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호반… 한진칼 되살아난 ‘반도건설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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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호반… 한진칼 되살아난 ‘반도건설 트라우마’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3.30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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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가 보유한 지분 13.97% 취득…콜옵션 행사하면 17.43%로 늘어나
지분취득 이유 “단순투자”에도 반도건설 전례로 경영권 분쟁 참여 분석도
KCGI “경영진이 잘못된 결정을 할 때는 견제할 매수자에게 파는 게 원칙”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지 주목된다. /사진=호반그룹
호반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지 주목된다. /사진=호반그룹

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한진칼이 반도건설에 이어 호반건설에도 지분을 내주면서,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중견 건설사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주사입니다.

호반건설은 지난 28일 한진칼 주식 940만주(13.97%)를 5640억원에 취득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는 KCGI가 보유한 주식입니다. 취득 예정일자는 다음 달 4일입니다.

앞서 호반건설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인 금호건설 인수전에 단독 응찰했으나 채권단의 거부로 인수 시도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진칼의 주식을 확보하면서 그간 염원하던 항공업종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호반건설은 한진칼 주식 취득 이유를 ‘단순투자’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분율로만 따지면 경영권 확보 시도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호반건설이 공시한 취득 지분율은 13.97%지만, 향후 매도청구권(콜옵션) 등을 행사할 경우 최종 지분율은 17.4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게 되면 조원태 한진칼 회장이 가진 지분율 18.87%(특수관계인 포함)에 이은 2대 주주가 됩니다.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을 제외한 것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진칼의 주요 주주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18.87%(조현아 전 부사장 지분율 제외) ▲KCGI 17.27% ▲반도건설 16.89% ▲델타항공 13.10% ▲한국산업은행 10.50%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여기서 KCGI의 지분을 모조리 사들였기 때문에 그 자리를 호반건설이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KCGI가 보유하게 되는 한진칼 지분은 0.9%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한진칼의 2차 경영권 분쟁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옵니다. 앞서 2020년 2대 주주 KCGI와 3대 주주 반도건설 그리고 조현아 전 부사장 3자가 연합해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바 있기 때문입니다.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KCGI는 이번 한진칼 지분을 매각하면서 “경영진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때는 효과적인 견제를 할 수 있는 매수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면서 “매수자께서도 그렇게 하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서 호반건설 측은 “단순투자라고 공시한 대로 당장 경영이나 지배구조에 관여할 의사는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한편 호반건설에 앞서 중견 건설사인 반도건설은 2019년 9월 한진칼 지분 4.99%를 처음 사들인 뒤 꾸준히 지분을 늘려 지난해 말 기준 16.89%까지 확보했습니다.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확보에는 계열사인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등이 참여했습니다.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할 당시에는 “‘단순 취득’이며 경영참여 목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반도건설은 3개월 만인 2020년 1월 초 한진칼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습니다.

이는 한진칼 주식을 보유한 반도건설의 계열사를 통해 알렸는데요. 대호개발은 공시를 통해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정관의 변경, 자본금의 변경, 배당의 결정, 회사의 합병·분할 등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상황이 발생하면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맞도록 주주로서 관련 행위들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반도건설은 2019년 말 조원태 한진칼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간에 시작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듭니다.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2020년 본격화하자 조 회장은 델타항공과 한국산업은행을 우호 지분으로 확보해 경영권 방어에 나섰습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와 반도건설을 자기 편으로 만들며 3자 연합을 형성해 조 회장에 맞섰습니다.

당시 양측의 지분율은 조 회장 측 37.39%, 조 전 부사장 측 28.78%였습니다. 결국 그해 3월 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조 회장의 손을 들아줬습니다.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3자 연합은 2021년 3월 계약이 해지되면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이처럼 반도건설이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경영권 확보 분쟁에 뛰어들었듯, 호반건설 또한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호반건설의 한진칼 취득 지분율은 13.97%이지만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17.43%까지 늘어납니다.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율은 16.89%입니다. 호반건설과 반도건설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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