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낭중지추’ 삼성전자와 시총 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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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낭중지추’ 삼성전자와 시총 상한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22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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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현명한 선비가 세상에 있는 것은(夫賢士之處世也) 비유하자면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과 같아서(譬若錐之處囊中) 그 끝이 금세 드러나 보이는 법이오.(其末立見)”

중국 전국시대 사군자(제·조·위·초나라에서 추앙받는 4인) 중 한명인 조나라 무령왕의 아들 ‘조승’에게는 수천명의 식객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진나라가 조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승은 초나라에 도움을 청하러 떠납니다,

조승은 수많은 식객 중에서 용맹하고 학식 있는 ‘조나라 구조대’ 20명을 꾸리기로 하지만 마지막 한명을 채우지 못합니다. 이때 ‘모수’라는 이가 자천하며 나오자 조승은 앞서 언급한 ‘주머니 속 송곳’을 비유하며 존재감 없던 그를 거절합니다. 이에 모수는 훗날 대활약상을 예견하는 한수를 던집니다.

“저는 오늘에야 당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더 일찍 주머니 속에 있게 했더라면 그 끝만이 아니라 송곳 자루까지 밖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주머니 속 송곳이라는 말로, 뾰족한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뚫고 나오듯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눈에 띔을 비유할 때 쓰입니다. 주식시장의 낭중지추 삼성전자 주가가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21일)는 주춤했지만, 이달 9일부터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입니다.

이런 최고가 경신 소식이 나오면 뒤따라 나오는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시총 30% 상한제’입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코스피200의 33%를 넘었는데, 이걸 30%로 다시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거래소도 상한제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총 30% 상한제는 매년 5월과 11월 마지막 매매 거래일 기준으로, 직전 3개월 평균 코스피200 편입 비중이 30%를 초과하면 바로 다음달(6월과 12월)에 비중을 강제로 30%로 조정하는 제도입니다. 코스피200 이외에 코스피100, 코스피50, KRX300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상한제 적용 여부 논의는 수시조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시장 왜곡이 심하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라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래소는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영향력은 작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입니다. 거래소는 상한제 적용을 선물옵션 만기일에 맞춰 ‘2월이나 3월 만기일’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삼성전자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규제 완화와 함께 근본적인 해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되는 기업이라서 시가 총액이 높은 건데 이걸 또 규제한다니…” “가치를 제한하면 다른 가치가 떨어지는 종목으로 투자금이 간다는 논리. 글로벌 기업이 나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이다” “근본적인 해법은 한국 주식시장을 고르게 키우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는 시장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무슨 삼전을 묶는다고 난리. 애플은 상한선이 있냐”.

그러나 상한제의 취지와 함께 선진국에 비춰 제한 비율이 높지 않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주식 알못들. 코스피200은 코스피에 있는 종목들로 구성된 지수상품임. 근데 삼전이 너무 올라버려서 삼전비율이 너무 높으니까 지수상품의 의미가 퇴색됨. 지수상품은 리스크 분산과 전체시장의 추세를 반영하게 하는 상품이니까. 코스피200이라는 묶음상품 중에 삼성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져버려서 이게 묶음상품인지 삼성상품인지 모르겠으니까. 이래도 이해 안가지?” “해외 주요 지수들의 상한 비중은 10~20%임” “이민 가서 살든지 외국주식을 사!” “이게 어딜 봐서 규제한다는 얘기로 들리냐? 삼성전자가 규제한다고 규제 받을 기업이라고 생각해?”.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올 들어 5000억원 이상 늘어 지난 20일 기준 9조8792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 신용거래융자가 4조3794억원, 코스닥 신용거래융자는 5조499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초저금리 속에 부동산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티끌 아닌 빚도 모이면 ‘부채여산(負債如山·빚이 산처럼 많음)’이 됩니다. 단기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묻지마 빚투자는 삼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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