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삼성전자 삼시세끼와 ‘공짜점심’ 공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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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삼성전자 삼시세끼와 ‘공짜점심’ 공매도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3.02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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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유튜브 '캐치TV-삼성전자편' 화면 갈무리.
유튜브 '캐치TV-삼성전자편' 화면 갈무리.

“삼성전자는 삼시세끼를 전부 줍니다. 최고의 복지예요.”

2019년 11월 8일 취업컨설팅 유튜브 채널.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2004~2015년, 2017~2019년 1위 : 잡코리아 조사)에 다니는 4년차 직장인의 인터뷰 답변입니다. 사회자는 이 직장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삼성전자, 직장으로서 이건 정말 베스트라고 생각하는 한가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뭘까요?’.

“앞으로 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매도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고, 투기적 상품에 대한 관리감독도 가일층 강화하겠다. 자본시장의 ‘공짜점심’을 없애 나가야 한다.”

2012년 6월 4일 금융감독원 회의실.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은 ‘공매도’를 통한 시세조종 집중 감시와 함께 이를 엄격히 처벌함으로써 시장 교란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입니다.

‘TANSTAAFL[탄스타플]’.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는 ‘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의 머리글자들만 딴 줄임말입니다. 전문가들이 ‘기회비용’을 설명할 때 곧 잘 인용합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에게 다음날 점심을 공짜로 제공한다고 알렸습니다. 사실은 술값에 그 비용이 포함됐음에도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윤석헌 금감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오늘(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는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 같은 금감원의 도입 추진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홍콩은 1994년부터 시가총액이 30억홍콩달러 이상이면서 12개월 시가총액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시가총액이 약 4700억원 이상인 이른바 대형주 등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허용됩니다. 중·소형주 거래가 많은 개인 투자자들을 공매도 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정작 정책을 결정하는 금융위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에 부정적입니다. 홍콩을 제외한 해외 주요국들이 도입하지 않고 있는 제도를 우리나라만 도입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대차거래 추이.(단위 백만원, 주) /자료=금융투자협회
코스피 대차거래 추이.(단위 백만원, 주) /자료=금융투자협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늑장대책에 ‘늘 검토만 하는’ 금융당국을 성토하며 공매도 제도 자체를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공매도 때문에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를 받고 있는데도 헛소리만 한다. 공매도는 기업가치 즉 청산가치 80% 이하 종목은 공매도를 못하게 해야 한다. 극심한 공매도로 기업들이 청산하면 오히려 부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중이다” “정말 한심한 정부와 금융당국-- 계속 검토만 하세요” “그놈의 검토는 10년째 검토냐!! 헛소리 그만하고 금감원은 해체 폐지하는 게 답이다”.

“순기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와 금융당국과 대주주에게만 있고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악기능만 있는 불공정한 제도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매도 사악한 주식거래 방법.. 돈 있는 외국인 기관이 주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니 한국주식이 신뢰가 없는 것인데... 부정적 기류? 좀 구린데가 많아 보이는 건 나만 그런가?” “전격적으로 실시할 거 아니면 지껄이지 마라. 협의한다고 시간 질질 끄는 사이에 공매세력은 혹시 몰라 주가를 폭락시키지” “공매도 금지 당장 시행하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289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외국인 공매도 규모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날(2월 19일) 1957억원에서 하루만에 2437억원으로 껑충 뛰더니 3545억원까지 오르는 등 공매도 규모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공매도가 늘어난다는 것은 주가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한다는 의미인데 국내 증시가 당분간 큰 폭의 조정국면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공매도의 선행지표로도 인식되고 있는 대차거래추이는 지난 27일 3490조7025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한달 전보다 3조7000억원이 급증한 규모입니다.

가장 다니고 싶은 기업의 직장인이 으뜸 복지로 뽑은 것은 ‘삼시세끼’였습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바라는 것도 정당한 노동 대가로서의 ‘끼니’입니다. 일개미처럼 시장의 한 축을 떠받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도 ‘공짜점심’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들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건 ‘건전한 자본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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