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불려준 효자’ 부동산, 2022년 애물단지 될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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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불려준 효자’ 부동산, 2022년 애물단지 될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0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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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22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국민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소득 상위 10~30%인 대중부유층은 대출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구매 의향을 접겠다고 답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 아파트촌.
2022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국민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소득 상위 10~30%인 대중부유층은 대출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구매 의향을 접겠다고 답했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 아파트촌.

“위험 지향적 투자성향이 1년 전보다 강해졌다.”

지난해 12월 6일, 한 금융회사 연구소는 두 번째 ‘대중부유층’ 보고서를 펴냅니다. 세금을 떼기 전 연간소득 7000만~1억2000만원인 전국 가구의 4000명에게 물은 결과입니다. 2019년 첫 조사 때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예·적금 비중이 줄고 주식이 늘어난 것입니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투자 행태로 변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해 ‘대중부유층 보고서’에는 위험 지향적 투자성향이 강해졌다. 2019년에는 안정 추구형과 안정형이 약 60%를 차지했는데, 지난해에는 적극 투자형과 공격 투자형이 10%포인트나 증가했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지난해 ‘대중부유층 보고서’에는 위험 지향적 투자성향이 강해졌다. 2019년에는 안정 추구형과 안정형이 약 60%를 차지했는데, 지난해에는 적극 투자형과 공격 투자형이 10%포인트나 증가했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산거품’. 개인이나 법인이 가진 유·무형의 재산에 거품이 낀 상태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미래의 기대수익을 현재가치로 매긴 내재가치보다 시장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매겨졌을 때 거품이 끼었다고 말합니다. 올해에도 대중부유층의 자산이 1년 새 1억5000만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은 감소했지만 집값 등 자산거품 현상이 이어진 영향입니다.

소득 상위 10~30%인 대중부유층은 올해 소득이 줄거나 변함이 없었지만 집값 등 자산거품 영향으로 1년 전보다 자산이 1억5000만원 가까이 불어났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소득 상위 10~30%인 대중부유층은 올해 소득이 줄거나 변함이 없었지만 집값 등 자산거품 영향으로 1년 전보다 자산이 1억5000만원 가까이 불어났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7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세 번째 <대중부유층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올해 평균 자산은 9억1374만원이었습니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1억4901만원(19.5%) 늘어난 것입니다. 이처럼 자산은 증가했지만, 이들의 26%는 소득이 줄었습니다. 응답자의 7.3%는 소득이 10~30%, 4.1%는 30% 이상 감소했습니다. 소득이 늘어난 23.1%도 증가율은 1~3%에 그쳤습니다.

소득이 줄거나(26%) 변화가 없었음에도(51%), 자산 증가에 가장 많이 이바지한 것은 역시 부동산이었습니다. 4명 중 3명(75.7%)이 집을 가지고 있었는데, 부동산 자산이 7억5042만원으로 1년 새 23.2%(1억4143만원) 늘었습니다. 반면 금융 자산은 516만원 줄었습니다. 주식 비중이 24.3%로 8.9%포인트 높아졌지만, 예·적금이나 연금, 보험 등이 감소한 탓입니다.

대중부유층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는 1년 전과 견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중부유층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는 1년 전과 견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중부유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투자 활동에 더욱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의 33.6%는 코로나 기간 중 금융자산 투자 활동이 늘었고, 54.5%는 자산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극 투자 비중도 43.6%로 지난해보다 9.9%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거품 탓에 주식·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관심을 보이거나 실제 투자한 상품(복수 응답)은 ▲국내 주식 50.2% ▲부동산 26.1% ▲공모주 24.0% ▲해외 주식 21.7% ▲은행 정기 예·적금 18.9% ▲가상화폐 18.2% 순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중부유층은 국내 주식, 부동산 등에 관심을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코로나 사태 이후 대중부유층은 국내 주식, 부동산 등에 관심을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대중부유층의 자산 증가는 미친 집값 때문이라며, 자산 증가액도 1억을 훨씬 넘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지역마다 부동산 가격이 차이가 나니, 지역별로 금리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댓글이 눈에 띕니다.

“부동산을 그렇게 쳐 올려놨는데 자산이 늘어나는 게 당연한 거지” “1억이 아니라 부동산 덕분에 10억 이상 늘어난 사람이 수두룩해” “이제 내년이면 (금리) 8-9퍼까지 기본으로 올라간다 이거야. 남의 대출 내가 대출받아서 30년 동안 죽을 때까지 갚아줘야 한다 이거야” “부동산 투기꾼들 담합해서 부동산 폭등시킨 넘들은 모두 감옥에 쳐넣어야 된다. 온 국토를 다 투기장으로 만들어 서민만 죽어난다” “나는 임차인입니다~~ 미친 집값~ 미친 대한민국~ 과연 누가 만든 미친 나라입니까” “누가 만들었을까요? 쉽게 돈 벌려는 국민들이 만든 거지요”.

“예전엔 (금리가) 10프로 전후였다! 그동안 은행 돈 싸게 쓴 걸로 만족해야지~ 진짜 서민들은 억 단위 대출 자격도 안 된다! 지금이라도 대출이자랑 예금이자 올려라” “금리 6프로로 당장 올리면 되겠네” “구매 시기를 길게 천천히 늦추는 것이 재테크입니다. 아무리 떠들어도 차기 정부도 현 집값 이대로 두지 못할 것이고 금리 인상기에 맞물려 공급까지 늘어나는 마당에 더 오르지는 못하면서 과연 장기 침체에 얼마만큼 빠지고 파산과 경매로 진흙탕 아파트가 되느냐가 문제” “지역별로 부동산 차이도 있으니 지역별로 금리 차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내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국민이 올해 상, 하반기보다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부동산R114
내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국민이 올해 상, 하반기보다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부동산R114

한편 부동산R114가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3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2%는 내년 상반기에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보합’이라는 전망은 37.5, ‘하락’은 14.3%였습니다. 다만 앞선 조사에서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상승한다는 응답이 70, 62%였던 것과 견주면 크게 줄었습니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본 응답자들은 ▲대출 규제로 인한 매수세 약화(27.3%)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23.0%) 등 금융 분야 규제와 관련한 이유를 절반 넘게 꼽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대중부유층 역시 앞으로 부동산을 사고 싶지만, 걸림돌은 대출이자 부담이었습니다. 대중부유층 10명 가운데 6명(58.4%)은 “향후 부동산 구매 의향이 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앞으로 부동산 구매 의향이 있는 대중부유층도 대출금리가 오를수록 구매를 포기하겠다는 응답률도 높았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앞으로 부동산 구매 의향이 있는 대중부유층도 대출금리가 오를수록 구매를 포기하겠다는 응답률도 높았다. /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다만 대출금리가 4%대이면 55.6%, 5%대이면 78.4%가 “부동산 구매를 포기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절반이 넘는(54.8%) 이들이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평균 연 3.58∼4.95%입니다. 5%대 시대가 눈앞입니다. 자산을 불리기보다 지키기가 더 힘들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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