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세금 도둑 ‘가족법인’, 녹두장군이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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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세금 도둑 ‘가족법인’, 녹두장군이 지켜본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4.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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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래미안대치팰리스.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가는 사람에게 내 피를 뿌려라.”

1894년 1월 10일, 수천의 군중 앞에 어른 어깨높이의 사내가 나섭니다. 키는 작았지만 담력은 산같이 컸고 눈은 샛별같이 빛납니다, 다섯달 뒤 무리들은 나라에 개혁안을 요구합니다. “탐관오리는 엄징할 것, 노비문서는 불태워버릴 것, 쓸데없는 세금은 일체 거두어들이지 말 것…”. 125년 전 오늘(4월 24일)은 ‘녹두장군’이 사형을 당한 날입니다.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 장군(가운데)의 모습이 찍힌 유일한 사진. 1895년 3월30일 새벽 2시 사형당했다. 그의 나이 마흔한살이었다. /사진=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 장군(가운데)의 모습이 찍힌 유일한 사진. 1895년 3월30일 새벽 2시 사형당했다. 그의 나이 마흔한살이었다. /사진=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가족법인’. 법에 의하여 권리·의무의 주체로서의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 즉 법인이 가족을 구성원으로 하는 경우를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최근 세금 등을 회피하기 위해 1인 또는 가족 명의의 부동산법인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어제 1인 주주와 가족소유인 6754개 부동산법인에 대한 전수 검증을 시작하며 27곳을 세무 조사하기로 밝혔습니다.

국세청 조사 대상인 부동산법인이 가진 아파트는 모두 2만1462가구로, 하나의 법인이 평균 3.2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1분기 새로 설립된 부동산법인은 5779건으로, 벌써 지난해(1만2029건)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정부는 법인의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이 집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 법인은 다주택자 규제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법인에 넘기는 것처럼 꾸미면 세금도 내지 않습니다. 법인은 자신이나 가족 소유이다 보니 명의가 바뀌어도 손해 볼 일이 없는 거래입니다. 1분기 개인이 법인에 양도한 아파트 거래량은 1만3142건으로, 지난해 전체 거래의 73.4%에 해당합니다.

부동산법인 탈세 사례. /자료=국세청
부동산법인 탈세 사례. /자료=국세청

국세청에 따르면 병원장 A씨는 20대 자녀 B씨 명의의 광고대행·부동산 법인을 설립해 편법 증여를 계획했습니다. A씨의 병원이 B씨의 법인에 광고를 의뢰하는 형식을 취하며 광고료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지급했습니다. 자녀 법인 수익의 96%가 A씨 병원에서 흘러들어간 것입니다. B씨는 이 돈으로 20억원대의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를 법인 명의로 구매했습니다.

국세청은 이러한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도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려는 부동산 법인의 경우, 중과세를 적용하도록 기획재정부 등에 제안할 예정입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법인이 부동산을 구매할 때 자금 출처를 밝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분기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평균 12.97% 오른 수원시입니다. 올해 이 지역 아파트의 법인 매입 비중을 보면 1월 6%(245건)에서 3월 13%(246건)로 두달 사이에 2배를 넘었습니다. 올해 집값 상승이 두드러진 안산과 평택시의 지난달 법인 매입 비중도 각각 8%(158건), 8%(201건)로 증가세입니다.

/그래픽=뉴스웰
/그래픽=뉴스웰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세금도둑’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대책을 촉구합니다.

“법인이 왜 아파트를 투자 목적으로 사니. 결국 투기가 되고 서민이 집사기 어려워 지는 겁니다. 정책 손질이 필요합니다” “거주하는 아파트나 주택은 법인 매매 금지시켜야”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법인 설립 강의나 책이 유행이었지.. 과거 주식 호황 때 단타위주 차트분석 책들 유행하듯 그리고 부동산 암흑기에 경매 강좌 책들 쏟아졌듯이 말이야... 부동산 법인 설립해서 개인과 법인간 자전거래로 실거래가 올리고 또한 실거래 등재하고 계약 취소하는 등등으로 장난 많이 치고 있는데.. 이런 거 다 잡아내야 함.. 실거래 신고하고 캔슬시 신고가격에 10% 세금 때려서 이런 거 다 잡아내고 법인 세금 대출 혜택 모두 없애고 부동산 투기 목적 법인은 법인세 50%로 올려야 함”.

당국의 늑장대처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습니다.

“삼척동자도 이런 거 알 텐데 이제 손댄다고요? 답답합니다” “법인 아파트 쇼핑 이미 오래된 얘긴데 초기에 즉시 차단하지 않고 아파트값 폭등시킨 후 왜 이제 와서 난린가? 그 폭등만큼 대다수 서민들과 젊은이들의 절망은 비례하며 대한민국의 미래 또한 암울해질 것이다. 정부는 아파트값 폭등이야 말로 우리나라 거의 모든 문제의 근원임을 명심해야 한다. 참고로 청년들이 저축을 30년을 해도 수도권 25평 아파트 한 채 못사는 것이 현실이다”.

인권운동가 김복동. /사진=김복동의희망
인권운동가 김복동. /사진=김복동의희망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6~2019년 6월 기준 부동산 실거래가 위반은 총 2만4613건, 과태료는 1118억원이었습니다. 위반 유형별 부과금액은 양도소득세를 덜 내기 위해 집값을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이 425억원(1926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추후 부동산을 매각할 때 양도세를 적게 내기 위한 업계약 과태료도 208억원(1007건)이었습니다.

1940년, 열다섯을 갓 넘긴 경상도 소녀는 군복 만드는 공장에 끌려갑니다. 공장으로 가는 길은 8년 동안 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됩니다. 2015년, 아흔의 할머니가 된 소녀는 꼬깃꼬깃 모은 모든 재산을 기부합니다. 그 돈은 세금도둑들의 수천억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4년 뒤 흰머리 소녀는 ‘소원’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납니다.

오늘은 인권운동가 김복동이 태어난 지 아흔네번째 해가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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