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올라탄 HDC현산·반도건설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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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올라탄 HDC현산·반도건설 ‘시계제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3.11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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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 인수자금 마련할까?… ‘승자의 저주’ 우려
반도건설, 한진 부동산개발 루머에 곤혹… “회사살리기 차원 동참” 강조

국내 항공사 1·2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에 손을 댄 두 건설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바로 시공능력평가순위 9위의 HDC현대산업개발과 13위인 반도건설인데요.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도건설은 대항항공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건설사는 야심차게 추진했던 항공사 경영과 관련해 시름시름 앓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 인수자금 동원력에 의문부호가 붙으면서 ‘승자의 저주’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반도건설은 ‘한진그룹이 소유한 부동산개발’ 약발이 떨어져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각 사
사진=각 사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27일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을 마무리했는데요. 전체 인수금액 2조5000억원 중 2조원 가량을 부담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약 61.5%를 확보키로 한 것입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즉시 인수작업에 착수해 아시아나항공을 조속히 안정화하고 안전을 최우선하는 항공사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HDC그룹과 여러 사업 분야에서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도 빠르게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4월까지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 등 모든 인수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자금 2조원은 보유현금 5000억원, 유상증자 4000억원, 공모회사채 3000억원, 기타 자금 8000억원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하늘길이 막히는 등 업계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승자의 저주’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HDA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실권주 공모를 통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요. 첫 단추부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부동산 규제 등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진행한 유상증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급감한 것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 5~6일 발행주식 총수의 약 50%인 2196만9110주에 대해 구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상증자 청약에서 청약률 105.47%를 기록해 겉으로는 흥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상증자 규모가 당초 계획한 4000억원보다 약 870억원 부족한 3207억원에 그친 것입니다. 주당 발행가액 하락 때문이었죠. 1월말 이사회 결의 당시 1만8150원이었던 주가가 계속 하락해 발행가액을 20% 가량 줄어든 1만4600원으로 책정한 것입니다.

여기에 금융권 차입 등을 통해 8000억원 규모의 자금마련 계획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지난해 11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리면서 주요 금융회사들이 투자를 꺼릴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어서죠.

떨어지는 주가도 고민거리입니다. 유상증자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죠.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름을 올린 지난해 11월 12일(3만1100원) 대비 11일 현재 1만6250원으로 52% 하락했습니다. 4개월 만에 반토막 난 것이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태도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3683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습니다. 올해엔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올해 예상 적자가 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이죠.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사진=각 사
사진=각 사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로 알려진 반도건설의 고민도 HDC현대산업개발에 버금가고 있는 듯합니다.

반도그룹이 한진칼 지분 매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입니다. 계열사인 대호개발(3.62%), 한영개발(3.82%), 반도개발(0.85%) 등을 통해 총 8.28%에 이르는 한진칼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단순투자’ 목적이었습니다. 실제로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도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한 단순투자가 목적이라고 밝혔죠.

하지만 올해 1월 10일 단순투자라던 기존 입장을 '경영 참여'로 바꿔 공시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3.31%까지 지분을 끌어올립니다.

이로써 반도건설은 일명 강성부펀드로 불리는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17.84%%), 미국 델타항공(14.9%)에 이은 3대주주로 올라서며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경영권 다툼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습니다.

일각에서 반도그룹이 이렇게까지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는 배경에 한진그룹 소유의 부동산 개발권을 따내려는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퍼지면서 반도그룹이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입니다.

이른바 '3자연합'이라고 불리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세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한진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개발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루머죠.

한진그룹 소유 부동산은 대한항공 소유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칼호텔네트워크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왕산레저개발의 용유왕산마리나 요트 계류장 인근 부지 등입니다. 그런데 한진그룹은 최근 이름에 올라 있는 모든 부지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만약 루머대로 반도그룹이 한진그룹 소유 부동산 개발 목적이라면 사실상 무산된 것이죠.

이런 루머에 대해 반도건설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처음에는 언론에 “고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한 단순투자 목적이었다”고 밝힌 후 “전문경영인을 통해 회사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KCGI와 뜻을 같이하게 됐다. 부지개발은 요구한 적도 없다”고 해명 했습니다.

한진그룹도 송현동 부지 등의 매각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힙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힘을 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송현동 부지는 7성급 한옥호텔과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으려다 반대여론에 부딪혀 흐지부지되며 사실상 방치됐던 곳으로 호텔사업을 총괄하던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애착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부사장이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았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떠도는 루머의 사실 여부를 떠나 반도건설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반도건설의 한진그룹 경영참여에 우호적인 의견도 나옵니다. 갑질의 대명사로 꼽히는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 체제를 확 바꿔보자는 인식이 깔려 있어 보입니다.

한편 한진칼 지분 싸움에서 조원태연합(43.15%)이 3자연합(37.63%)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건과 사외이사 선임건 등이 의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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