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334만주 손절’ 호반건설 유동성 괜찮을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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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334만주 손절’ 호반건설 유동성 괜찮을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2.07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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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손해 보며 팬오션에 1259억원어치 블록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 확보 차원 분석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하림그룹 계열 해운회사 팬오션이 블록딜을 통해 한진칼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진칼
하림그룹 계열 해운회사 팬오션이 블록딜을 통해 한진칼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한진칼

“오랜 기간 항공업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다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 결합을 앞둔 시점에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올해 3월 28일, 한진칼 주식 940만주(지분 13.97%)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호반건설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앞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 금호산업 인수전에 단독 응찰한 바 있어,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다만, 한국거래소 공시에는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알렸습니다.

호반건설은 지난 3월 28일 한진칼 주식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단순투자’로 지분 보유목적을 공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호반건설은 지난 3월 28일 한진칼 주식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단순투자’로 지분 보유목적을 공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그룹 계열 해운회사 팬오션이 전날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호반건설이 가졌던 한진칼 주식 333만8090주(1258억9606만원)를 취득했습니다. 기존 지분 0.8%를 합쳐 모두 390만3973주(5.8%)를 보유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 5.78%보다 0.02%포인트 많아졌습니다.

팬오션 역시 이번 한진칼 주식 취득목적을 ‘단순 투자’로 공시했습니다. 그렇다면 호반건설은 앞서 공시한 대로 투자 목적을 이뤘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37.16% 손해를 본 ‘눈물의 손절’입니다. 지난 3월 주당 6만18원에 사들인 한진칼 주식을 ‘3만7715원’에 팔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전날(6일) 종가 3만9700원보다 5% 깎인 가격입니다.

팬오션 역시 한진칼 주식 취득목적을 ‘단순 투자’로 공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팬오션 역시 한진칼 주식 취득목적을 ‘단순 투자’로 공시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항공업에 관심이 있다던 호반건설이 단순 투자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채 급하게 주식을 팔아치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만큼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유동성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이 어려워진데다,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이자 대한항공 최대주주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우호 주주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절반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 매수자가 나왔을 때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당장 현금이 급한 상황이 아니지만,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한진칼 지분을 대거 사들인 팬오션을 놓고도 관련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팬오션을 통해 해운물류 시장에 진출한 하림그룹이 시너지 창출 차원에서 항공 물류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또 상당한 유대 관계인 김상열 전 호반그룹 회장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손잡고 한진칼 경영권 위협을 시도할 가능성까지 제기합니다.

하림그룹 계열사 팬오션의 한진칼 지분 인수를 놓고 관련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하림의 전북 익산 공장. /사진=하림
하림그룹 계열사 팬오션의 한진칼 지분 인수를 놓고 관련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하림의 전북 익산 공장. /사진=하림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건설사들의 ‘돈맥경화’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진칼 지분을 팔고 사들인 호반건설과 하림그룹의 연고지를 놓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건설사들 돈 구하기 힘들어지나 보다” “김진태 사태로 돈맥경화다 이거구먼” “고분양으로 입주자 코 묻은 돈 뜯어다가 실컷 손해 보고 한진칼 주식을 매각이라. 역시 그리 번 돈은 옳고 길게 가지 않아” “호반 돈 없네. 편의시설 없이 아파트도 쪼개면서 편법으로 짓더니만” “하림이 닭고기 팔다가 진짜 항공업으로 날아오르나?” “도대체 언제부터 대한항공이 업계 호구가 된 거냐?” “한국증시 지금 대부분 반토막이다. 반토막이면 평균치다. 반에 반토막도 수두룩하다. 지금 한국증시는 사기주만 성행이고 사채발행 주가조작만 난리 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증시는 X판 되어버렸다. 저런 돈 많은 세력급도 반토막인데, 개미들은 오죽하겠냐?”.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한편 한진칼 지분 블록딜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7일), 관련주들은 희비가 갈렸습니다. 한진칼(180640)은 전 거래일보다 0.38% 빠진 3만95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반면 한진칼 우선주(18064K)는 25.22% 뛴 3만6000원을 기록했습니다. 하림(136480)과 팬오션(028670)은 각각 0.37, 0.72% 하락했습니다. 하림지주(003380)는 1.05% 오른 7720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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