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관문 남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또 국부유출 논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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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관문 남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또 국부유출 논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3.0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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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취항, 슬롯 양보’로 영국 승인 따내… 미국·EU·일본 심사 남겨두고 독점 우려도 진행형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3개의 관문만 남겨두게 됐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3개의 관문만 남겨두게 됐다. 사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경쟁을 해야지. 이거 결국 독점이잖아” “티켓값 두 배 예상한다”.

지난해 11월 28일(현지 시간),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대한항공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시정안을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여가 지난 1일, 영국 CMA가 우리나라 두 항공회사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항공시장 독점이 아닌 ‘국부유출’ 논란으로 뜨겁습니다.

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3개의 관문만 남겨두게 됐습니다. 전날 영국 CMA로부터 결합승인을 따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EU·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만 얻으면 국내 항공 빅2의 합병은 마무리됩니다. 대한항공도 이번 승인 결정이 진행 중인 나머지 국가에서의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U의 경우 2년여의 사전 협의를 거쳐 올해 1월 본심사를 시작, 지난달 20일부터 2단계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오는 7월 내려질 예정입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법무부가 “시간을 갖고 좀 더 검토하겠다”라며 심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아직 사전 협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불가피하게 외항사에 최소한의 슬롯을 내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자료사진=국토교통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불가피하게 외항사에 최소한의 슬롯을 내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자료사진=국토교통부

이번 CMA 최종 승인에 앞서 대한항공은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인천~런던 노선 신규 취항을 제안했습니다. CMA는 더 나아가 대한항공이 보유한 런던 히스로 공항의 주 7개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버진애틀랜틱에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10개)과 아시아나(7개) 보유 슬롯 가운데, 아시아나 보유분만큼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주라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국부유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는 이유입니다. 만약 버진애틀랜틱이 인천~런던 노선 운항을 포기하거나 최소 기간 운항하지 않는다면, 국내뿐 아니라 외국 항공사도 슬롯 취득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불가피하게 외항사(외국 항공사)에 최소한의 슬롯을 내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영국 시장과 마찬가지로 유럽과 미국에서도 외국 항공사에 주요 공항과 인천국제공항 슬롯을 넘겨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한항공 합병으로 국적항공사의 운항 횟수가 줄어들면서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도 국부유출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추진으로 국부유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추진으로 국부유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결국 어렵게 획득한 아시아나 슬롯을 영국에 양보. 국부유출이네. ㅉㅉㅉㅉㅉ” “아시아나 슬롯 다 빼서 영국 항공사 주겠다는데 영국이 당연히 허가하지” “슬롯 다 내주면 합병 의미가 있나 싶다” “산업은행의 밀어붙이기 합병으로 심각한 국부 유출이다. 산업은행은 돈만 생각하는가, 개탄스럽다” “통합이 아시아나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거라니깐. 델타가 버진애틀랜틱 지분을 가지고 있고 대한항공 지분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미국 최대 항공사야. 결국 델타를 도와주는 거고 델타 이용해서 미국 승인 끌어내겠지. 어쨌든 통합 피해는 오로지 국민 몫”.

“이제 독점되면 지맘대로 하겠네” “현대·기아차보다 더한 독과점 체제로 될 걸~ 고객 서비스와는 전혀 무관한” “땅콩 갑질 합병되면 더 이상 눈치 볼 거 없이 갑질에 운임폭등. 단체여행이나 젊은 사람들은 값싼 외국기 경유하며 타겠지만 그래도 국적기 탈 국민들만 열받게 생겼다” “쉽게 말해 영국 가는 길 17개에서 10개로 줄어요. 게다가 독점이니 항공권 겁나 비싸지겠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합병되면 항공사 바꾼다. 요즘 누가 국적기 고집하나. 서비스, 비용 따지고 타지. 대한항공도 정신 차려야 살 수 있다. 국민은 호구가 아니다”.

영국 CMA의 대한-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직후인 2일, 관련 주식들은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영국 CMA의 대한-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직후인 2일, 관련 주식들은 대부분 상승 마감했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한편 영국 CMA의 합병 승인 직후인 이날(2일), 관련 주식들은 대부분 상승 마감했습니다. 대한항공(003490)이 3.30% 오른 2만3500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1.21% 오른 1만419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밖에 대한항공우(003495)와 아시아나IDT(267850), 한진칼(180640)도 각각 1.00, 0.87, 0.22% 올랐습니다. 다만 한진칼우(18064K)는 0.32% 하락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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