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거래절벽’, 대선 이후 집값 폭락?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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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의 ‘거래절벽’, 대선 이후 집값 폭락?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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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5월 12일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3번째)이 금융발전심의회 청년특별분과인 ‘금발심 퓨처스’ 첫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지난해 5월 12일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3번째)이 금융발전심의회 청년특별분과인 ‘금발심 퓨처스’ 첫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청년들은 대출받기가 어려운 반면, 부동산 투기꾼들은 법망을 피해 이익을 보고 있다.”

지난해 5월 12일, 금융발전심의회에 참석한 청년 특별위원의 첫마디입니다. 이날 금융정책 조언을 위해 모인 청년 대표들은 “마음 놓고 미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로부터 여덟 달이 더 지난 어제(3일), 국토교통부는 ‘아빠 찬스’로 아파트 12채를 사들인 미성년자를 찾아내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거래절벽’.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년도 최고점보다 35~40% 떨어진 뒤 생겨난 신조어로, 거래가 끊긴 상황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당시 전용 77㎡ 서울 은마아파트는 1년 전(13억원)보다 36% 떨어진 8억3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국토부가 전날 투기 의심거래 570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의 거래절벽 현상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주택매매 거래량. 12월 기준으로 ‘거래절벽’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2008년(4만건) 이후 최저치다. /자료=국토교통부
지난해 12월 주택매매 거래량. 12월 기준으로 ‘거래절벽’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2008년(4만건) 이후 최저치다. /자료=국토교통부

4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5만377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한 달 전(6만7159건)보다 19.9%, 1년 전(14만281건)보다는 61.7% 급감한 수치입니다. 12월 기준으로는 ‘거래절벽’ 신조어가 생겨난 2008년(4만건) 이후 최저치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주택매매 거래량도 101만5171건으로 전년(127만9305건)보다 20.6% 줄었습니다.

이 같은 주택매매 거래량 감소세는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 아파트에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1년 전보다 거래가 58.2% 줄었던 지방(3만2201건)에 견줘 수도권(2만1573건, 65.9%↓)과 서울(6394건, 60.5%↓)의 감소 폭이 더 컸습니다. 지난해 연간으로 따지면 지방 거래량은 1년 새 15.8% 감소했는데, 수도권은 25.4, 서울은 28.6% 줄었습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지난해 12월 아파트가 아닌 주택의 거래량(2만3290건)은 1년 전보다 32.0% 줄었는데, 아파트(3만484건)는 71.2% 감소했습니다. 특히 수도권(8952건, 79.9%↓)과 서울(1634건, 81.4%↓)은 전체 아파트 거래량보다 감소 폭이 더 컸습니다. 누계 기준에서도 수도권(27만5141건, 37.6%↓)과 서울(4만9751건, 47.0%↓)에서 크게 줄었습니다.

전월세 거래량 추이. 지난해 12월 전세 거래량(11만5989건)이 1년 만에 7.3% 증가한 사이, 월세 거래량(9만9403건)은 32.3% 늘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료=국토교통부
전월세 거래량 추이. 지난해 12월 전세 거래량(11만5989건)이 1년 만에 7.3% 증가한 사이, 월세 거래량(9만9403건)은 32.3% 늘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료=국토교통부

반면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21만5392건으로 전월(19만2990건)보다 11.6%, 1년 전(18만3230건)보다 17.6% 늘었습니다. 이는 임대차 신고제 자료와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합산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전체 전월세 거래량(235만1574건)도 전년(218만9631건)보다 7.4% 증가했습니다. 지난 5년 평균치와 견줘도 12월 기준 42.8%, 연간 기준 26.4% 늘어난 것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12월 전세 거래량(11만5989건)이 1년 만에 7.3% 증가한 사이, 월세 거래량(9만9403건)은 32.3%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월세 거래량 비중은 43.5%로 전년(40.5%)보다 3.0%p, 5년 평균치(41.4%)보다 2.1%p 증가했습니다. ‘전세의 월세화’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택매매 거래량 급감 소식에 누리꾼들은 비정상인 집값이 더 내려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촌. /사진=픽사베이
주택매매 거래량 급감 소식에 누리꾼들은 비정상인 집값이 더 내려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촌.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비정상인 집값을 거론하며 가격이 더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실수요가 아닌 투기꾼들에게 세금폭탄을 때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선거 이후 크게 떨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큽니다. 무엇보다 청소년 인구가 줄어드는 게 걱정입니다.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지. 지금 주택가격이 정상이냐? 아직 안 떨어졌다. 많이 내려야 함” “집값을 하도 많이 올려놔서 집값이 떨어져도 떨어진 것 같지 않음. 1~2년 사이 전세, 매매가 40% 이상 올랐는데, 떨어진 건 10%도 안 됨” “선거철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단기투기꾼들이 줄었다는 거지. 여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장기보유 주택 거래세는 완전 줄이고. 3년 내외의 다주택. 법인들의 단기투기족에겐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니들이 이야기하는 세금폭탄~ 특히, 법인들은 주택을 소유 못 하게 해야 한다”.

“선거철이라 그나마 버티며 태풍 전야 같은데. 선거 끝나고 얼마나 폭락할지” “거래전멸에 경·공매, 미분양 폭증, 금리는 XX 오르고” “출산율 보면 우린 일본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 하진 않을 거다. 이제 폭락사태 대비해라” “선거에 기대 걸지 마시라. 거품을 살리면 국민 절반을 차지하는 무주택 서민 표가 날아가는데 죽으려고 부양책을 내놓겠나?” “선거철+대출규제” “행여 떨어진다고 또 개거품 물고 달려드는 자 없겠지” “올해 서울은 공급이 부족해서 오른다는 기레기와 자칭 전문가들 아직도 있더라. 꼭 사길 바란다”.

“미친 가계부채로 말도 안되는 황당한 가격에 너 같으면 사겠니? 세금인상, 대출규제, 금리인상 줄줄이 부동산에 악재 투성이어서 미국 금리인상 지켜보는 게 급선무다” “대출의존도가 높은 지역만 이 상황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집값 안정으로 볼 수 없음” “3만불 국가에서 서민들이 사는 공동주택이 100만불. 정상은 아니지” “아파트값이 정상이냐? 인간들이 바벨탑을 쌓고 있는지도 모르고 부동산에 미친 인간들” “그때랑 다르다. 인구가 확연히 줄고 있다. 내 집 장만해야 할 젊은이들이 줄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오른쪽)가 지난 3일 열린 방송 3사 초청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부동산 청약점수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오른쪽)가 지난 3일 열린 방송 3사 초청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부동산 청약점수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한편 전날 열린 방송 3사 합동 대선 후보 토론에서 첫 주제는 부동산 정책이었습니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청년원가주택을 공약했는데 서울 23평 아파트를 원가로 공급하면 6억원은 되는데 80%면 4억8000만원이니 20년간 원리금 상환하면 한 달에 250만원씩 내야 한다”라며 “금수저 청년들만 해당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심 후보는 이어 윤 후보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며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거론했습니다. “1주택자의 경우 시가 25억원이면 종부세 연 50만원 내는데 청년들은 4~5평 살면서 매달 60만~70만원, 연 700만~800만원을 낸다”라며 “50만원 세금 내는 것을 폭탄이라고 하니 내가 다 부끄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후보는 이에 “청년원가주택은 서울이 아니고 수도권에 광역도시철도가 연계된 신도시를 중심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청년들은 앞으로 돈을 계속 벌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종부세에 대해서는 “그냥 폐지하는 게 아니라 재산세와 합쳐 합당한 과세를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윤 후보는 ‘청약점수’에 대한 질문에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화장실 변기 옆에 조리시설을 둔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진=SBS 방송화면 갈무리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화장실 변기 옆에 조리시설을 둔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진=SBS 방송화면 갈무리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서 부모가 자식에게 돈 주는 게 뭐가 문제인데?”. 미성년 자녀에게 아파트 12채를 편법 증여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이처럼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모르는 이에게 서울 아파트는 단지 돈입니다. 다음 달 9일은 스무 번째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집은 돈이 아닌 보금자리’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줄 후보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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