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벼랑끝에 선 신라젠·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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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벼랑끝에 선 신라젠·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1.05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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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사태’ 코오롱티슈진 또 상장폐지 의결… 한때 1조짜리 이웅열 지분, ‘30억 휴지’?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이 난디니 수쿠마르 세계거래소연맹 회장에게 발송한 호소문. 최근 손보협회장에 내정된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의 세계연맹 이사직 해임 촉구도 담겼다. /사진=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이 난디니 수쿠마르 세계거래소연맹 회장에게 발송한 호소문. 최근 손보협회장에 내정된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의 세계연맹 이사직 해임 촉구도 담겼다. /사진=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16만8778명의 주주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은 빨간 바탕에 노란색 글씨가 적힌 피켓과 함께 눈물의 외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단체를 이끄는 이성호 대표는 지난달 세계거래소연맹에 ‘주권 거래정지의 부당성’을 알리는 호소문을 보냈습니다. 여기에는 최근 손보협회장에 내정된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의 세계연맹 이사직 해임 촉구도 담겼습니다.

코오롱티슈진 지분 17.8%를 보유 중인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사진=코오롱그룹
코오롱티슈진 지분 17.8%를 보유 중인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사진=코오롱그룹

‘상장폐지’. 상장증권이 매매대상 유가증권으로서의 적격성을 잃어 상장자격이 취소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17만명 가까운 신라젠 소액주주들의 ‘거래재개 집회’가 두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던 어제(4일),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위원회 회의 결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다섯달 넘게 거래 재개만 손꼽아 기다려온 소액주주들의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올해 6월 기준 코오롱티슈진의 시가총액은 거래 정지 직전 5월 31일 종가(8010원) 기준으로 4896억원입니다. 코오롱티슈진 주식을 들고 있는 개인투자자는 6만4555명으로 지분율은 34.48%입니다. 모두 421만4861주를 들고 있으며 현재가 기준 약 337억원어치입니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고의로 속이고 신약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상장폐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회사가 이의를 제기해 관련 규정에 따라 1년간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지만 이날 한번 더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입니다.

'신규상장 허위자료 제출'로 상장폐지가 의결된 코오롱티슈진 주가. 현재 거래정지 상태이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신규상장 허위자료 제출'로 상장폐지가 의결된 코오롱티슈진 주가. 현재 거래정지 상태이다.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통지를 받고 7일 안으로 이번 심의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코오롱티슈진이 이의신청을 하면 거래소는 15영업일 이내인 이달 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다시 엽니다. 여기서 상장폐지를 결정하면 바로 상장이 폐지되고, 1년 이내까지 개선기간이 부여되면 시장위원회에서 마지막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합니다.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유지가 결정되더라도 이번 ‘신규상장 허위자료 제출’이 아닌 횡령 및 배임 등 다른 상장폐지 사유에 대해서도 심사 중이어서 거래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약 1주일 동안 정리매매 기간이 주어지고 그 이후에는 장내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다만 장외 거래는 가능하나 큰 폭의 손실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한편 코오롱티슈진 지분 17.8%를 보유 중인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은 거래소 결정대로 상장이 폐지된다면 871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명예회장의 경우, 한때 티슈진 지분 가치로 1조원까지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상장폐지가 확정되어 정리 매매까지 간다면 약 30억원(올해 정리매매 종목 평균 거래 가격)으로 지분 가치가 쪼그라듭니다.

지난 9월 25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의 한 소액주주가 눈물로 주식거래 재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지난 9월 25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의 한 소액주주가 눈물로 주식거래 재개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회사 경영진과 거래소의 책임을 강조하며 바이오주 신중 투자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오롱에서 책임져야지. 미국이었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대주주가 처벌을 받을 텐데” “왜 경영진들이 뻘짓한 걸 일개 소액주주까지 책임을 져야하나~ X같은 금융후진국” “회사 이름부터... 주식이 티슈가 되어버렸네” “그저 안타까울 따름” “없앨 건 없애고 먹튀의 대명사 코오롱 회장 구속하자” “무능한 거래소 놈들”.

“바이오는 한순간에 훅간다. 매출 30억에 직원 50명도 안되는 회사가 시총이 3천억이 넘는 게 정상이냐?” “실적이 확인되지 않은 종목은 거품투성인데 한탕 하려고 투기한 투기꾼들이 문제지요. 바이오도 건실한 실적주 많아요” “더 큰 문제는 아직도 사기 바이오 주들이 코스닥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 “삼바는요?”.

거래소는 최근 신라젠의 새 경영진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서를 검토한 뒤 이달 말 상장폐지 여부를 결론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도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신라젠소액주주모임의 항변에 답이 있을지 모릅니다. “거래정지의 사유는 코스닥 상장 전에 일어난 전 경영진의 혐의이다”. 그들이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국회의원을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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