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우리 회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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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우리 회사가 아닙니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2.01.1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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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현대’라는 이름 쓴다는 이유로 광주 붕괴사고 당사자 오해받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불똥이 현대건설로 튀고 있다. /사진=각사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불똥이 현대건설로 튀고 있다. /사진=각사

“광주 건물 붕괴사고 이번에도 현대건설 또?” “1군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지난 11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사고의 불똥이 현대건설로 튀고 있다. 같은 ‘현대’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이유로 HDC현대산업개발과 혼동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다. 이번 아파트 붕괴사고를 일으킨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모두 현대그룹이라는 한 뿌리에서 시작되긴 했다. 하지만 현재는 엄연히 다른 회사다.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명은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DH)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광주 화정 아파트의 정식 명칭은 ‘화정 아이파크’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1999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나왔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세영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정몽구 회장에게 넘겨주면서 본인 몫으로 받은 것이다. 정세영 회장이 타계한 뒤에는 그의 아들 정몽규 회장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00년 소위 ‘왕자의 난’ 당시 정주영 회장의 5남인 정몽헌 회장이 현대그룹 단독 회장으로 추천되면서 차지했다. 하지만 회장 자리를 놓친 2남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챙겨서 독립한 뒤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차그룹 소속으로 변경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두 회사는 완전 별개 회사다. 하지만 지금처럼 특별한 브랜드명이 없을 당시에는 ‘현대(現代) 아파트’라는 이름을 같이 사용했다. 대표적인 아파트가 압구정 현대아파트다. 아파트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 지표인 시공능력도 차이가 크다.

현대건설은 202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11조3770억원으로 2위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5조6103억원으로 9위다. 이들은 모두 1군 건설사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에서 9명 사망사고에 이어 이번에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되면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번 사고로 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의 이번 회장직 사퇴 발표는 연이은 대형참사에 따른 국민의 민심이 최악으로 치달은 데다 현대산업개발과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한 데 따른 책임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회사의 존립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그는 “HDC현산은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개발로 시작해 아이파크 브랜드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라며 “그러나 최근 광주에서 2건의 사고로 인해 광주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큰 실망을 드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잇단 사고로 회사 신뢰가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라며 “다시금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99년 현대자동차에서 현대사업개발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3년간 회사에서 고객인 국민의 신뢰를 지키고자 해왔지만 이번 사고로 그런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라면서 “사고를 수습하고 그룹 차원에서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약속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몽규 회장은 198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낸 뒤,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으로 넘어가면서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다 이번 사태로 약 23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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