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vs 당국, 8년 만에 최대 ‘예대금리차’ 누구 잘못?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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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vs 당국, 8년 만에 최대 ‘예대금리차’ 누구 잘못?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1.28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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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들 예금금리 인상 경쟁 자제 당부… 전문가 58.3% “1년 안에 금융충격 발생”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4일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이 지난 14일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예금금리를 올리려 해도 정부가 예금금리 인상을 제한하고 있음. 높은 예금금리로 인해 자금 유동성이 저하되고 경기침체가 길어질 수 있다며 예금금리 올리려는 은행 압박함. 그러니 대출금리 대비 예금금리가 안 오를 수밖에.”

어제(27일) 국내 은행의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가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는 소식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28일 금융감독원이 김성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잔액 기준 국내 은행 평균 예대금리차는 ‘2.46%포인트’였습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예대금리차 확대 원인을 은행보다 금융당국에 돌리고 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7개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가진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은행권에 과도한 자금조달 경쟁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이어 25일 금융위 간부들과 회의에서도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높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 은행의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가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국내 은행의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가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은행이 예대금리차를 줄이려면 대출금리 인상과 맞춰 예금금리도 올려야 하는데, 당국이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작하면서는 “은행 예금금리가 시장 금리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당국의 갈지자에 은행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은행별 예대금리차가 달마다 공시됩니다.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이 다음 달부터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 누리집을 통해 ▲평균 대출금리 ▲기업대출 금리 ▲가계대출 금리 ▲저축성 수신금리 ▲평균 대출 기준 예대금리차 ▲가계 대출 기준 예대금리차 등이 공시됩니다.

특히 가계대출 공시는 은행 내부 신용등급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이용하는 개인신용평가회사(CB) 신용점수로 변경 적용됩니다. 현재도 은행연합회에서 매달 은행별 대출금리 정보를 비교·공시하고 있지만, 은행 자체 등급 구간별로 금리 정보가 표시됐던 만큼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입니다.

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당부 소식에 누리꾼들은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은행만 좋은 일 시킨다며, 결국 당국과 한통속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 당부 소식에 누리꾼들은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은행만 좋은 일 시킨다며, 결국 당국과 한통속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은행만 좋은 일 시킨다며, 결국 당국과 한통속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아울러 IMF 외환위기 때 은행을 살린 건 국민 아니냐며, 배은망덕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시중금리는 오르는데 예대마진을 늘려? 장난하냐? 불황까지 장사로 이용해 먹는구나. 예대마진 줄여라. 니들이 예금금리 올리고 마진 줄여서 위기 극복해라. 애먼 짓 하지 말고” “금융당국이 예금이자 못 올리게 하니 저러지” “금감원도 한통속인 것 같다. 은행들만 배부르게 잔치 하는구나” “뭐 하나 물어볼게요? IMF 때 전 국민이 은행 살리겠다고~ 금딱지 기부했는데~ 왜 은행은 배부르고~ 국민들은 고통스러운 거죠? 경기가 좋든 안 좋든 은행만 돈 잔치~ 지들 돈도 아닌데~”.

국내외 경제 전문가 10명 중 6명은 1년 안에 대한민국 금융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충격 발생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자료=한국은행
국내외 경제 전문가 10명 중 6명은 1년 안에 대한민국 금융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충격 발생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자료=한국은행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2~9일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 및 주요 경제전문가 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8.3%가 1년 안에 금융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충격 발생 가능성이 “높다”라고 응답했습니다.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1순위 위험(리스크) 요인으로는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 위험 증가’(27.8%)를 꼽았습니다.

이어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과 상환 부담 증가’(16.7%)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와 우발채무 현실화’(13.9%) ▲‘국내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12.5%) 등이 뒤를 따랐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36.1%만이 “한국 금융시스템 안정성의 신뢰도가 높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5월 조사보다 17.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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