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종부세 깎아주는 국회와 에펠탑의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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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종부세 깎아주는 국회와 에펠탑의 이름들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5.06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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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에펠탑. /사진=픽사베이
에펠탑. /사진=픽사베이

“내가 왜 이 탑에서 식사하는 줄 아시오?”

1889년 오늘(5월 6일). 20년 동안만 쓰다가 폐기될 324미터 ‘괴물탑’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여자의 일생>을 쓴 모파상은 괴물탑이 보기 싫어 탑 안 식당에서 끼니를 때웁니다. 괴물탑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통신을 방해하는 등 혁혁한 전공도 세웁니다. 그리고 프랑스의 자랑이 됩니다. 1991년 세계 문화유산에 오른 에펠탑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기술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역사적 건물을 지어라.”

1968년 5월. 대표 건축가 6인에게 설계 의뢰가 이어집니다. 한편에서는 현상공모를 합니다. 당선작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단서까지 붙입니다. 건축가협회는 부당한 공모라며 보이콧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7년 뒤 설계진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돔’ 형태 지붕을 얹은 건물이 완공됩니다. 첫삽을 뜨기 전부터 말 많았던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이야기입니다.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

‘폐기법안’. 쓸모가 없어 버려지는 법률의 안건이나 초안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어제(5일) 기준으로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되는 계류법안이 1만5256건입니다. 발의 안건 3건 중 2건인 셈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1~12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래통합당이 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재 조속 처리가 필요한 법안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학교보건법,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설립법 등이 있습니다.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와 예술인 등을 대상으로 생활안전자금 융자를 제공하고 고용보험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근로복지기본법·고용보험법 개정안 등도 시급합니다.

‘텔레그램 엔번방’ 사건 이후 발의된 후속 법안들도 빨리 처리해야 하지만 상임위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17년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 계류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발의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이라는 법적 용어를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로 변경하는 아청법 개정안 역시 오늘 법안소위를 열 계획입니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단위 : %) /자료=국토교통부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단위 : %) /자료=국토교통부

한편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려던 정부의 계획도 20대 국회에 가로막혔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강남 집값이 들썩이자 다주택자와 비싼 집에 사는 1주택자의 종부세율을 0.1%p에서 0.8%p까지 높이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공시가격이 20억원인 다주택자는 올해 종부세를 342만원 더 내야 합니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임기와 다음달 1일인 종부세 부과 기준일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강화된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법안이 폐기되면 올해 하반기 21대 국회에서 같은 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입니다. 21대 국회를 통과하면 종부세는 내년부터 오르게 됩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이 30억원이 넘는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이 30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국회의원 세비 환수하고 ‘투표’ 잘하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런 것들 찍어주는 사람들 참 한심하다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가잖아 일도 안하면서 싹 다 갈아엎어야 하는 건데” “그동안 받은 혜택 급여 모조리 몰수 바랍니다. 무노동 무임금” “이것들이 월급도 많이 받으면서 일 안하네...” “참으로 개탄할지고. 이러고도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먹는 이중인격자들!!!” “20대 국회의원들은 국민세금으로 받은 4년간 급여 모두 환수해야 한다~!!!” “덜 놀고 더 일하는 사람을 뽑자”.

‘종부세 강화’ 목소리도 더욱 커집니다.

“20억짜리 집 가진 사람들이 1년에 340만원 더 낸다고 벌벌 떠는 거 보면 내 머리로 도저히 이해가 안돼요” “개판 부동산정책 모조리 걷어치우고 보유세 더 강화해라!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거보다 더 세게 과세해라^ 그렇게 하라고 총선에서 밀어준 거다^” “그냥 2채 이상 가진 사람은 투기꾼으로 보면 됨 보유세가 고작 그거가지고 누가 파냐 팍팍 좀 먹여라” “공시가격을 실거래가로 하라”.

국회의원 소환제를 만들자고 제안도 합니다.

“일 안하는 국회의원~ 국회소환제법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 탄핵”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답이다”.

오늘의 ‘베댓’입니다.

“민주당 일번으로 할 일은 국회의원 월급 깎는 것과 명예직으로 돌리는 일이다, 연금도 없애고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존경받는 직업이 되게 법안 발의해라”.

에펠탑 아래 새겨진 에펠의 얼굴상. /사진=픽사베이
에펠탑 아래 새겨진 에펠의 얼굴상. /사진=픽사베이

Petiet, Daguerre, Wurtz, Le Verrier, Perdonnet, Delambre, Malus, Breguet, Polonceau, Dumas, Clapeyron, Borda, Fourier, Bichat, Sauvage, Pelouze, Carnot, Lamé, Cauchy, Belgrand, Regnault, Fresnel, De Prony, Vicat, Ebelmen, Coulomb, Poinsot, Foucault, Delaunay, Morin, Haüy, Combes, Thénard, Arago, Poisson, Monge, Jamin, Gay-Lussac, Fizeau, Schneider, Le Chatelier, Berthier, Barral, De Dion, Goüin, Jousselin, Broca, Becquerel, Coriolis, Cail, Triger, Giffard, Perrier, Sturm, Seguin, Lalande, Tresca, Poncelet, Bresse, Lagrange, Bélanger, Cuvier, Laplace, Dulong, Chasles, Lavoisier, Ampère, Chevreul, Flachat, Navier, Legendre, Chaptal.

에펠탑 1층 전망대에는 일흔두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탑 연구에 이바지한 수학 및 과학·공학자들의 명단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이름이 서민들 가슴 속에 새겨질 날은 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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