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의 통합 하늘길 ‘시계제로’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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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의 통합 하늘길 ‘시계제로’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1.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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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996년 10월 구본무 당시 LG그룹 회장(왼쪽)과 만나 환담하고 있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사진=LG그룹
1996년 10월 구본무 당시 LG그룹 회장(왼쪽)과 만나 환담하고 있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사진=LG그룹

세계 1, 2위가 될 수 없는 사업에서는 철수한다.”

1935년 오늘(11월 19일), ‘마녀재판’의 도시 세일럼에서 태어난 기업인은 엄청난 부를 거머쥡니다. 에디슨의 조명회사가 모태인 세계 최대 인프라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되었을 때, 그의 나이 마흔여섯이었습니다. 1999년 <포춘>이 뽑은 ‘20세기 최고 경영자’ 잭 웰치. 그의 명성 뒤에는 12만명의 감원이라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습니다. ‘중성자폭탄 잭’ 탄생기입니다.

‘구조조정’. 기업 경영에서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존 사업 구조나 조직 구조를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 경영 전반의 개혁 작업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본디 뜻과 달리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며 좁게는 노동력 등 인력을 줄이는 감원의 뜻으로 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부터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앞둔 어제(18일)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직원을 품고 가족으로 맞이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대한 빨리 (양사 노조를) 만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조종사노조·직원연대지부와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노조·열린조종사노조·노조 등 5개 노조는 통합 발표 당일(16일)부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들 노조는 노동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노사정 협의회 개최를 KDB산업은행 등 정부에 요구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대한항공 안에서는 노노 갈등까지 일어날 태세입니다.

1만8000명 대한항공 전체 직원 중 1만1700명이 가입한 대한항공노조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찬성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노조는 5개 노조의 통합 반대성명 다음날 “이번 (인수) 결정은 항공업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고 항공업계가 더욱 더 탄탄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항공 직원 현황.(2020년 9월 30일 기준, 단위 원)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대한항공 직원 현황.(2020년 9월 30일 기준, 단위 원)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조 회장이 설령 이러한 반대와 갈등의 ‘노조’라는 벽을 넘는다 해도 이번 통합의 걸림돌은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3자연합이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한 것입니다. 법원이 3자연합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이번에도 물 건너가게 됩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신주 발행은 위법’이라는 판례가 있는 만큼 법적 공방은 3자연합이 유리합니다. 대법원은 지난해 유에스알이 피씨디렉트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확인 소송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하여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판례로만 보면 법원이 3자연합의 가처분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항공업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이 걸려 있는 만큼 법원도 쉽게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산업은행과 조 회장 쪽이 이번 신주 발행이 경영권 방어가 아니라 통합 대형항공사를 출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통합 국적항공사로 가는 길이 ‘시계제로’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 현황.(2020년 9월 30일 기준, 단위 백만원)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아시아나항공 직원 현황.(2020년 9월 30일 기준, 단위 백만원) /자료=금감원 전자공시

<조원태 회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과 함께 국유화 등 대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이시기에 구조조정 단행 계획 있다고 말하겠냐??? 에효” “구조조정과 요금인상 없이 어떻게 아시아나가 정상화 된다고 생각하지?????. 국민들이 네 말을 믿냐ㅠㅠㅠㅠㅠ”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함부로 약속은 금지” “대한항공 뭘 믿고 나랏돈 8000억 밀어주는지...어이가 없네요” “조원태는 산은의 꼭둑각시 같다. 제대로 뭘 알고 말하는 건지 ㅠ. 주식비중이 높아지는 쪽이 경영권 좌지우지할 텐데 너 자신 있냐?”.

“국유화 합시다.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지 말고” “니돈 가지고 해라. 국민 혈세 투입은 절대 반대다” “구조조정은 해야죠. 경영의 경자도 모르는 내가 봐도 너무 겹치는데 그걸 다 어찌 끌고 간단 말인지.. 그리고 코로나가 끝나도 항공 산업이 2019년처럼 되려면 2025년이나 되야 한다는데 그때까지 무급 휴직 계속 시키면서 가는 것도 일종의 구조조정 아닌가?? 지금도 대부분 항공업계 사람들 마통으로 산다는데” “1.국유화 뒤에 건강하면 다시 팔자. 2. 산은 회장, 경제기획원장관, 금융위원장 한진에 8000억 중단하여야 3.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4. 산업은행과 박삼구의 금호타이어 인수 1차 위기 사임과 복귀 이런 실수 다시 없길 바란다”.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묘사한 그림.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묘사한 그림.

“여든 하고도 7년 전”. 미국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오늘, 치열한 격전지에서 광대뼈가 불거진 대통령은 이렇게 입을 엽니다. 그리고 사라지지 않을 나라를 천명합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그로부터 157년 뒤 마흔여섯번째 대통령 당선자는 똑같은 장소에서 연설을 합니다. 코로나로 생존을 걱정할 때,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해법은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은 치유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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