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진 ‘수능 주사위’, 빠지는 관련주, 숨죽인 이벤트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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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진 ‘수능 주사위’, 빠지는 관련주, 숨죽인 이벤트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0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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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관련 종목, 시험당일 대부분 하락… 비난 여론 감안, 카드사 판촉행사도 ‘실종’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954년 한국전쟁 직후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 1954년 당시에는 대학별 고사와 병행해 대학입학연합고사가 시행되어, 이를 통과한 학생만 대학별 고사를 볼 수 있었다. /자료사진=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1954년 한국전쟁 직후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 1954년 당시에는 대학별 고사와 병행해 대학입학연합고사가 시행되어, 이를 통과한 학생만 대학별 고사를 볼 수 있었다. /자료사진=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보기처럼 빈칸을 채우시오. 보기 sun → solar. moon → ( )’

대학 입학시험을 예비고사와 본고사로 두번 치르던 시절, 어느 대학교 본고사 영어 문제입니다. 한 수험생은 ‘lunar’가 생각나지 않았는지 ‘molar(몰라)’라고 적었다는 이야기는, 웃음이 귀했던 시절 오답노트로 회자됩니다. 한자로 곧잘 적어 ‘여비고사’로 잘못 읽는다는 예비고사(豫備考査)는 1982학년도부터 사라집니다. 그리고 수많은 ‘개룡남’을 탄생한 단판걸이, 학력고사가 치러집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제주에 도착한 수능 문답지를 옮기고 있다. /사진=제주도교육청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제주에 도착한 수능 문답지를 옮기고 있다. /사진=제주도교육청

‘수능시험’. 1994학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학 입시제도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줄여서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2021학년도 수능시험이 오늘(3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1383개 시험장에서 치러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치러지는 이번 시험을 앞두고 ‘수능 관련주’들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수능 관련주로는 온라인교육 종목이 대표적입니다. YBM넷(057030)과 메가스터디(072870)·메가스터디교육(215200)·메가엠디(133750), 청담러닝(096240), 씨엠에스에듀(225330), 디지털대성(068930), 정상제이엘에스(040420), NE능률(053290), 웅진씽크빅(095720), 아이스크림에듀(289010)가 있습니다. 이들은 코로나 재확산에 비대면 관련주로도 분류되고 있습니다.

또 올해 전국 수능 시험장에 바이러스 차단 아크릴판 가림막을 공급한 에스폴리텍(050760)도 수능 관련주로 꼽힙니다. 아크릴판 가림막은 상반기에도 기업이나 관공서, 구내식당에 설치되며 수요가 많았습니다. 이밖에 비말 차단용 폴리카보네이트 가림막의 원료인 디메틸카보네이트(DMC)를 생산하는 그린케미칼(083420)도 눈에 띕니다.

3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및 코스닥지수가 모두 상승한 가운데 이들 수능 관련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린케미칼과 웅진씽크빅을 제외하고 모두 파란색을 띠었습니다. 상승 2개 종목도 그린케미칼을 제외하면 0%대의 미미한 오름폭입니다. 그린케미칼도 수능보다는 코로나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3일 수능 관련 종목 종가.
3일 수능 관련 종목 종가.

한편 올해 수능시험 출제위원장인 민찬홍 교수는 2년 전 ‘불수능’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나치게 어려운 문항, 초고난도 문항은 피하려고 최대한 애썼다”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로 재학생과 졸업생의 격차를 고려해 적정 난이도를 유지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는 수능이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마케팅 전선에는 이상 기운이 감돕니다.

예년 이맘때면 각종 할인을 해주거나 경품행사를 진행해온 카드사들은 올해에는 수능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가운데 수능 마케팅을 펼치면 역효과를 본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 악화를 겪는 카드사로서는 수능 이벤트가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2021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진 3일부터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판촉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전자랜드
2021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진 3일부터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판촉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전자랜드

반면 이동통신과 가전업계는 수능 이슈를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SK텔레콤 등 이통 3사는 맥북에어·갤럭시탭·아이패드 등 사은품을 내걸고 올해 마지막 대목잡기에 나섰습니다. 인기 연예인이 일대일 영상통화로 수험생을 응원하는 언택트 마케팅까지 펼치는 등 이색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뒤질세라 가전 양판점들도 수능 마케팅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특히 수험생들의 필수품인 다양한 PC기기를 대폭 할인된 가격에 선보임으로써 고객 끌어들이기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입니다. 아울러 학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판촉행사도 준비해 ‘쌍끌이 마케팅’에 나서고 있습니다.

“쟤는 수시충이고, 저 언니는 편입충이야”. ‘정시’로 대학에 들어오지 않은 친구들을 벌레 보듯 하는 차별이 여전합니다. ‘부모찬스’라는 또 다른 차별이 만든 불공정한 게임의 룰 때문입니다. 대학입시제도는 큰 틀에서 광복 이후 열일곱차례 바뀌었습니다. 교육뿐 아니라 경제 정책도 시행착오만큼 행복의 사다리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힘내라 수험생, 힘내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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