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문 건설 3형제 ‘울고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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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문 건설 3형제 ‘울고 웃고’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2.02.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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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잇단 아파트 붕괴 사고로 신뢰도 바닥
현대엔지니어링, 기관투자자 저조한 수요예측에 상장 철회
현대건설, 영업이익 전년비 37% 상승… 일감도 4년치 확보
현대가문의 건설사 3형제가 2022년 다사다난한 한 해를 예고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각사 CI
현대가문의 건설사 3형제가 2022년 다사다난한 한 해를 예고하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각사 CI

현대가문 건설사들이 올해 연이어 악재가 발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의 잇따른 붕괴사고를 일으킨데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계획했던 상장을 철회했다. 현대가문 건설사 3형제 가운데 순항을 하고 있는 곳은 현대건설 하나뿐이다.

현대가문 건설사 3형제 가운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산하로 한지붕 아래에 있다. 1974년 현대건설 기술사업부를 확대 재편해 탄생한 건설사가 현대엔지니어링이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1999년 계열분리돼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자손인 ‘정씨 가문’ 손에 있다.

현대건설은 정주영 회장의 5남인 정몽헌 회장의 손에 있었으나, 2남인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챙겨서 독립한 뒤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차그룹 소속이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자회사다. 현대산업개발은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세영 회장이 1999년 계열분리하면서 챙겨 나왔고, 현재는 정세영 회장의 아들인 정몽규 회장이 대를 잇고 있다.

이들 현대가문 건설 3형제들은 그동안 현대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떨치며 승승장구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도 맏형인 현대건설은 2위,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은 6위, HDC현대산업개발은 9위로 모두 1군 건설사들이다.

이처럼 잘 나가던 3형제 가운데 현대건설을 제외한 두 형제가 연초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주의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에서 9명이 사망한데 이어,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면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번 사고로 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정몽규 회장은 198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낸 뒤,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으로 넘어가면서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다 이번 사태로 23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돌연 중단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8일 기업공개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월 코스피에 상장 예정이던 유일한 기업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지난달 25~26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가집계된 경쟁률이 130대 1 수준에 그치는 등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청약 첫날 경쟁률이 1200대 1을 넘겼던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해 격차가 크고, 지난해 대어급 공모주 중 가장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한 크래프톤의 243대 1보다도 낮다. 이로 인해 공모가격이 희망밴드(5만7900~7만5700원)의 최하단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처럼 저조한 수요예측에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한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워낙 안 좋은데다 건설업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공모를 연기하기로 했다”라며 “공모 일정은 미정으로 적절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두 형제와는 달리 현대건설은 여전히 순항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8조655억원, 영업이익 75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5, 37.3% 늘어난 수치다. 수주잔액도 78조7608억원을 기록하며 4년 치 일감을 벌써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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