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한진칼 ‘남매싸움’ 최후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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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한진칼 ‘남매싸움’ 최후 승자는?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0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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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오른쪽 3번째)가 지난 1973년 5월16일 보잉747기 태평양 노선 취항식에서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왼쪽 3번째) 등 정·재계 인사들과 기념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오른쪽 3번째)가 지난 1973년 5월16일 보잉747기 태평양 노선 취항식에서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왼쪽 3번째) 등 정·재계 인사들과 기념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한진그룹

“나는 많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만약 답을 얻지 못한다면 나는 (이사회 이사) 자리에 앉지 않을 것이다. (경영진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하는) 이런 유형의 이사야말로 내가 이사회에 앉히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20년간 미국 건축자재 회사인 홈데포의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지낸 버니 마르쿠스의 말입니다. 제프리 소넨펠트 미국 예일대 교수는 ‘무엇이 위대한 이사회를 만드는가’라는 칼럼에서 마르쿠스의 입을 빌려 ‘이사회의 모범답안’을 제시합니다.

‘사외이사(社外理事)’.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과 전문지식을 구하기 위해 선임되는, 기업 외부의 비상근 이사를 말합니다.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최대 주주로부터 독립되어 회사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토록 하는 장치로 활용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지난 2012년 11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지난 2012년 11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금융위원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 이른바 ‘반(反)조원태 3자연합’의 공세에 맞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영입하는 등 금융 전문인들을 대거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전문경영체제를 강조하고 있는 3자연합 공세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한진칼은 어제(4일) 사내외 이사 7명을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사내이사는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사장 외에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을 신규로 추천했습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석동 전 위원장을 비롯해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임춘수 마이다스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최윤희 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동명 법무법인처음 대표 변호사입니다.

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3자연합은 이미 지난달 ▲김신배 전 SK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동총괄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 3명과,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한 상태입니다.

조원태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부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부회장. /사진=한진그룹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일전을 앞두고 있는 양쪽의 ‘지분싸움’도 점입가경입니다. 3자연합의 한 축인 KCGI는 지난달 5일과 26일 한진칼 주식 32만2200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17.14%에서 17.68%로 높였습니다. 조 전 부사장(6.49%)과 반도건설(13.31%)을 포함한 3자연합의 전체 지분율도 37.48%가 됐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28일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한진칼 주식 149만1050주(2.5%)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증권업계에선 델타항공이 추가로 사들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실일 경우 조 회장이 확보한 우호지분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카카오(2%)와 델타항공(13.5%) 등을 합쳐 41.75%가 됩니다.

다만 지난해 말 주주명부를 폐쇄한 이후 사들인 주식에 대해선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습니다.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를 비롯한 20%가량의 표심이 어디로 움직일지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진칼 지분현황. /그래픽=뉴스웰
한진칼 지분현황. /그래픽=뉴스웰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나름의 논리로 한쪽 편을 들고 있습니다.

“노조가 조현아를 싫어하기 때문에 난 조현아를 응원한다” “조O아가 되면 안 되는 이유는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중국 자금이 내부 경영권 분열 이용해 국민연금으로 대한항공을 꿀꺽하려 함” “조원태도 한심하다. OOO 같은 자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다니. 전문성도 전혀 없고”.

김석동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전력’도 끄집어냅니다.
“론스타 먹튀의 그 김석동!” “김석동 은퇴했으면 편히 노후생활이나 하지. 금융시장 XX으로 만든 전흉”.

‘가족싸움’에 대한 비난 목소리도 많습니다.
“남이 볼 땐 한가족인데 왜 저러나 몰라” “천하제일 대한항공이 아침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네” “돈 말고는 답이 없네. 저 집안”.

‘사외이사 무용론’도 피력합니다.
“사외이사? 완전 어용감투 하나로 전문성 확보? 사외이사란 게 회장 딸랑이인 거 모르나! 언제든 내쳐질 수 있는 계약직이다”.

‘주식 먹튀’에 대한 우려도 경계합니다.
“경영권 분쟁 꼼수로 주가 폭등시킨 후 먹튀 조심해야 합니다. 개미는 접근 금지 하세요” “끝나면 주가 폭락하겠네” “주가 3배 올랐는데 한 쪽이 뒤통수치고 자금 회수하면 어떻게 됨?” “딱 냄새가 나네. 짜고 치는 고스톱, 주가띄우기 전략” “이제 한진이 급등하게 된다. 이유는 27일 알게 된다”.

한진칼 주가.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한진칼 주가.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누리꾼들의 우려처럼 한진칼의 주가가 연일 상승 중이지만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은 매매를 꺼리고 있습니다. 분쟁이슈가 조용해지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올해 초(1월 2일 종가 기준) 3만9950원이었던 한진칼 주가는 5일 오후 2시 41분 현재 8만52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달 사이 2배 넘게 올랐습니다.

지난해 12월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에도 한진칼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으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주주연합을 구성하고 주식을 매집하면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이슈가 조용해질 때 급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섣불리 들어가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합니다.

사외이사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입니다. 이후 20여년 동안 사외이사들은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일방적인 찬성표를 던져 ‘거수기’라는 눈총을 받아왔습니다. 이제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의 마르쿠스’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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