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클럽 난리통에 ‘명품백’ 산다고 난리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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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클럽 난리통에 ‘명품백’ 산다고 난리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5.13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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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수하르토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1998년 오늘(5월 13일), 인도네시아 곳곳에서는 32년 독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집니다. 위기감을 느낀 수하르토는 중국계인 화교가 시위를 주도했다고 호도합니다. 이에 시위는 갑자기 중국인 상점 약탈과 강간 등으로 변질됩니다. 수하르토의 계략이 먹혀든 이유는 인구의 5%에 불과한 화교가 경제의 85%를 지배하는 ‘빈부격차’에 있었습니다.

1998년 5월 14일 자카르타의 거리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물건을 태우고 있다. /자료사진=위키백과
1998년 5월 14일 자카르타의 거리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물건을 태우고 있다. /자료사진=위키백과

‘보복소비’. 코로나19 확산 등 외부요인에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이태원클럽 출입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명품백을 사려는 소비자가 몰려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롯데백화점 명동점 등 샤넬 매장이 입점한 전국 백화점 출입문 앞은 개장 전부터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내일부터 가격이 오른다고 알려진 제품을 인상 전에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몰려든 것입니다. 샤넬코리아는 가격 인상 날짜에 대해 입을 닫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 유럽에서 가격을 7~17% 올린 데다, 10일부터 샤넬 한국 홈페이지의 가격 정보가 삭제됐기 때문입니다.

한 SNS에 올라온 제품구매 후기.
한 SNS에 올라온 제품구매 후기.

기다란 개점대기 행렬에 동참한 소비자들은 ‘샤테크(샤넬+재테크)’를 언급하며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여러 명품 커뮤니티에는 ‘가격 인상 제품 라인과 인상률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이어집니다. 한 SNS에는 구매 성공기와 함께 제품소개 후기까지 친절하게 올라왔습니다.

이 같은 소비열풍에 정부 방역당국은 이태원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 공포 속에 백화점마저 뚫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9일 명품 매장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본점 전체 영업을 조기 종료하고 방역 작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 배를 두둑이 채우고 있는 샤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샤넬은 연례행사처럼 일년에 수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배당 등은 모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유한회사로 등록된 이들 법인에 대한 감사 의무 개정안은 지난 3월 24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코로나 공포 속 ‘가랑이 찢어지는 소비’를 비웃습니다.

“줄서서 샤넬을;; 여유 있는 사람들의 소모품이지.. 없는 돈 졸라매 할인할 때 평생 하나 살 수 있는 경제상태면 안사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정답은 없지만... 참 서글픈 풍경!” “명품 구입하는 사람이 저렇게 가격에 연연하는 수준이라면 안 사는 게 맞지 않을까? 돈 많은 사람이 고가의 제품을 사는 게 사치가 아니라 자신의 경제 수준에 맞지 않는 가격대의 제품을 사는 게 사치다. 빚까지 내서 사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사람은 부자가 되려고 하기보다 부자처럼 보이려고 애쓴다는 누군가의 말이 딱 맞네요” “솔직히 한때 나도 샤넬 하나 사야하나 생각이 들었는데 샤넬백 메고 버스지하철 타고 다닐 내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 좀 웃겨보여서 포기. 그러는 사람을 보면 짝퉁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도 사실”.

‘호갱’ 소리 들으면서도 구매하는 소비열풍을 꾸짖기도 합니다.

“안사야지 안올릴 텐데.. 계속 바보같이 사주니까 호구로 보고 한국만 더 올리는 사태네요” “이 시국에 가격올린 샤넬도 꼴비기 싫어짐, 이 시국에 오프런한 사람들 당신들 땜 샤넬가방 들고 다니기가 급고민 된다. 당분간 샤넬 안들고 다녀야 될 판”.

오늘의 ‘베댓’입니다.

“고가백 메는 니들보다 에코백 메는 내 와이프가 훨씬 이쁘다”.

/자료=교육을바꾸는사람들
/자료=교육을바꾸는사람들

지난달 한 교육단체가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원격수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만족’ 39.8%, ‘보통’ 32.1%, ‘불만족’ 28.1%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학습할 조용한 공간이 없다’고 답한 학생들의 57.5%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태블릿·PC·노트북 등 학습용 장비가 ‘준비되지 않은’ 학생도 4.0%였습니다. 교육현장의 빈부격차가 여전합니다.

전문가들은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돈을 많이 번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적정한 세금을 거둬 어려운 사람을 돕고 교육·의료 같은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집값과 괴리가 있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21대 국회의원의 23%(70명)가 종부세 납부 경력자입니다.

“법은 가난한 자를 억누르며, 부자는 법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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