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문턱’ 높일까… 오스템임플란트가 던진 돌멩이 [사자경제]
상태바
‘상장 문턱’ 높일까… 오스템임플란트가 던진 돌멩이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1.25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2005년 1월 27일 한국증권거래소, 한국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가 통합해 탄생한 한국거래소는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였던 명칭을 2009년 2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무소. /사진=한국거래소
2005년 1월 27일 한국증권거래소, 한국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가 통합해 탄생한 한국거래소는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였던 명칭을 2009년 2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무소. /사진=한국거래소

“적자기업도 기술력과 성장성만 인정받으면 코스닥시장 상장이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동반성장’을 강조한 2005년 3월 3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작지만 유망한 벤처기업을 위해 상장 특례조항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힙니다. 반면 부실기업의 상장폐지 유예기간은 6개월로 대폭 줄입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한 달여 전인 1월 27일 한국증권거래소, 한국선물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가 통합해 탄생했습니다.

‘기술특례’. 수익성은 크지 않으나 무한한 성장성을 가진 회사가 쉽게 상장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2005년 이후 150개 가까운 기업이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데뷔했습니다. 이 가운데 바이오 기업이 65%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상장 문턱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2005년 이후 143개 기업이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 기업이 65%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2005년 이후 143개 기업이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 기업이 65%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43개사가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이 가운데 바이오 기업이 모두 93개사로 65%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2015(10건), 2018(15건), 2019(14건), 2020년(17건) 두 자릿수를 넘던 바이오 기업 기술특례 상장은, 지난해 9건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최근 AI(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4차산업혁명 관련 혁신기업이 크게 늘면서 특례 상장기업도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기술특례 상장 공모금액도 바이오 기업이 5770억, 그 밖의 기술기업이 4840억원으로 균형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 한 건도 없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상장이 2020년 5건, 지난해 9건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그동안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 가운데는 대규모 기술이전이나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등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혁신기업이란 정부의 ‘국가대표 혁신기업 1000’ 정책에 따라 금융지원이 이뤄지는 기술혁신 기업입니다. 알테오젠과 레고켐바이오가 기술이전에 성공했고,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퓨쳐켐이 신약 개발에 성공한 혁신기업입니다.

기술성장 기업 기술평가 및 상장예비심사 절차. 2005년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작지만 유망한 벤처기업을 위해 기술특례라는 상장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자료=한국거래소
기술성장 기업 기술평가 및 상장예비심사 절차. 2005년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작지만 유망한 벤처기업을 위해 기술특례라는 상장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자료=한국거래소

이처럼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달려온 바이오 스타트업들에게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다른 업종과 견줘 상대적으로 낮았던 상장 문턱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신생 바이오 벤처가 상장할 때도 더 높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도록 요구받을 것이라는 전망에서입니다.

실제 거래소가 지난해부터 평가항목을 늘리면서 상장 문턱은 예전보다 높아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으로, 거래소가 보다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걱정입니다. 코스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부실기업이 늘었다는 세간의 지적도 부담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상장 문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진=오스템임플란트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상장 문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사진=오스템임플란트

거래소가 윤주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코스닥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은 150개 기업 가운데 상장폐지된 기업은 39개(중도 상장폐지 포함)였습니다. 기술특례로 상장한 신라젠을 포함한 39개사는 여전히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심사 이후에도 살아남은 기업은 절반도 안 되는 72개였습니다.

상장이 폐지된 기업들의 가장 많은 사유는 ‘횡령·배임 사실 확인’(10개)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불성실 공시(8개)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6개) ▲회계처리 위반(5개) ▲주된 영업의 정지(5개사) 순이었습니다. 거래소가 상장폐지 여부를 따질 때 횡령과 배임 문제를 상당히 무겁게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거래소는 전날 공시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 중이며, 실질심사 대상여부 결정을 위한 추가조사 필요성 등을 감안하여 당초 조사기간을 영업일 기준 15일 연장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는 1만9856명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던진 돌멩이가 너무나 커 보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