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경제] ‘라떼파파’ 없는 경제는 ‘사상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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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라떼파파’ 없는 경제는 ‘사상누각’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1.23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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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딸바보가 돼도 좋아… 네가 꼭 필요해’

2009년 7월, 한 신문 새 책 소개 기사의 제목입니다. ‘이처럼 인터넷에는 이른바 신조어인 ‘딸바보’라 불리는 유명인사들이 적지 않다. 저자는 그렇게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100가지를 가르쳐주고 있다‘라는 내용과 함께.

‘할빠, 할마 들어보셨나요?’

2014년 4월, 한 신문 신조어 소개 기사의 제목입니다. 맞벌이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돌봐주는 황혼 육아족이 늘면서 ‘할빠, 할마’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는 내용입니다. 할빠, 할마는 각각 ‘할아버지+아빠’와 ‘할머니+엄마’를 합성해 만들어졌다는 설명과 함께.

‘아빠가 유모차 끌면 라떼파파, 엄마가 커피숍서 끌면 맘충?’

2017년 1월, 한 신문 연재 기사의 제목입니다. 카페라떼를 들고 유모차를 끄는 육아에 열성인 아빠들을 일컫는 말 ‘라떼파파’를 풀이해주고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는 엄마들을 경시하는 의미의 신조어인 ‘맘충’과 함께.

고용노동부가 어제(22일) 발표한 2019년 민간부문 남성 육아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빠 육아휴직자’는 2만2297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10만5165명)의 21.2%를 차지했습니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2만명을 넘어선 것은 육아휴직제 도입 이래 처음입니다.

아빠 육아휴직 비율은 해를 넘기며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015년 5.6%에 불과하던 것이 2016년 8.5%, 2017년 13.4%로 오르더니 지난해 20%를 돌파한 것입니다. 민간부문 전체 육아휴직자가 10만명을 넘어선 것도 처음입니다.

이처럼 아빠 육아휴직이 늘면서 ‘휴직 뒤 복직’과 관련한 문제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종합병원 홍보팀장 A씨는 육아휴직 1년을 마치고 첫 출근하던 날, 사무실 책상이 사라진 것을 알았습니다. 이유를 말하는 인사 담당자의 태도에 A씨는 더욱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럼 자기 자기 자리가 있을 줄 알고 왔어? 다른 부서도 다 팀장님이 있기 때문에 팀장으로 못 가고 일반 직원으로 가야 돼요. 팀장 급여는 못 주는 거죠.”

/자료=통계청
/자료=고용노동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육아휴직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합니다.

“직장인이 육아휴직 1년씩 어떻게 쓰냐. 현실적으로 1년 동안 자리 비워놔 줄 회사가 어디 있겠느냐. 현실에 맞는 복지를 좀 해도” “일반 기업의 업무 연속성을 완전 개무시한 제도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어떤 사회이건 1년을 놀고 복직했는데 같은 자리를 유지 한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들만 누릴 수 있는 혜택임” “이래서 애를 못 낳는 겁니다” “저런 인식을 변화시키지 못하고서는 출산률 증가는 힘듭니다”.

육아휴직자의 업무공백을 메워야 하는 어려움도 토로합니다. 제도의 도입 취지와 다르게 ‘노-노 갈등’으로 비화하는 분위기입니다.

“남은 사람은 죽도록 일해야 하는 현실. 육아휴직 당사자는 해외여행 사진 프로필 올리고~ 책상을 뽀개버리고 싶은 심정이 듦” “네가 일하는데 전직이 1년 육아휴직 복귀해서 자리 내놓으라면 옛다 여기 앉으세요라고 비켜 줄 수 있나?” “그러면 10년 20년 연속 장기 근무자는 그동안 개인적 사정이 없었을까?” “지인 중에 공무원 애 낳을 때마다 1년씩 쉬고 쉬는 동안 월급 받고 3월에 휴직하면 3년 쓸 수 있다고 또 쉬신단다. 이게 정상인가?”.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에 세워진 누각이라는 네 글자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곧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입니다. 한 나라 경제의 기초는 사람이자 인구요, 그 인구의 주춧돌은 아이들입니다.

지난달 통계청이 내놓은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10월 출생아는 2만56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1% 줄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1년 이후 최소 기록으로 43개월 연속 최저치입니다.

그동안 쌓아올린 경제적 노력들이 사상누각이 되지 않도록 주춧돌을 튼튼히 놓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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