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13조 팔아치운 외국인… ‘부검메일’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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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13조 팔아치운 외국인… ‘부검메일’ 보내셨나요?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4.13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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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 /사진=넷플릭스

“좋은 일터는 큰 파티를 열거나 좋은 사무실을 갖춘 곳이 아니다.”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남쪽 로스가토스. 리드 헤이스팅스는 비디오 대여사업을 하는 회사를 세웁니다. 그의 경영철학은 “직원들을 어른스럽게 대해야 한다”. 조그만 회사는 그 뒤 5000%에 가까운 성장가도를 달리며 전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독보적 회사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기업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넷플릭스 이야기입니다.

‘부검메일’.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퇴사 당일 동료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넷플릭스 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로 메일을 보내는 사람은 퇴사자, 받는 사람은 직속 상사와 인사 담당자입니다. 메일을 주고받는 세사람은 논의해 작성하며 떠나는 직원은 꼭 ‘사유’를 써야 합니다. 직원들의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이 제도에 10명 중 8명이 찬성하고 있습니다.

부검메일. /자료사진=픽사베이
부검메일. /자료사진=픽사베이

‘부검메일’이 자리 잡은 넷플릭스와 달리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잡코리아가 최근 퇴사경험이 있는 직장인 2288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5명 중 3명이 ‘우리 회사에서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부검메일 문화가 도입된다고 해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쓰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답변도 64.4%였습니다.

반면 ‘우리 회사에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21.2%, ‘떠나는 자는 말이 없는 법, 필요 없다’는 14.5%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부검메일의 비관적인 전망과 함께 응답자의 2명 중 1명(52.1%)은 퇴사하는 ‘진짜 이유’를 숨겼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퇴사 사유를 말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직장 내 갑질 등 상사·동료와의 갈등’이었습니다.

이들 상사, 동료와의 갈등으로 퇴사한 직장인들도 정작 퇴사사유를 밝힌 직장인은 34.3%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65.7%는 퇴사사유를 숨긴 채 퇴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중복 응답)로는 기업문화·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62.6%), 직급·직책에 대한 불만(53.8%), 지켜지지 않는 워라밸(52.5%), 기대에 못 미치는 복리후생(51.7%) 순이었습니다.

진짜 퇴사사유를 숨긴 직장인들이 사직서에 적은 가짜 퇴사사유 1위는 ‘일신상의 사유(35.9%)’라는 단 한줄의 문장이 가장 많았습니다. 2위는 ‘건강·이사·육아 등 그럴듯한 개인적인 핑계(18.0%)’가 차지했으며 ‘자아개발,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11.5%)’, ‘사업·직무 변경 등 새로운 계획이 있는 것처럼(11.2%)’ 적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차마 밝힐 수 없었던 퇴사사유' 톱7. /자료=잡코리아X알바몬
'차마 밝힐 수 없었던 퇴사사유' 톱7. /자료=잡코리아X알바몬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저마다 나쁜 직장을 성토하며 ‘좋은 직장의 조건’을 쏟아냅니다.

“어딜 가나 인간관계가 제일 힘들죠. 분위기가 좋은 직장은 정말로 덜 힘들죠. 급여가 좀 작더라도 조직이 경직되지 않고 화기애애한 직장이 좋죠. 그런데 물 흐리는 한두마리가 꼭 있죠. 좋은 직장은 물 흐리는 한두마리를 박살을 내버리는 관리자들이 있죠” “회사에 일만 하러 오고 싶어요.ㅋㅋ 도대체 사적인 거 왜 물어보고 이말저말 옮기고 다니고 정치하고 이간질하고 그런 거 왜하는 건지 몰라.. 요새는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해 레알.. 나이 먹은 아재들 여자들보다 더 능구렁이들 많다. 사람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 항상 조심” “아직도 모르냐? 회사는 내가 나가지 않을 정도의 월급만 준다는 걸! 자본사회는 돈에 움직이는 거야 냉정하고 냉혹한 거지 절대 그냥 월급 많이 주지 않는다”.

부하 직원 관리하기 힘든 고충도 털어놓습니다.

“요즘 직장 내에는 직원들 갑질을 유도하는 인간쓰레기들 너무 많다. 업무시간 주식·게임·톡 이런 짓들 하면서 상사의 꾸짖음이 갑질이라고 착각하는 몰지각한 인간들 한심하다”.

‘라떼족’도 비난은 피해가지 못합니다.

“꼰대 녀석들은 본인이 꼰대짓 해서 동료들이 퇴사하는 것을 꿈에도 모르지요.. 분위기 좋은 조직에서 근속연수가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능력 있고 신망이 두텁고 좋은 사람이지만, 분위기 개판인 조직에서 근속연수가 많은 사람은 그 사람이 범인이고, 능력도 없으면서 혼자만 살아남으려고 주변 동료들을 무자비하게 막말, 인신공격해서 퇴사시키고 조직 내 평균 근속연수가 짧아지는 것을 유발하지요”.

오늘도 공무원들은 ‘의문의 1패’를 당합니다.

“평생직장은 없어지게 되어 있다. 평생 직업만 있을 뿐이다. 공무원 공기업 조직도 무능한 철가방은 퇴출되어야 한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오늘(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3조5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2007년 8월(9조원 순매도) 사상 최대치였던 월간 순매도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지난 2월(3조2250억원 순매도)에 이어 팔자세는 더욱 가팔라지며 한달 새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4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직장 동료를 갑질의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존중하는 문화를 갖춘 기업, ‘Bye Korea’가 아닌 ‘Buy Korea’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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