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공모주 청약… ‘사각의 링’으로 내모는 금융정책 [사자경제]
상태바
공매도·공모주 청약… ‘사각의 링’으로 내모는 금융정책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1.13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 8월 2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사장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 8월 2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사장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8월 2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5곳의 증권사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앉혀놓은 금융위원장은 입을 열었습니다. 이른바 ‘큰손’이라 불리는 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한 현행 공모주 청약방식을 손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장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제는 자본시장 정책에서도 개인과 기관을 균형 있게 대우할 필요성이 커졌다”.

‘균등방식’. 고르고 차별이 없게 만드는 일정한 방법이나 형식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기업공개(IPO) 공모주 청약에서 ‘균등방식’은 최소 증거금 이상을 납입한 청약자에게 동등한 배정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제(12일) 금융투자협회가 연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균등방식을 도입해 개인투자자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공모주 배정과 IPO 제도개선' 토론회. /사진=금융투자협회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공모주 배정과 IPO 제도개선' 토론회. /사진=금융투자협회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청약 규모에 상관없이 일정 증거금을 납입한 투자자들에게는 균등하게 주식을 배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올해 공모시장 ‘대어’인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의 경우 청약을 통해 받는 물량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빅히트는 1억원의 증거금을 넣었을 때 받는 주식이 2주 수준이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균등방식 외에 우리사주조합 미청약물량을 개인에게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지금은 우리사주조합 미청약 물량이 기관에게 배정됩니다. 또한 올해 말 일몰예정인 하이일드펀드 우선배정물량(공모주의 10%) 중 일부를 일반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개인투자자의 물량을 20%에서 최대 30%까지 늘린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 배정 방식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주가안정에 기여한 기관에게 신주 배정 때 우대하는 것 등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끝으로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적정 공모가 형성과 공모주 시장 안정,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축소, 일반투자자의 IPO 투자기회 확대와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확대 방안의 예시.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확대 방안의 예시.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처럼 공모주 청약 등 개인의 투자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내년 3월 15일로 금지기간이 끝나는 공매도에 대해 전면 재개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소형주 공매도 제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제(11일)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는 국회에 제출한 <공매도 재개에 대한 입장>에서 “공매도가 불공정거래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매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라며 공매도 금지 기간 종료 시 원칙대로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특정 종목이나 특정 기간에 한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방안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홍콩식 공매도종목 지정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힌 금융감독원의 입장과 배치됩니다. 금감원은 당시 “소수의 투자자가 시세를 조종할 수 있고 개인투자자의 피해 가능성이 높은 소형주의 경우 공매도 제한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는 종목 간 형평성과 글로벌 스탠다드 역행을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공매도 가능 종목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종목 간 형평성, 기준의 적정성 등 새로운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대신 ▲개인투자자 공매도 참여 확대 ▲시장조성자 제도 보완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출했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앞서 언급한 지난 8월 5개 증권사 CEO와 간담회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에 불법 요소가 있을 수 있고 개인은 제도 환경으로 인해 공매도 접근성이 낮다”라며 “시장조성자 기능과 역할에 대해 필요성과 부작용을 다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두달보름 뒤 금융당국 수장이 다시 외친 ‘글로벌 스탠다드’에 개인은 더욱 작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3일 경쟁률 1524.85대 1, 증거금 58조5542억원이라는 역대급 흥행으로 마감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 신청 현장. /사진=삼성증권
지난 9월 3일 경쟁률 1524.85대 1, 증거금 58조5542억원이라는 역대급 흥행으로 마감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 신청 현장. /사진=삼성증권

‘공모주 개인 배정물량 확대와 균등배분 제안’ 소식에 누리꾼들은 환영한다며 공모가 현실화 등 각종 제안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배정 균등분배하고. 공모가를 기준가로 설정해라” “빅히트를 들먹이는 거면 비율이 아니라 가격을 문제 삼아야 하는 거 같은데” “배정물량도 문제지만 뻥튀기가 문제다” “시초가를 공모가격으로 해야지 시초가격 따상해서 기관들 털고 나오고 개미들 들어가서 공물 받치고 도대체 한국거래소 나쁜 놈들” “돼지들 주머니 터는 수법ㅡ공모주팔이” “주식시장 개인들 참 불리한 싸움중이야. 힘내라. 쉽지 않다” “아니 이런 거 필요 없고 좀 공매도랑 양도세 폐지 기본적인 것만 해달라고”.

‘금융위, 공매도 금지연장 불가’에는 대책 없는 공매도 재개방침에 불만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무차입공매도 막을 시스템은 구축했냐?! 그리고 개인 공매도 활성화?? 웃기고 자빠졌네 다 죽일 셈이냐?? 후진국 금융시스템으로 뭘 하자는 거냐?! 시스템부터 확실히 갖추고 해라” “공매도 개인들도 하고 무차입 전산화도입 어길시 강력 제재하면 해도 좋다고 찬성한다. 근본적인 걸 해결 안하고 눈앞에 이윤에 눈이 멀어 보인다. 개미들을 호구로 보지 말라” “공매도 누가 하지 말라고 했냐? 니들이 온갖 불법에 눈감고 있으니 제도 개선하라고 했냐 안했냐? 개종구가 불법공매도 적발 시스템 만든다고 했냐 안했냐? 근데 지금 몇년이 지나도 그대로인데 공매도 재개한다고. 니들 미친 거 아냐? 먼저 제도부터 손보고 처벌수위 올리고(징역 1년, 벌금 3배가 뭐냐? 나라도 하나도 겁 안나네) 나서 추진해라”.

사각의 링 위에서 쓰러져 생을 마감한 비운의 복서 김득구를 기린 영화 ‘챔피언’. 배우 유오성이 김득구를 연기했다.
사각의 링 위에서 쓰러져 생을 마감한 비운의 복서 김득구를 기린 영화 ‘챔피언’. 배우 유오성이 김득구를 연기했다.

“패한다면 절대 걸어서 링을 내려오지 않겠다”. 1982년 오늘(11월 13일), 결사의 의지를 불태운 복서는 두번의 라운드를 끝내지 못합니다. 뱃속의 아이를 움켜쥔 약혼녀는 애타게 복서의 이름을 부릅니다. “김·득·구”. 석달 뒤 아들을 따라간 어머니의 유서에는 한 맺힌 단어가 눈에 띕니다. ‘가난’. 빚까지 끌어 모아 투자하는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정책은 없어야겠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