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내리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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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내리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1.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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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8월 7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단 등에 보낸 편지. /사진=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8월 7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단 등에 보낸 편지. /사진=경기도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연 25%였음을 감안하면….”

지난 8월 7일, ‘존경하는 의원님께’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편지가 176명의 여당 의원들에게 배달됩니다. 뜯어보니 ‘불법사금융의 4배에 달하는 등록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내려달라’는 것입니다. 편지는 지난 7월 여야 의원 300명에 보낸 ‘수술실 CCTV 설치’에 이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두번째 입법 건의서입니다.

‘최고금리’. 금융회사가 대출로 인한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한 가장 높은 금리, 즉 법정 최고금리를 줄여서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로 내리기로 했습니다.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에 따른 부담을 줄이겠다는 당정의 똑같은 생각입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017년 7월 26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고금리 대출 부담 경감을 위해 최고금리를 기존 27.9%에서 24%까지 인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 보도 갈무리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017년 7월 26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고금리 대출 부담 경감을 위해 최고금리를 기존 27.9%에서 24%까지 인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 보도 갈무리

금융위원회·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오늘(16일) 협의를 열고, 관련 시행령을 고쳐 내년 하반기부터 이 같이 법정 최고금리를 4%p 낮추기로 했습니다.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이자 국정과제입니다. 정부는 앞서 2018년 2월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춘 데 이어 3년 만에 추가로 인하하는 것입니다.

금융위는 지난 3월 말 기준 20% 넘는 금리로 대출받고 있는 사람을 239만2000명(16조2000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87%인 207만6000명(14조2000억원)이 계속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최고금리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이자 부담이 4830억원 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실제 금리가 낮춰지는 건 내년 하반기부터입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법정 최고금리 인하효과. 올해 6월 수준의 경제여건을 전제로 추정한 것으로, 이용자 수는 다중채무자가 제거되지 않은 수치. /자료=금융위원회
법정 최고금리 인하효과. 올해 6월 수준의 경제여건을 전제로 추정한 것으로, 이용자 수는 다중채무자가 제거되지 않은 수치. /자료=금융위원회

반면 20% 초과금리 대출자의 13%인 31만6000명(2조원)은 제도권 대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가운데 3만9000명(2300억원)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으로 정부는 예상합니다. 하지만 최철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달 29일 콘퍼런스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출 경우 약 57만명이 제도권 금융인 대부업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정 최고금리가 4%p 낮아지면 대부금융 공급액은 9조3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예상수요보다 3조110억원 부족한 수준입니다. 1인당 대부업 평균이용금액을 524만원으로 산정하면 57만명이 대부업조차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최교수의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시장원리가 작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최고금리 인하 조치로 중·저신용자를 주 고객으로 영업하는 2금융권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부업체뿐 아니라 저축은행·캐피탈·카드사 등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연체가산금리(3%p)를 감안하면 17% 이하로 대출해야 하는데, 이는 정부의 정책성 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17(17.9%)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포용적 서민금융을 위한 대부금융시장의 제도 개선’ 콘퍼런스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찬반 논리. /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지난달 29일 열린 ‘포용적 서민금융을 위한 대부금융시장의 제도 개선’ 콘퍼런스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찬반 논리. /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환영과 함께 법정 최고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할 거면 당장 시행하든가 내년 하반기는 무슨” “그래도 점점 나아 지네요. 환영합니다” “아니 20프로는 빌리면 납골당행 아니냐???” “17%까지 내려야함” “기준금리의 10배정도면 될 텐데” “사채 24%가 폭리라고 언성을 높이더니 겨우 4% 줄여놓고 큰소리는.. 길거리에 보면 50%인하 문구가 붙은 쇼윈도가 보통이다. 사채도 현재의 이자를 반으로 깎아 채무자 부담을 줄여줘라” “별로 피부에 와닿지 않네.. 그래서 어쩌라구.. 돈빌려주고 불로소득 20%는 낮냐?” “10프로 해도 저축은행 안 망합니다” “예금금리 제로금리시대에? 20%라고? 니들이 그러고도 사람이냐?” “20프로도 많다 10프로로 해라” “연5%로 가즈아~”.

오히려 앞으로 대출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거라며 걱정도 합니다.

“저럼 24%에 대출받을 수 있는 사람이 20%에 받을 수 있을 것 같냐. 대출 못 받고 어둠의 시장에 가는 거지” “20% 사채금리구먼. 5% 이상 되는 금리는 사람을 빚더미에 옭아매는 거다. 손대는 순간 죽음이다. 신용불량에 협박에 개인파산 된다” “24%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신용조건의 사람이 최고 금리가 20%로 내려가면 20%이자로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죠. 20%의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을 더 올려서 오라고 하겠지요. 돈 못 갚고 배째라 식으로 파산해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자는 그에 대한 위험부담인 거죠. 이자 받는 거 자체에 불만을 가지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네요”.

나름의 계산법으로 정책적 조언도 이어집니다.

“금리를 무조건 낮추지 말고. 예를 들면..1금융 최고금리한도 제한 8% 넘지 못하게, 2금융 최고금리한도 제한 15% 넘지 못하게, 3금융 최고금리한도 제한 20% 넘지 못하게..이런 식으로 체계적으로 바꿔..무조건 다 내리면..급한데..못 받는 사람 생기자나” “최고금리를 고정시키면 시장 상황에 따라 불공정한 경우 생길 수 있습니다........전년도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더하기 12%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즉 최고금리는 1년마다 달라지겠죠.......더 중요한 것은 경국대전에도 명시된 "일본일리"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즉 이자는 아무리 늘어도 원금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라는 조선시대 선조들의 서민을 보호하는 현명한 제도입니다”.

'통화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통화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공짜점심은 없다”. 지금도 사람들은 이 격언의 저작권이 <통화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탄 이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헝가리 출신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은 원작자가 아닙니다. 오늘은 진보주의자들로부터 ‘금융제국주의 앞잡이’라고 비난받는 밀턴 프리드먼이 세상을 떠난 지 14주기입니다. 금리를 내리는 것도,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돈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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