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매 먼저 맞은 ‘삼성전자’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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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매 먼저 맞은 ‘삼성전자’의 탄생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4.2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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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970년대 삼성전자 흑백 TV 생산라인. /자료사진=삼성전자
1970년대 삼성전자 흑백 TV 생산라인. /자료사진=삼성전자

“구 사장(구인회 금성사 회장), 우리도 전자산업을 할라네.”

사돈의 말에 구인회는 큰 아들 구자경에게 서운함을 털어놓습니다. “꼭 그래 하겠다면 서운한 일이지만 우짜겠노”. 사돈은 군사정권의 요구에 마지못해 뛰어든 중화학보다 전자산업에 유독 관심을 보입니다. 당시 교류하던 일본 경제인의 권유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1969년 1월 전자회사를 세웁니다. 이병철의 삼성전자 설립기입니다.

D램 모듈. /사진=삼성전자
D램 모듈. /사진=삼성전자

“예상보다 빠르게,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시장이 일어난다.”

2002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반도체 올림픽이라 불리는 ISSCC 개막식에서 쉰을 갓 넘긴 삼성전자의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갑니다. “앞으로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예언대로 이 법칙은 5년간 계속됩니다. 황창규의 메모리 신성장론, 이른바 ‘황의 법칙’입니다.

‘삼성전자’. 1969년 1월 13일에 세워진 전자·전기제품 및 반도체통신기기 제조업체를 부르는 네 글자입니다. ‘SAMSUNG’라는 영어식 표기로 외국인에게는 “샘숭”으로 곧잘 불립니다.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직 대통령이 현지 삼성전자 백인 직원에게 “샘숭이 아니고 삼성”이라고 발음 교정을 한 일화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삼성전자 DS부문 화성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DS부문 화성사업장. /사진=삼성전자

“2분기에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에 따른 수요 둔화의 리스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늘(29일) 코로나19 여파에도 견조한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2분기 성적표를 받기도 전에 걱정부터 드러냈습니다. ‘어닝쇼크’라는 매를 미리 맞아 충격파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엄살’이라고 하기에는 현실은 심각합니다.

삼성전자의 연결재무제표기준 2020년 1분기 영업이익은 6조44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3% 증가했고 매출액은 55조3252억원으로 5.61% 늘었습니다.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인 3조9900억원은 반도체 사업에서 발생했습니다. 1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률은 22.6%대로 직전 분기보다 2.07%p 상승, 매출액은 17조6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9% 늘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선방했다는 평가이지만 사업부문별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반도체 부문 호실적에 이어 모바일 사업도 ‘갤럭시S20’ 출시 효과로 수익성을 개선하며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LCD(액정표시장치) 구조조정과 계절적 비수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 위축까지 겹쳐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여 만에 적자를 냈습니다.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다른 사업 축인 디스플레이에서는 지난해 1분기 이후 다시 분기 적자를 냈습니다. 매출액은 6조5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29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CE(소비자가전) 부문은 매출액 1분기 매출액 10조3000억원, 영업이익 4500억원이었습니다. 매출은 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7% 줄었습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은 매출 26조원, 영업이익 2조65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기술 리더십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을 통해 사업과 고객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2017~2020년 1분기 분기별 실적.(단위 : 조원)
삼성전자 2017~2020년 1분기 분기별 실적.(단위 : 조원)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삼성으로 인한 ‘도미노 현상’을 걱정합니다.

“삼성이 저 정도인데. 벤더업체들은 어느 정도일까. 에혀. 안타깝다” “삼성 무너지면 1차벤더 2차벤더 다 문닫고 거기에 물건 납품하는 중소기업들 다 무너지고 또 중소기업에 부품 납품하는 소규모 업체들까지 골로 가겠지. 그들이 다 실업자 되면 자영업자들도 같이 골로 간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합니다.

“주가 내려서 외국인들 사게 해줄라고? 난 10년 안 팔 생각이다. 10년 두면 배당만 받아도 25퍼다” “아직 2분기 실적발표 할라문 멀었는데 벌써부터 속보 때리는 건 어떤 놈들이 주가에 장난질 칠라고 그러는 거냐?” “삼성전자 주식 팔라고 개미 꼬시는 기사 같은데 댓글이 왜이래~ 개미님들~ 판단 잘하시길~”.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는 댓글이 눈길을 끕니다.

“전세계가 이 모양인데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기회지. 우리가 마이너스 10프로면 다른 나라는 마이너스 300프로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동학개미운동' 이미지.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동학개미운동' 이미지.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최근 석달 동안 삼성전자 주주가 100만명 늘었습니다. ‘삼성전자라면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개인투자자들의 믿음에 대한 방증입니다. 지난 24일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은 지 꼭 1년이 된 날입니다. 비전 2030의 목표인 ‘전체 반도체 세계 1위’를 이루려면 ‘믿음’에 화답하는 경영이 먼저입니다.

88년 전 오늘은 윤봉길 의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향해 폭탄을 터뜨린 날입니다. 반도체 소재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은 진행형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죽음을 택해야 할 오직 한번의 기회를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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