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금융기관 아니다? ‘정은보 행장’ 밀어붙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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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금융기관 아니다? ‘정은보 행장’ 밀어붙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12.27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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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정 전 원장, 3년간 은행 취업 금지” 성명… ‘3파전’ 차기 은행장 선임 임박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노조는 최근 김주현 위원장 등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들에 대해 “관치금융을 합리화하는 것을 넘어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노조는 최근 김주현 위원장 등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들에 대해 “관치금융을 합리화하는 것을 넘어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위 제청이기 때문에 복수 후보자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 후보자 중 한 명인 것은 맞다.”

지난 20일, 금융규제혁신회의가 끝난 뒤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발언입니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유력한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김 위원장은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서는 건설적인 논의가 아니라며 “일률적으로 관료 출신이 나쁘다고 볼 것이 아니라 후보자 개인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말처럼 백번 양보해도, 정 전 원장 ‘개인’에 대한 여론조차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금융감독 당국 수장을 맡으면서 아군보다 적군을 너무 많이 만든 탓입니다. 여기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연일 ‘정은보’에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 타기팅을 하고 있습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전날 금융위원장 규탄 성명을 내놨습니다.

금융노조는 최근 김주현 위원장 등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들에 대해 “관치금융을 합리화하는 것을 넘어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금융노조는 특히 정은보 전 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에 포함된 것에 대해 ‘관치 낙하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금융노조는 정 전 원장이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할 경우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라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취업 심사 대상기관(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다만 금융위는 기업은행이 기타 공공기관이어서 공직자윤리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정은보 전 원장의 차기 기업은행장 유력설에 누리꾼들은 정 전 원장의 과거를 들춰내며 은행장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전 원장의 차기 기업은행장 유력설에 누리꾼들은 정 전 원장의 과거를 들춰내며 은행장 선임에 반대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노조는 이에 대해 “기업은행이 기타 공공기관이라서 이 법(공직자윤리법)의 예외라는 것은 핑계”라며 “김 위원장이 ‘관치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라고 합리화하더니, ‘금융이 (어차피) 다 관치가 아니냐’라고 정당화까지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NH농협·우리·BNK금융지주 회장도 관치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한편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다음 달 2일 임기가 끝나, 이번 주 차기 은행장이 내정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력한 후보로는 정 전 원장 외에 내부 인사인 김성태 전무이사,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가 오르내립니다. 김 전무는 1962년생으로 대전상고와 충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했습니다.

이후 미래기획실장,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장을 지냈습니다. 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에는 IBK캐피탈 대표이사에 선임됐습니다. 윤용로 행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통 기업은행맨’입니다. 1963년생인 최 대표는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기업은행에 들어왔습니다.

이어 학동역지점장과 인력개발부장, 여신관리부장, 강서·제주지역본부장 등을 거치며 2020년부터 IBK캐피탈을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10년 넘게 근무한 여신 부문에 있어서는 은행 안에서 최고로 통합니다. 반면 1961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정 전 원장은 행정고시(28회)로 공직에 입문,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모피아’입니다.

차기 기업은행장에 내부 인사인 김성태 전무이사(왼쪽)와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IBK기업은행, IBK캐피탈
차기 기업은행장에 내부 인사인 김성태 전무이사(왼쪽)와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 /사진=IBK기업은행, IBK캐피탈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정은보 전 원장의 과거를 들춰내며 기업은행장 선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윤석열정부에 우호적인 누리꾼들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은행 성장과 금융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굳이 전 정부 인사를 쓰나?” “전 정부들과 다른 것은 없다. 오히려 관치가 늘면 늘었지. 상명하복에 그저 하라면 해야지. 검X든 다른 공무원이든 간에 민주가 후퇴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몰염치한 낙하산은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더니, 어째 더 할 조짐을 보이냐” “정은보는 전 정권에서 금감원장 맡으면서, 라임 사기 실체 밝히라는 피해자들 요구를 묵살하고 피해자 보상도 엉터리로 진행한 자인데, 이런 자를 기업은행장 후보에? 선택적 책임 묻기인가요?”.

“공정거래위원장은 왜 금리규제 관치 금감원장 조사 안 하는 거요!!! 직무유기다 조사하라!!! 자유민주주의 나라에서 금리 관치 조작은 있을 수 없다!!!” “기업은행 성장과 금융산업 발전을 이끌 리더를 선택해야 합니다. 대선 논공행상이 우선 기준이 되면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은 권력 행사가 됩니다. 국민 위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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