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리품” 전락한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자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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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리품” 전락한 NH농협금융그룹 회장 자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2.0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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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환 회장 연임 대신 ‘윤석열 캠프’ 이석준씨 유력… 관치·낙하산 인사 논란 다시 거셀 듯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사진)의 연임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NH농협금융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사진)의 연임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NH농협금융

“큰 금융사고를 일으켜 농협금융지주에 수천억원의 피해를 끼친 분을 징계를 주거나 불이익을 주기는커녕 어떻게 연임을 시킬 수 있느냐.”

지난 10월 7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소속 주철현 의원의 질타입니다. 여기서 ‘피해를 끼친 분’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도 3연임에 성공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을 가리킵니다. 이날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정 사장에 대한 징계를 안 한 것은 아니고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감싸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정작 손병환 회장 자신이 연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외부 인사 영입설, 특히 낙하산 인사가 입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달 1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시하고 최종 후보 선정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의 연임을 점쳤습니다. 전임 회장들도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을 더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1962년생인 손 회장은 임기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경영성과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금융지주 회장 인사인 만큼 ‘새로운 인물’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입니다.

NH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석준씨가 유력하다. 사진은 2014년 11월 6일 당시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이 한미 혁신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NH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이석준씨가 유력하다. 사진은 2014년 11월 6일 당시 이석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이 한미 혁신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959년생으로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난 이 전 실장은 이명박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 몸담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특별고문으로 참여했습니다. 윤석열 캠프 합류 당시, 대변인을 제외하고 공식적으로 영입된 최초의 인물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 쪽에서 관료 출신을 선호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농협금융은 독립적인 금융지주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중앙회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회장들의 임기 만료가 예정된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차기 행장 후보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연임이 유력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현명한 판단”을 주문받기도 했습니다. 금융권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관치인사’ 논란과 함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을 놓고 관치인사 논란과 함께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사 회장 인선을 놓고 관치인사 논란과 함께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금융지주 회장 자리가 대선 전리품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의 댓글이 ‘모피아’로 대변되는 낙하산 인사의 현주소를 말해줍니다.

“선거에 대한 전리품이네” “서서히 현정부도 낙하산 보은 인사 슬그머니 하는 듯. 어떤 정부든 한 번에 싹 바꾸긴 힘들지. 그래도 경제 관련 인사만은 전문가 영입했으면 좋으련만. 금융 마피아 세력이 너무 강하니 그들 뜻대로 가겠지. 금융 쪽은 암묵적 룰이 자기 밥그릇 손대지 않으면 크게 문제 안 일으킴. 오로지 돈만 숭배하는 철저한 돈벌레. 그래서 부정부패 규모도 항상 큼. 사회적 파장이 커서 들어내고 이슈화도 힘듦” “전 정권에서 낙점받았으면. 정권이 바뀌면 알아서 나가야 사람의 도리 아닌가요. 집에 새로 이사 오는데 전에 살던 사람이 버티고 있는 꼴”.

한편 전국농축협조합장 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회장 연임 허용 여부는 농협 구성원의 의사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전체 조합장의 88.7%가 연임 허용에 찬성하고 있다”라며 “단임제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농협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으로서 연임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농협중앙회장 임기는 4년으로, 2009년 간선제와 함께 단임제가 도입된 뒤 연임이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간선제는 지난해 직선제로 돌려놨지만, 단임제는 유지되고 있어 신협, 산림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등 다른 협동조합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러한 바람과 달리, 한쪽에서는 관치와 낙하산 논란이 재연될 움직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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