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제로’ 통째 무너진 권순호의 HDC현대산업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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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제로’ 통째 무너진 권순호의 HDC현대산업개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7.28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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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로 9명 사망했는데 책임 소재에 모르쇠 일관
안전관리 ‘스마트 제로’ 물거품에 ‘사망재해 제로’ 자부심마저 깨져
정몽규까지 고개 숙였지만… “사과로 끝낼 일인가” 비난여론 거세
HDC현대산업개발 CI와 권순호 대표이사.
HDC현대산업개발 CI와 권순호 대표이사.

올해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반복되면서 사망사고도 잇따라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에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로 기록됐습니다. 이로써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초 발표한 ‘스마트 제로’(SMART ZERO) 슬로건은 물거품이 됐으며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사망재해 ‘0건’ 기록에 대한 자부심도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권순호호가 출항 1년 반 만에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본지가 28일 국토교통부의 건설사 안전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사고는 총 17개사에서 발생했으며, 34명의 건설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는 1분기에는 태영건설(3명 사망), 삼성물산(2명), DL건설(옛 대림산업, 2명), 현대건설(1명), GS건설(1명), 대우건설(1명), 롯데건설(1명), 한라(1명), 금강주택(1명), 양우건설(1명) 등 10개사로, 이들 건설현장에서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 GS건설, 포스코건설, 호반건설, 금호산업, 두산건설, KCC건설, 동양건설산업 등에서 총 7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에 비해 2배 늘어난 것입니다.

올해 1분기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태영건설은 같은 현장에서 잇따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나왔는데요. 지난 1월 20일에 과천지식정보타운 S-5BL 공동주택 신축공사장에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한 달 후인 2월 27일 같은 현장에서 또 1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결국 태영건설 본사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받게 됐습니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 10년간 총 56건의 안전사고에서 5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밝혀졌는데요. 100대 건설사 중 사망사고가 연평균 5건 이상 발생한 건설사는 대우건설이 유일합니다. 대우건설 역시 태영건설과 마찬가지로 노동부의 안전점검 대상입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심각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는데요. 총 11개사에서 2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이어 3분기 연속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2분기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9명), 대우건설(2명), 현대건설(이하 1명), 롯데건설, 태영건설, 요성중공업, 두산건설, 대방건설, 에스지씨 이테크건설, 대보건설, 동양건설산업 등 11개사입니다.

이 중 대우건설과 태영건설은 1분기에 심각한 사망사고가 발생해 본사가 산업언전점검을 받았음에도 건설현장에서 또 한번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주 학동 재개발지역 붕괴사고 현장/사진=인터넷커뮤니티
광주 학동 재개발지역 붕괴사고 현장/사진=인터넷커뮤니티

하지만 2분기 건설현장에서 가장 큰 충격을 안긴 사고는 지난 6월 9일 광주시 학동 건물 붕괴 사고인데요. 시공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었습니다.

사고는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시 학동 주택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붕괴하면서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17명 전원이 날벼락을 맞았는데요. 이 중 8명이 크게 다치고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망자 중에는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아들 생일상을 차려주기 위해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하던 60대 어머니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학동 4구역은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의 무등산 아이파크2차가 들어설 부지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참여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업면적 12만6433㎡에 지하 2층~지상 29층 아파트 19개동 총 2282가구를 지을 예정이었습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안전관리 소홀로 지적됐습니다.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건물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비용절감, 시간단축을 위해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장에는 감리업체 역시도 상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붕괴 사고에 대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권순호 대표이사가 사죄를 했지만 정작 사고의 중요한 쟁점은 모르쇠로 일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권순호 대표이사는 10일 붕괴 현장을 찾아 “회사는 사고 원인이 조속히 밝혀지도록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원인 규명과 관계없이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사고 과정과 책임 소재 등 중요 쟁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현장소장 등이 사고 관련 내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해 재하도급 의혹도 제기됐는데요. 권순호 대표는 “재하도급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일축했지만 당시 일부 현장 작업자들이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투입됐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스마트 제로’ 물거품과 지난해 사망재해 ‘0건’ 기록에 대한 안전 자부심마저 깨지면서 권순호 대표의 경영능력과 관리능력에 커다란 상처가 났습니다.

권 대표는 올해 1월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도입으로 지난해 사망재해가 한 건도 없었고 부상 재해도 줄였다”며 자랑했습니다.

올해 초 도입한 스마트 제로 캠페인은 안전 부문에서 자주적 안전관리, 위험감시, 적극적인 참여, 추적관리, 의식개선 등을 추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권순호 대표의 안전 발언은 ‘쇼’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으면서 날벼락을 맞은 상황에 사과 한마디로 끝낼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누리꾼들도 이 같은 HDC현대산업개발의 태도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작업자들은 다 도망가고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에 대해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무고한 사람들을 떼죽음으로 내몬 것이 그냥 사과 한마디로 끝낼 일인가”

“이런 후진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기업이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실패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

“고인이 되신 피해자들에게 위로금 조금 집어 주면 또 이런 사고를 전국 어디선가 재개발 지역에서 재발시킬 수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시건에 책임이 있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책임을 물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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