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보유 풀리는’ LG엔솔·크래프톤, 카카오페이처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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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보유 풀리는’ LG엔솔·크래프톤, 카카오페이처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0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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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지난해 11월 25일 여민수 대표이사(오른쪽)와 함께 카카오 공동대표에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류 전 내정자는 지난달 10일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스스로 물러났다. /사진=카카오
지난해 11월 25일 여민수 대표이사(오른쪽)와 함께 카카오 공동대표에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류 전 내정자는 지난달 10일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스스로 물러났다. /사진=카카오

“앞으로 스톡옵션 수익 전부를 자사주 사들이는 데 쓰겠다.”

어제(8일) 카카오페이 실적 발표장에서 나온 신원근 대표 내정자의 약속입니다. 신 내정자는 아울러 “임기 동안 보유주식을 매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앞서 신 내정자 등 카카오페이 임원진 8명은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먹튀’ 논란으로 시장을 들쑤셨습니다. 신 내정자의 약속 다음 날, 카카오페이 주가는 또 4000원(3.07%) 떨어졌습니다.

‘의무보유’.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배정받은 공모주 가운데 일부를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 확약’ 제도를 줄여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상장하자마자 코스피시장 2위 자리를 꿰찬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의 의무보유 해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시가총액 120조원에 가까운 새내기 주식이 거쳐야 할 첫 통과의례에 시장의 눈길이 모입니다.

상장 첫날인 지난달 27일 50만5000원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9일 51만10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상장 첫날인 지난달 27일 50만5000원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9일 51만10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15일 의무보유’ 물량인 4만5281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오는 11일 풀립니다. 지난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지 15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15일짜리 의무보유 물량 4만5281주는 9일 종가 51만1000원 기준으로 231억원 규모입니다.

보유 기관별로는 국내 2만6281주, 해외 기관이 1만9000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보호예수 해제물량은 대부분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주가가 공모가격 30만원보다 70.3%나 올라 차익을 얻으려는 욕구도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금투업계는 다만 이번 해제물량이 LG에너지솔루션 주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의 의무보유 해제일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의 의무보유 해제일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하루 거래대금이 1조원에서 1조3000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200억원대의 물량은 충분히 소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IPO 과정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모두 2337만5000주가 배정됐는데, 15일짜리 의무보유 물량은 0.2%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이날(9일) 하루도 거래대금은 1조원이 조금 넘는 1조421억원이었습니다.

문제는 오는 27일 풀리는 1개월짜리 보호예수 물량입니다. 모두 170만471주로 15일짜리 물량의 38배 규모입니다. 9일 종가 51만1000원으로 따지면 8689억원어치입니다. 하루치 거래대금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앞서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도 1개월짜리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되는 날, 주가가 각각 4.21, 5.89, 1.68% 떨어졌습니다.

크래프톤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하자 장병규 의장(사진)이 지난달 25일 회사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 주가가 공모가보다 하락하자 장병규 의장(사진)이 지난달 25일 회사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사진=크래프톤

LG에너지솔루션의 15일짜리 보호예수 해제에 앞서 10일에는 크래프톤의 6개월짜리 의무보유 확약이 풀립니다. 모두 21만900주가 해제되는 크래프톤은 9일 종가가 29만7000원으로 공모가(49만8000원)를 훨씬 밑돌고 있습니다. 이번 보호예수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수급 충격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기관투자자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며 의무보유 확약 비중도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기관투자자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며 의무보유 확약 비중도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 7일 내놓은 <2021년 IPO시장 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IPO 공모금액은 19조7000억원이었습니다. 전년(4조5000억원)보다 333.9%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치입니다. 지난해 IPO 기업은 모두 89개사로,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각각 14, 75개사가 상장했습니다. 주가 상승, 유동성 증가에 힘입어 전년보다 27.1% 늘었습니다.

기관투자자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의무보유 비중도 33.6%로, 전년(19.5%)보다 크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배정물량 가운데 의무보유 비중은 9.8%로, 국내 기관(37.8%)보다 크게 낮았습니다. 개인투자자보다 기관, 기관보다 외국인투자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또 확인된 것입니다. 2022년에도 개인투자자가 바라는 건 공정한 게임의 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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