는가 싶더니, 올해는 여덟 달 만에 연간 최고치를 넘었습니다.

올해 8월까지 구제 신청자들이 리딩방에 낸 계약금도 170억9806만원에 달했습니다. 건당 평균으로 따지면 526만원입니다. 구제를 신청한 이들을 연령별로 보면 ▲50대 3510 ▲40대 2750 ▲60대 2332건 순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건 80대 이상 90, 20대 401, 10대 2건입니다. 이들에게 ‘526만원’은 얼마의 가치일까요. 조심만 하라는 당국이 너무 한가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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