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현대산업개발 대표소송’ 나설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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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현대산업개발 대표소송’ 나설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2.0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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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오는 25일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앞두고 재계의 ‘대표소송 반대’ 움직임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사진=뉴스웰DB
오는 25일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앞두고 재계의 ‘대표소송 반대’ 움직임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한 국민연금공단. /사진=뉴스웰DB

“현대산업개발 이사들과 대표이사와 최고 경영자들이 사실 주범이지 않습니까?”

오늘(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주장입니다. 김 교수는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대표소송에 나서야 한다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회사의 손실은 잘못된 경영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전날 ‘전경련 좌담회’와 관련해서도 대표소송은 경영간섭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표소송’. 소수주주(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 보유)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따지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오는 2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앞두고 재계의 ‘대표소송 반대’ 움직임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이날 회의에 대표소송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일원화하는 안건이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공단 전 이사장인 최광 한국외대 명예교수(가운데)가 지난 7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바람직한가’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최 명예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국민연금공단 전 이사장인 최광 한국외대 명예교수(가운데)가 지난 7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바람직한가’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최 명예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25일 회의에서 대표소송 주체를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수탁자책임활동 지침 개정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금운용위는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으며 사용자 및 근로자 단체와 지역가입자 단체 등이 추천한 위원들이 참석합니다.

대표소송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수책위에 ‘대표소송 개시 결정’이라는 역할을 맡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2019년 대표소송을 도입했지만, 실제 소송에 나선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노동계 입김이 센 수책위가 대표소송 개시 결정의 주체가 되면 투자기업에 대한 전방위 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게 재계의 걱정입니다.

국민연금기금이 대량으로 주식을 보유한 기업 명단.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기금이 대량으로 주식을 보유한 기업 명단.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전날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가>라는 좌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광 국민연금공단 전 이사장은 “특정 시민단체나 노조가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라며 “어느 누구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에 개입할 수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국민연금이 소송에서 질 경우, 기금의 주인인 국민만 피해자가 된다”라며 “이기더라도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주가가 떨어져 기업, 연기금 모두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도 “실제 소송이 이루어진다면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장사를 통제하는 무소불위의 기구가 될 것”이라며 걱정했습니다.

재계가 국민연금기금의 주주대표소송 본격화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들은 소송 제기는 경영간섭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재계가 국민연금기금의 주주대표소송 본격화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들은 소송 제기는 경영간섭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기는 경영간섭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전경련 좌담회 참석자에 대한 날 선 비판까지 터져 나옵니다. 아울러 연금개혁과 함께 연기금의 제대로 된 투자 운용 방향을 촉구합니다.

“근데 한국회사들은 너무 회삿돈으로 해 처먹으니까 국민연금이라도 나서라고 여론이 형성된 거죠. 편법으로 주주의 이득을 갈취하는 대주주나 처벌하고 독립성 운운하시지” “국민이 낸 돈인데 개입할 수 없다니??? 그럼 개인 돈처럼 막 투자하겠다는 거야?” “자업자득 아닌가? 니들이 잘하면 국민연금이 소송하겠냐? 틈만 나면 물적 분할에 유상증자 배당은 안 해. 주주를 호구로 알면서. 왜? 이런 건 미국 따라 하기 싫나 보네” “그러게 개미 돈으로 작작 물적분할 쳐하지 그랬냐” “지분 개뿔도 없는 대표들도 끌어내려야 됨. 슬슬 전경련 조XX 할 때”.

“(좌담회에서 발언한) 저런 사람이 연기금에 있어서 지금 우리 연기금이 이 모양인 거 아닐까? 기업한테 막 퍼주는 건 되는 건가?” “그럴 거면 맘스터치처럼 자사주 매입해서 상장 철회해. 뭐하러 수권주식 발행해서 투자받았어. 투자회수하면 그만이라고?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면서 주주가 회사의 귀책 사유로 손해를 본 부분을 소송을 못 하게 묶어놓는다? 날로 먹겠다는 말을 길게도 써놓으셨네” “밥 얻어먹고 아부하는 소리 하는구먼” “먼저 기업이 깨끗해야지!!” “주주들에게 손해 끼치는 경영자들을 그냥 냅두라고?”.

“연금개혁부터 해라. XX들아” “손해 보게 한 임원을 소송하는 거라면 국민연금도 해당시켜야지. 국민들 피 같은 돈으로 여기저기 묻지마 투자해서 재수로 돈 따면 지들끼리 돈 잔치하고 마이너스 되면 모르쇠 하잖아. 국민연금부터 손보자” “묻지마 매도할 거면 공정하게 해라” “연기금 비리 조사하자. (LG)엔솔과 모종의 뒷거래가 의심된다” “그냥 국내주식 비중 줄이고 해외주식 늘리면 되는 거 아님? 그럼 기업들 원하는 대로 국내시장에서 국민연금 간섭 줄어서 좋고, 국민연금은 여론 눈치 안 보고 기업 평가해서 투자하면 되는 거잖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지난 3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전체 수익률은 잠정 8.13%를 기록했다. 자산군별 수익률은 ▲국내주식 1.43% ▲해외주식 27.92% ▲국내채권 -1.18% ▲해외채권 7.97% ▲대체투자 11.52%이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지난 3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전체 수익률은 잠정 8.13%를 기록했다. 자산군별 수익률은 ▲국내주식 1.43% ▲해외주식 27.92% ▲국내채권 -1.18% ▲해외채권 7.97% ▲대체투자 11.52%이다.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한편 참여연대는 전경련 좌담회 다음 날인 이날, <국민노후 자금 지키기 위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경영간섭 주장은 억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참여연대는 “최근 경영자 단체와 일부 언론들이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무력화시키려는 여론몰이에 대해 반박한다”라며 <대표소송 제기에 관한 Q&A>까지 발표했습니다.

참여연대는 “경영자단체들은 지난 1월부터 공동성명, 토론회,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책위로 일원화하는 개정안에 반대하고,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기업경영 간섭으로 호도하고 있다”라며 “대표소송 남발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는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법령과 정관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영활동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힌 이사에 대한 주주의 책임 추궁마저도 막으려는 태도”라며 “국민연금이 조속히 기금운용위와 수책위를 개최해 지배구조 문제기업에 대한 주주제안을 검토하고 실행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소수주주와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25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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