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1조 유증’에 개미들 “국장 없애라” 분노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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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1조 유증’에 개미들 “국장 없애라” 분노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1.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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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배당’ 약속 어긴 데 이어 롯데건설 자금줄에 반발… DB금투 “목표주가 29만→21만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롯데건설에 빌려준 돈의 2배가 넘는 유상증자를 밝히자, 롯데케미칼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사진=롯데케미칼
롯데건설에 빌려준 돈의 2배가 넘는 유상증자를 밝히자, 롯데케미칼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 /사진=롯데케미칼

“X국장(국내 주식시장)의 면모를 보여주네. 역시나 투자자는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 절대로 주가 관리 안 하면서. 과실은 회장들만 X 먹다가 회사 어려우면 유증(유상증자) 해서 주주들 돈 뜯어 가는 X국장. 그냥 더 이상 피해자 만들지 말고 없애라.”

어제(20일) 롯데건설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재무 부담이 커진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스 댓글난이 뜨겁습니다. 대차 금액의 2배가 넘는 유증 규모를 언급하며 주주들에게 부담을 떠안기는 70~80년대 후진국형 기업 경영방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럴 바엔 차라리 국내 주식시장을 없애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20일치 ‘롯데건설에 5000억원 넘게 수혈한 롯데케미칼, 1조원 유상증자’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지난 20일치 ‘롯데건설에 5000억원 넘게 수혈한 롯데케미칼, 1조원 유상증자’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1조105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방식 유증을 단행한다고 지난 18일 공시했습니다. 자금 조달 목적은 운영 자금 5000억원, 타 법인 증권 취득 자금 6050억원입니다. 롯데케미칼 쪽은 이에 대해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불안 등의 복합 위기 대응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발표한 타 법인(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취득을 위한 자금 조달과 운영 자금 마련 등을 위한 유상증자로, 내년 1월 19일 구주주 대상 1차 청약을 실시한 뒤 1월 26일 일반 공모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조원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롯데케미칼이 유증에 나선 것은, 롯데건설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롯데건설 지분 43.79%(3분기 말 기준)를 가진 최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은 앞서 약 5876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지난 18일 롯데건설이 추진하는 유증에 876억원을 출자했고, 지난달 20일에는 5000억원을 대여해주기로 계약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 자회사로 편입된 롯데정밀화학도 지난 9일 롯데건설에 3000억원을 지원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18일 ‘운영 자금 5000억, 타 법인 증권 취득 자금 6050억원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롯데케미칼이 지난 18일 ‘운영 자금 5000억, 타 법인 증권 취득 자금 6050억원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따라서 이번 유증도 롯데건설에 추가 자금지원을 위한 실탄 마련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롯데케미칼 주주들이 롯데건설을 지원하면서 정작 롯데케미칼 주가 하락 피해는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는 이유입니다. 특히 롯데그룹 관계사 때문에 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사실상 ‘배임’이라는 주장까지 펼칩니다.

롯데케미칼 쪽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재무 건전성을 위해 최소 운영 자금을 1조원 이상으로 유지하고 별도 기준 부채비율 70% 이내, 전체 차입금 가운데 장기 차입금 비중 65% 유지를 목표로 투자 및 조달 계획 등을 조정할 방침”이라며 “기업 가치 상승 및 주주 가치 향상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입장입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롯데케미칼의 유증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은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보다는 여러 대내외적 요인으로 재정부담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29만원에서 2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현 상황에서 더 나빠지기도 어려워 보여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DB금융투자는 “문제는 수요이지만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중국 명목 수요의 반작용을 고려하면 시황 반등 가능성이 높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2만원을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엇갈린 전망 속에 이날 롯데케미칼(011170)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19% 오른 17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1일 대규모 유증 소식을 알린 롯데케미칼(011170)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4.19% 오른 17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료=한국거래소
21일 대규모 유증 소식을 알린 롯데케미칼(011170)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4.19% 오른 17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료=한국거래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롯데케미칼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전체를 겨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양XX 기업 롯데” “롯데는 항상 그렇죠” “한화 롯데는 믿고 걸러야 됨” “역시 오너리스크 있는 회사는 투자하는 게 아님. 한화도 그래서 뭔 짓을 한다고 해도 안 함. 나를 매값 주고 때릴지 어찌 알아?” “개미들 주머니 털어 돈 빌려주는 꼴. 회사는 이익 개미만 손해 주주는 안중에도 없는 쓰XX 회사” “저런 거 왜 상법에서 허용하나?? 법을 바꿔서 주주를 보호해라” “와 이건 주주를 X호구로 보는 거네. 그래도 롯케그룹 내에서는 케미칼이 알짜회사로 알고 있는데, 마인드가 왜 저런 거여” “매수하려고 했었는데 다행이다. 롯데 그룹 주식은 두 번 다시 쳐다보지도 말아야지”.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부회장)가 지난 3월 31일 ‘2022 CEO IR Day’에서 ESG 강화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부회장)가 지난 3월 31일 ‘2022 CEO IR Day’에서 ESG 강화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지속 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하고 주주의 믿음에 보답하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다”. 올해 3월 마지막 날,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이 최초의 ‘중간배당’을 약속하며 밝힌 말입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넉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 19일, ‘기말배당’으로 전환한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국어사전에 ‘헌신짝 버리듯’이라는 관용구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요긴하게 쓴 다음 아까울 것이 없이 내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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