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합병 시계 제로’ 대한항공 주가도 떨궜다 [사자경제]
상태바
‘아시아나 합병 시계 제로’ 대한항공 주가도 떨궜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5.24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U 이어 미국도 사실상 반대, 관련주 일제히 하락… 증권가, 이달 초 목표주가 잇단 하향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대 효과 재고와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대 효과 재고와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여름이 오기 전에 매수를 추천한다.”

최고 기온 24도가 예상된 지난 4일. 한국투자증권이 대한항공 주가를 전망했습니다. 최고운 연구원은 “해외여행 수요가 여름 성수기로 갈수록 유럽 등 장거리 노선으로 확산할 것”이라며 “향후 항공화물 운임과 국제선 운임 모두 2분기를 바닥으로 반등할 전망"이라고 내다본 것입니다. 이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매도하라고 뉴스까지 띄워주네, 고맙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대 효과 재고와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24일 이 같은 보고서를 내놓은 곳은 20일 전 투자의견 ‘매수’를 추천한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입니다. 세계 양대 항공시장인 EU(유럽연합)와 미국이 독점이 깊어질 것이라며, 두 회사의 합병에 사실상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 24일 주가. 3만원대 목표주가는커녕 최근 1년간 최고치인 2만9400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대한항공 24일 주가. 3만원대 목표주가는커녕 최근 1년간 최고치인 2만9400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한투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된 점이 변수”라며 “해외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의 경쟁력 강화를 견제하고 최대한 자국 항공사에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물류대란을 겪은 이후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화물 영업의 통합에도 민감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연내 합병 승인이 미뤄지거나 예상보다 많은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외항사에 빼앗길 가능성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 연구원은 따라서 “처음 인수를 결정했을 때 기대했던 효과나 재편 계획들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라며 “특히 양대 국적사가 통합한 이후 틈새 기회를 노렸던 LCC들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온 날, 한진(002320)을 제외한 ▲대한항공(003490) ▲대한항공우(003495) ▲아시아나항공(020560) ▲아시아나IDT(267850) ▲한진칼(180640) ▲한진칼우(18064K)는 최고 2%까지 하락 마감했습니다. 여기에 틈새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LCC인 ▲티웨이항공(091810) ▲제주항공(089590)도 1% 넘게 주가가 빠졌습니다.

2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주들은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2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주들은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이번 달 초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내린 곳이 여럿 있었습니다. 지난 4일 삼성증권(3만5000→3만1000원)과 신영(3만2000→2만5000원), DB금융투자(3만6000→3만1000원), 하나증권(3만4000→3만원)은 각각 11.43, 21.88, 13.89, 11.76% 하향했습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신영증권은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습니다.

당시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1분기 여객 매출(1조7777억원)은 2019년 수준의 90%에 도달했지만, 수요지표는 2019년 대비 30% 낮다”라며 “중국노선의 완전 정상화 여부가 국내외 여객 수요 정상화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추정 순자산가치의 1배수인 대한항공 적정 가치의 적용 배수를 높일 단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대한항공은 미국 정부의 합병 승인이 힘들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항공 빅딜 무산에 대한 우려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슬롯을 반납하는 것밖에 대안이 없는 대한항공으로서는 국부유출 논란까지 떠안아야 하는 모양새입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에 3조6000억원을 쏟아부은 산업은행도 공적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 국부유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 국부유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합병하는 즉시 독과점 되고, 항공권 엄청 오르고, 가뜩이나 질 안 좋은 서비스 더 나빠지고, 고객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합병 절대 반대한다” “EU와 미국이 말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항공사 합병 반대합니다. 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불편합니다. 자유시장 원칙에 따라 망한 기업은 망하게 둬야 기업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막대한 손실은 슬롯을 중국에 9개, 영국에 7개 넘기는 게 국가적인 손실 아닌가? 왜 국부 유출해가며 합병해야 하는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