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미국주식 거래, 서학개미는 호갱일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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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미국주식 거래, 서학개미는 호갱일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07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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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국내 한 증권사가 미국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를 내놓자 누리꾼들은 자칫하다가는 ‘호갱’ 되기 쉽다며 투자 유의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한 증권사가 미국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를 내놓자 누리꾼들은 자칫하다가는 ‘호갱’ 되기 쉽다며 투자 유의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것도 LG엔솔에 물린 기관이 개미들 꼬시는 기사네.”

지난 1일, 한국예탁결제원 자료 기사가 나오자 누리꾼들은 한목소리로 반박합니다. 서학개미가 지난달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이 -18.2%를 기록했다는 소식입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가진 테슬라(-13.0%)와 애플(-11.6%)도 마이너스였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의 수익률은 이보다 낮은 –21.4%였습니다.

‘서학개미’. 국내주식을 사 모으는 개인투자자인 동학개미에 빗대어,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국내 증권사가 낮 시간에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여, 서학개미들의 투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7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미국의 모든 주식 종목에 대한 주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미국 주식을 사려면 정규시장(오후 11시 30분~다음 날 오전 6시)과 프리마켓(오후 6시~정규시장 전), 애프터마켓(정규시장 후∼다음 날 오전 7시) 시간에만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밤에 잠을 설쳐가며 주식을 사고팔았습니다. 하지만 삼성증권 주간 거래를 이용하면 하루 20시간 30분 동안 미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이번 서비스 도입을 위해 미국 대체거래소인 ‘블루 오션’과 독점 제휴를 맺었습니다. 블루오션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현지시간 기준 야간 거래 지원을 승인받은 거래소입니다. 삼성증권은 통합증거금 제도를 활용하면 ‘삼성전자 주식을 판 돈으로 즉시 테슬라를 살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동종 국내 종목과의 비교 거래나 미국 장 마감 후 발표되는 공시를 참고한 매매 등 다양한 투자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재훈 삼성증권 부사장은 “이번 주간 거래 서비스로 누구라도 시차의 부담 없이 해외 주식투자를 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이 완전히 혁신을 이루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 주간 거래 서비스는 삼성증권을 이용하는 투자자에게만 제공되는 장외 시장이기 때문에 정규시장보다 유동성이 적고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이에 대해 글로벌 유동성 공급자인 ‘제인스트리트’ 등 해외 기관들과 손잡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가격 괴리를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주식 거래가능 시간. 서머타임 시간 미적용 기준. 주간 거래를 이용하면 하루 20시간 30분 동안 미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자료=삼성증권
미국주식 거래가능 시간. 서머타임 시간 미적용 기준. 주간 거래를 이용하면 하루 20시간 30분 동안 미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자료=삼성증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자칫하다가는 ‘호갱’(호구+고객에서 생겨난 말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낮잡아 이르는 말) 되기 쉽다며 투자 유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결국 장외 거래시간 늘려주기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왜 국내시장을 떠나 해외로 가는지 당국과 시장 관계자들이 새겨야 할 지적도 많습니다.

“이젠 종일 털리네” “정신없이 털리겠구나” “잘할 사람은 잘하겠죠. 그렇지만 정신없이 털릴 거 같다는 거에 공감이 눌러지네요” “미국주식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괜히 나도 해볼까 하다 양쪽으로 얻어 털리게 될 수 있습니다” “꿀잠 자고 일어났는데 털리고, 업무시간에 주식 하다 잘리고, 낮에도 또 털리고. 아주 한국부터 뽕을 뽑을 작정이군. 역시 선진국이야!!” “한국을 제일 먼저 선택했다? 우린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봐야지. 좋은 의미인지 아니면 그만큼 갖고 놀기 좋은 호갱들인지”.

“근데 이게 결국에는 장외로 거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준 거 아닌가요? 전 세계 대부분 사람은 여전히 미국 장 열리는 시간 기준으로 거래할 텐데 큰 의미가 있나요?” “무슨 대단한 것인 양 실시간도 아닌데. 의미가 있나 몰라” “큰 의미 없다. 장외거래에서 과열되면 본장에서 탈탈 털릴 수 있다. 더 위험함” “삼성증권 해외주식 거래할 때 최저 수수료 받아서 한주 사도 무조건 수수료 내야 하는데 왜 하필 삼성증권?” “과연 개인투자자가 이길 수 있을까요? 개인투자자가 돈 버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렵지만 최소한 국장보단 할 만하죠. 세금이 문제지만 그래도 국장보단 나아요” “분할상장. 쪼개기 상장 국내시장은 이제 안녕” “기업가치 왜곡, 시세조작, 공매도 놀이터 국장 왜 하냐” “한국주식 개미들 떠나기 시작하겠네. 국내주식은 절대 안 하는 게 답이다. 외X 자금이 떠난다고 무작위 공매 허용하더니 이제 개미 자금이 떠나기 시작하겠네. 공매도 상환기간 2~3개월로 단축하고, 개인들도 같은 조건으로 공매 거래하게 하고, 동시호가제도 없애고, 단일가제도 없이 미국처럼 종가에서 정규장처럼 2시간 거래하게 하라”.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자(현지시간) 온라인판 ‘A Big Tech Trade Is Losing Its Lust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른바 ‘FAANG’ 등 빅테크에 대한 묻지마 투자 시대는 지났다고 전했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누리집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자(현지시간) 온라인판 ‘A Big Tech Trade Is Losing Its Lust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른바 ‘FAANG’ 등 빅테크에 대한 묻지마 투자 시대는 지났다고 전했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누리집

한편 서학개미가 선호하는 주식인 ‘FAANG’에 대한 투자자의 변화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FAANG은 페이스북(메타)·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알파벳) 등 5개 빅테크(거대 IT기업)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온라인판에서 <빅테크의 (주식) 거래가 빛을 잃고 있다(A Big Tech Trade Is Losing Its Luster)>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배럿애셋매니지먼트의 에이미 콩 CIO는 “빅테크들은 지난 10년 넘게 강력한 (주가) 연관성을 유지했지만, 현재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라면서 “페이스북 모기업(메타플랫폼)의 경우 팔 타이밍을 찾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노버스트러스트의 다니엘 모건 선임매니저는 “예전엔 FAANG 주식을 모두 사라고 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은 이제 트위터나 우버 같은 기술 회사들의 분기별 보고서를 통해 성장 둔화의 징후가 있는지 분석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기술주를 매수하는 징후가 있지만, 아예 다른 투자 방식으로 선회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빅테크에 무턱대고 투자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얘기입니다.

7일 오전 9시 6분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5.36% 오른 53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LG화학 주가는 1만7000원 떨어졌다. /자료=한국거래소
7일 오전 9시 6분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5.36% 오른 53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LG화학 주가는 1만7000원 떨어졌다. /자료=한국거래소

“기관들이 작전 들어갔나 보네”. 이날 오전 9시 6분,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53만1000원을 기록하고 있다는 기사 <“너무 일찍 팔았나”… LG엔솔, 50만원선 재돌파>에 달린 댓글입니다. 누리꾼들은 해외로 떠나는 투자자들을 잡기 위한 “장난질”이라고 비난합니다. 같은 시각 LG화학 주가는 1만7000원 떨어졌습니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각입니다.

“미국은 떨어져도 덜 불안함. 보통 떨어지는 이유가 있음. 그리고 악재가 해소되면 다시 오르는 게 대부분, 그래서 떨어지면 매수 기회. 국장은 오르는 것도 떨어지는 것도 딱히 이유가 없음. 성과 팡팡 터져도 빠짐. 개미들 놀라 던지면 오름. 떨어져서 매수 기회다 싶어 사면 더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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