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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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대한항공·아시아나의 ‘시계제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4.2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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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비행술이 탁월하여 일본 항공국에서도 재능을 인증해 준다.”

1924년 안창남이 독립운동을 위해 상하이로 떠나자 비행학교 후배 신용인이 ‘최고’를 차지합니다. 5년 뒤 친일 비행학교를 세운 그는 안창남이 사고로 죽자 이름을 신용욱으로 바꿉니다. 신용욱은 광복 후 대한국민항공사를 설립하고 떼돈을 벌지만 5·16 쿠데타가 일어난 지 석달여 만에 한강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신용욱의 항공사는 이후 ‘대한항공’으로 민영화합니다.

‘시계제로’. 시력이 미치는 범위를 뜻하는 시계(視界)와 값이 없는 제로(zero)의 합성어로 시야가 가려져 전혀 보이지 않게 된 경우나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고 여객이 급감한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으로 ‘시계제로’의 상황에서 비행하고 있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자금난에 빠진 대한항공이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2월부터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매달 수천억원의 고정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오늘(21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5000억~1조원 규모 주주 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국내 증권사들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유상증자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검토는 일찌감치 예상돼 왔스니다. 지난달 29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자본 확충에 관해 이사회와 협의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말 107개에 달했던 대한항공의 국제선 운항 노선은 현재 14개뿐입니다. 여기에 주간 운항 횟수마저 900회에서 50회 정도로 급감하자 대한항공은 국내 전 직원의 70% 이상을 상대로 최대 6개월간 순환 휴직을 실시했습니다. 더불어 임원진 급여도 30~50% 가량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조6000억원입니다. 여기에서 항공기 리스비용 등 매달 고정비용만 5000억~6000억원을 지출합니다. 지난달에는 미래 항공권 매출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6200억원어치 발행했습니다. 이 자금도 이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등을 갚는데 써야 하는 등 상반기 상환 차입금만 1조2000억원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 13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HDC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1월 13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항공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는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신청한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승인했습니다. 이번 미국의 승인으로 해외 기업결합 승인은 ‘9부 능선’을 넘게 됐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필요한 유상증자 등 후속 절차는 여전히 안갯속이기 때문입니다.

HDC현산은 해외 기업결합승인이 종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1조4700억원 규모)에 참여해 차입금 1조1700억원을 갚고, 별도로 3000억원 규모의 추가 공모채 발행 등을 통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HDC현산 컨소시엄은 인수계약 완료를 서두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방안 마련이 검토되고 있는 데다 최근 부채비율이 급증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추가 지원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이에 따라 이달에 예상됐던 아시아나 유증은 물론, HDC현산의 회사채 발행도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HDC현산이 당초 ‘4월 말’을 목표로 했던 인수 종료도 기약이 어렵게 됐습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오른쪽 3번째)가 지난 1973년 5월16일 보잉747기 태평양 노선 취항식에서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왼쪽 3번째) 등 정·재계 인사들과 기념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오른쪽 3번째)가 지난 1973년 5월16일 보잉747기 태평양 노선 취항식에서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왼쪽 3번째) 등 정·재계 인사들과 기념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경영진과 상관없이 국적 항공사는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여기에 기간산업 지원론도 가세합니다.

“대한항공은 살려야 한다. 경영진이야 어떻든 모르겠으나 코로나 이후 국적항공사가 외국자본에 의해 운영되거나 없어진다면 이건 또 다른 문제다” “대한항공은 일단 살려야 된다. 국민연금 투입하고 단, 한진그룹은 손 떼고 kt처럼 국가가 소유하되 전문ceo를 차출해서 운영해라” “항공산업은 국가의 정도를 아우르는 국책사업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위상으로 보았을 때 반드시 살려야 된다. 더구나 통일 또는 남북 교류가 활발해 진다면 인천공항은 대한민국의 심장이 된다” “항공사, 해운, 자동차, 반도체 산업집중으로 자금 투입해서 무조건 살려라”.

대한항공에 대해선 ‘조건부 지원’의 여론도 많습니다.

“차입금만 4조... 빚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국민 세금으로 살려야 하는 건가? 재벌들 재산은 그대로인데 지들 재산 털어 회사 구할 생각은 안하고 무조건 정부 지원만 바라는 모습은 정말 아닌 듯하다. 그리고 항공사 직원들 연봉도 높은데 연봉삭감 하려는 노력도 좀 하고... 너네들 도와주는 비용이 다 국민세금이다. ㅜㅜ” “방법은 2가지... 첫 번째 회장 재산 다 내놓고 회사부터 살리기... 2번째 유한양행처럼 전문경영인 체제로 해서 산업은행 지원 받고 살리기... 아님 외국회사에 팔아야지... 무조건 세금으로 3조 지원한다는 문대통령... 글쎄 아니올시다... 이미 회장경영 능력 없음 식당개선.. 통큰버스개선... 외에 회장 카리스마 없음... 자기엄마한테 화분 던지기...형제끼리 원수....” “조양호 퇴직금 700억부터 내놔라”.

아시아나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의 목소리가 교차합니다.

“아시아나는 답이 없다” “아시아나 망하게 하고 땅콩주식 사서 인수합병을 권해드림. 아샤나는 솔직히 아주 별루임요. 정비팀 일하는 곳 가보시긴 하셨나”.

“코로나만 정상화되고 나서 2~3년 있으면 회복하기 싫어도 회복할 텐데... HDC가 존버만 하면 되는데” “아시아나는 지금까지 답이 없었지만 삼구는 갔지만 앞으로 아시아나는 나날로 HdC와의 시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딥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1945년 귀국 전 상하이공항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에 눈물을 닦고 있는 이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동생인 성재 이시영 선생이다. /사진=우당기념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1945년 귀국 전 상하이공항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에 눈물을 닦고 있는 이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동생인 성재 이시영 선생이다. /사진=우당기념관

오늘은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이 탄생한 지 15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선생은 당시 소 1만3000마리에 해당하는 재산을 모두 처분해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지원합니다. 지금 물가 등을 따져 환산하면 ‘5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이었습니다. 선생이 이처럼 모든 재산과 목숨을 바치며 지키고자 했던 건 ‘대한’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사명과 의무를 다하려다가 죽는 것이 얼마나 떳떳하고 가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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