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오스템임플란트 상폐와 거래소 ‘유의사항’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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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오스템임플란트 상폐와 거래소 ‘유의사항’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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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20년 7월 10일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권 회복 및 거래재개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신라젠행동하는주주모임
2020년 7월 10일 한국거래소 앞에서 신라젠 주권 회복 및 거래재개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신라젠행동하는주주모임

“신라젠 상장폐지 결정이 공표 네 시간 전부터 유출됐다.”

어제(9일) 신라젠주주연합은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임직원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주주연합은 고발장에서 “지난달 18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시작되는 오후 2시쯤 기관투자가들이 신라젠의 최대주주인 엠투엔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엠투엔 주가 추이. 신라젠주주연합은 이날 신라젠 상폐를 결정한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시작되는 오후 2시쯤 기관투자가들이 신라젠의 최대주주인 엠투엔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지난달 18일 엠투엔 주가 추이. 신라젠주주연합은 이날 신라젠 상폐를 결정한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가 시작되는 오후 2시쯤 기관투자가들이 신라젠의 최대주주인 엠투엔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자료=한국거래소

당일 기관은 엠투엔 185만주(215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주가는 11.11% 급락했습니다. 주주연합은 “이 같은 대량 매도가 기심위 상폐 공표 4시간 전부터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심사 자료와 회의내용 등이 공표 전에 유출됐다고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관련 내용을 사전에 인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상장폐지’. 상장증권이 매매 대상인 유가증권으로서의 적격성을 잃어 상장 자격이 취소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유가증권(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이 폐지된 기업은 모두 152곳이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결산’과 관련한 상폐 기업은 열 곳 가운데 세 개꼴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유가증권(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이 폐지된 기업은 모두 152곳이었다. /자료=한국거래소
지난 5년 동안 유가증권(코스피)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이 폐지된 기업은 모두 152곳이었다. /자료=한국거래소

10일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2021사업연도 결산 관련 시장참가자 유의사항>을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상폐 기업은 152개사였습니다. 이들 기업 중 결산과 관련한 상폐 비율은 29.6%(45개)였습니다. 45개사 가운데 가장 많은 사유는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전체의 86.7%(39개)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사업보고서 미제출(4개‧8.9%) ▲자본잠식(2개‧4.4%) ▲대규모 손실(1개‧2.2%) 순이었습니다. 특히 2020년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상폐가 유예된 기업은 코스피 4, 코스닥 22개로 모두 26개사입니다. 이들 기업은 2021년 감사의견에 따라 상폐가 결정됩니다. 거래소는 지난 사업연도 결산기가 찾아옴에 따라 상장법인과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먼저 상장법인에 대해서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보고서를 수령한 즉시 이를 공시해야 하고, 사외이사·감사 선임 및 주주총회 개최와 관련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감사보고서가 투자 판단에 중요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관리종목 지정, 상폐, 매매거래 정지 등 시장조치를 수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산과 관련한 상폐 기업의 가장 많은 사유는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전체의 86.7%를 차지했다. /자료=한국거래소
결산과 관련한 상폐 기업의 가장 많은 사유는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전체의 86.7%를 차지했다. /자료=한국거래소

특히 정기 주주총회 1주일 전까지 주주에게 감사 및 사업보고서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들 보고서는 거래소와 당국(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상법이 정한 사외이사 비율과 감사위원회 구성, 감사위 구성 요건 등을 갖추지 못하면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폐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거래소는 투자자들에게도 “경영 안정성이 미흡하거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에 투자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결산 시즌에는 중요정보가 집중되고 예상치 못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래소는 아울러 “외부감사인 등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신속한 공시 유도와 함께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은 즉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상장 문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진=오스템임플란트
기술특례로 상장한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상장 문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진=오스템임플란트

한편 지난 7일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코시위)가 코오롱티슈진의 상폐를 속개(판단 보류)하면서,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의 상폐 결정도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상장기업의 최종 상폐는 거래소 기심위 결정이 난 날로부터 20일(영업일 기준) 안에 열리는 코시위에서 확정되는데, 신라젠은 이달 18일 코시위, 오스템임플란트는 17일 기심위를 앞두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도 코오롱티슈진처럼 상장폐지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거래정지 기간이 길어지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신라젠과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17만4186만, 1만9857명에 이릅니다.

신라젠의 경우 오는 18일 코시위에서 상폐가 아닌 최대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면 거래정지는 내년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이달 17일 기심위가 상장유지를 결정하면 주식 거래는 바로 재개되지만, 개선기간을 부여한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거래가 묶입니다. 신라젠,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들에겐 피를 말리는 시간입니다.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상폐 심사대에 오른 기업은 모두 38곳입니다. 주요 기업은 ▲경남제약헬스케어 ▲스킨앤스킨 ▲바른전자 ▲세원물산 ▲참존글로벌 ▲스포츠서울 ▲씨엔플러스 등입니다. 이들 기업의 투자자들 역시 피해가 걱정됩니다. 신라젠 소액주주들로부터 고발당한 대한민국 거래소의 ‘시장참가자 유의사항’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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