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스타워즈 데이와 ‘퇴사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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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스타워즈 데이와 ‘퇴사번복’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5.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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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스타워즈 데이. /사진=픽사베이
스타워즈 데이. /사진=픽사베이

“취약계층의 일자리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통합고용을 담당하는 국장은 장애인의날(4월 20일) ‘장애인 고용상황’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79%로 의무고용률 3.1%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장애인고용법’을 만들고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도입한 지 서른돌이 되는 해입니다.

의무고용사업체의 장애인 고용인원 및 고용률.(단위 : 명, %) /자료=통계청
의무고용사업체의 장애인 고용인원 및 고용률.(단위 : 명, %) /자료=통계청

“코로나19의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정책을 담당하는 실장은 지난 28일 ‘2020년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국내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가 지난해 3월보다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업체 종사자 수가 전년 같은 달보다 감소한 것은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입니다.

2020년 3월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통계청
2020년 3월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통계청

‘퇴사번복’.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물러남을 뒤집는다는 네 글자입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퇴사를 결심한 적이 있는 직장인 2928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 꼴인 35.2%가 퇴사를 실행했다고 오늘(4일) 밝혔습니다. 반면 이들의 2배 가까운 64.8%는 퇴사를 미루거나 취소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퇴사번복’ 경험은 연령과 직급이 높을수록 많았습니다. 연령이 20대는 60.7%, 30대는 65.9%, 40대 이상은 68.3%가 퇴사를 번복했습니다. 직급이 사원급의 경우 62.6%, 대리급은 66.5%가, 과장급은 71.8%, 부장급은 77.6%가 퇴사를 번복했습니다. 잡코리아는 이직이 유리한 낮은 연령과 연차에서 쉽게 퇴사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잡코리아는 이어 회사 안에 믿고 의지할 동료가 있고, 경제적으로 안정됐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퇴사 실행률이 낮았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 “사내에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 믿고 의지하는 동료가 있다”고 밝힌 59.7%의 응답자가 ‘퇴사를 실행에 옮겼다’는 경우는 31.5%로, ‘믿고 의지할 동료가 없다’는 응답자의 40.8%보다 낮았습니다.

경제적으로 느끼는 안정감에 따른 차이는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경제적으로 안정됐다고 느낀다’라고 답한 직장인 중 퇴사실행 비중은 32.2%였지만 ‘안정됐다고 느끼지 않는다’라고 답한 직장인들에게서는 45.6%로 13%p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직장인들이 퇴사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퇴사 이후를 생각해 보니 막막해져서(41.4%)’였습니다.

‘경력관리 차원에서, 조금 더 연차를 채우고 퇴사하기 위해(39.8%)’와 ‘준비 중이던 이직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39.3%)’는 그 뒤를 이었습니다. ‘믿고 의지했던 상사/동료의 만류로(32.1%)’ ‘맡고 있던 일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29.9%)’ ‘마음이 바뀌어서(10.2%)’, ‘회사가 더 높은 연봉, 직급 등 좋은 조건을 내걸어서(10.1%)’ 퇴사를 번복했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자료=잡코리아X알바몬
/자료=잡코리아X알바몬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녹록지 않은 취업시장을 환기시켜 줍니다.

“솔직히 갈 데 없어서가 90프로일 걸” “자기 아니고도 회사는 아무 이상 없이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회사에 다녀라” “아~! 어쩔... 그냥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고 살아야죠 ^^;;” “직장은 전쟁터이지만, 밖은 지옥이라는 말이 있죠” “지금 시국에 퇴사해서 어쩌려고?” “경기가 나쁠수록 더 악착같이 붙어 있으려고 하지.... 지금이 바로 그때고....” “월급 받을 때가 천국이었다, 나오면 지옥이야” “월급이 좀 적더라도, 처우가 좀 떨어지더라도 회사가 튼튼하다면 그냥 다니세요. 혼자 일하면 숨쉬는 것, 다니는 것 모두다 돈입니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됩니다...”.

이직하려면 빠른 게 낫다며 퇴사계획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다니던 데 다니고 /정 아니다 싶을 땐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이직하는 게 맞다봄” “퇴사얘기 꺼내는 사람치고 진짜 나가는 사람 잘 못 본 거 같다. 나갈 사람은 좋은 조건 기회 혼자 준비해서 나가거든” “객관적으로 능력 있는 놈은 어디든 간다. 대기업은 인사부서에서도 이 사람이 잡아야 할 사람인가 아닌가가 구분되어 있다. 괜시리 무모한 도전 따위 하지 말고 관두고 싶음 확실한 곳 마련하고 관둬라.. 괜한 핑계 찾으려는 헛소리에 뭔 설문조사까지. 아무 의미 없다~” “지금 못하면 평생 못하지요...지옥 속에서 심신을 갉아먹는 행위지요... 일단 행동 옮기면 어떻게든 살아가는데 사소한 욕심으로 실행을 못하지여”.

후회없는 선택이었다고 자평하기도 합니다.
“퇴사하고 백수생활 3개월 넘었지만 전 직장 퇴사 후회 안한다”.

무거운 현실의 짐에 대한 넋두리도 빠지지 않습니다.
“먹고살 걱정 자식 교육 걱정 없으면 여행이나 다니고 싶다”.

오늘의 ‘베댓’입니다.

“지금 내가 퇴사를 하고말고 고민할 때가 아니다ㅠㅠ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오히려 퇴사를 하라고 할까봐 걱정이지.. 사장님도 말은 안하는데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게 보일 정도라 참.. 경제 좀 얼른 좋아졌음 좋겠다”.

워런 버핏 공식 트위터.
워런 버핏 공식 트위터.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어제 열린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로 세상이 바뀌었다”라며 “항공산업에 투자한 것이 잘못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달러(약 60조원)의 순손실을 발표했습니다. ‘투자의 귀재’도 손쓸 수 없는 경제상황을 대변합니다.

오늘은 영어를 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기념하는 ‘스타워즈의 날’입니다. ‘베댓’을 단 누리꾼의 마음처럼 취업을 고민하는, 퇴사를 고민하는, 회사를 고민하는, 나라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힘이 생기는 날입니다.

“May the 4th(for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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